“소비자와 약속” 내건 생보협회…GA·종신보험 불완전판매 해소가 관건

경제·금융 / 김연수 기자 / 2026-06-09 16:08:12
22개 생보사 CEO, 5월 ‘소비자와의 다섯 가지 약속’ 공동 결의
자율규제부·민원서비스팀 신설에도 판매현장 리스크 여전
1200%룰 앞두고 GA 영입 경쟁 과열…부당승환 관리 시험대
▲ 지난달 12일 생명보험협회와 생보사 최고경영자(CEO)들이 소비자 중심 경영 실천을 위한 ‘소비자와의 다섯 가지 약속’을 발표했다. [연합뉴스]

 

생명보험협회가 소비자 신뢰 회복과 자율규제 강화를 전면에 내세우고 있다. 생보업계 최고경영자들이 한자리에 모여 소비자 중심 경영을 약속했고, 협회도 자율규제 조직을 신설하며 판매질서 관리 체계를 강화했다. 하지만 GA 채널의 설계사 영입 경쟁, 종신보험 불완전판매 우려, 부당승환 민원이 이어지면서 협회의 자율규제 실효성이 시험대에 올랐다는 평가가 나온다.

생명보험협회는 지난달 서울 광화문 생명보험교육문화센터에서 ‘약속의 날’ 행사를 열고 22개 생명보험사 CEO와 함께 ‘소비자와의 다섯 가지 약속’을 발표했다. 약속에는 모든 의사결정의 소비자 기준 전환, 소비자 불이익 우려 상품 판매 금지, 건전한 판매질서 확립, 보험금 신속 지급, 보험 소외계층 포용 등이 담겼다.

협회는 이번 결의가 일회성 선언에 그치지 않도록 별도 태스크포스를 운영해 이행 상황을 점검하겠다는 방침도 밝혔다. 생명보험 상품이 구조가 복잡하고 장기 계약 성격이 강한 만큼 상품 개발부터 판매, 보험금 지급까지 전 과정에서 소비자 신뢰를 회복하겠다는 취지다.

조직 개편도 이뤄졌다. 생명보험협회는 올해 1월 2일자로 소비자 보호 중심의 조직개편을 단행했다. 기존 모집질서관리팀과 광고심의팀을 재편해 ‘자율규제부’를 신설했고, 보험소비자 민원과 상담을 전담하는 ‘민원서비스팀’도 새로 만들었다. 보험상품 불완전판매 방지와 보험광고 사전심의를 강화하기 위한 조치다.

문제는 판매 현장의 리스크가 여전히 남아 있다는 점이다. 대표적인 쟁점은 종신보험이다. 금융감독원은 지난 4월 베이킹 원데이 클래스, 웨딩박람회 등 이벤트 현장에서 종신보험을 저축성 상품처럼 설명하는 불완전판매 사례가 이어지고 있다며 소비자 유의사항을 안내했다. 종신보험은 사망 시 유족의 경제적 안정을 위한 보장성 상품이지만, 일부 판매 현장에서는 목돈 마련이나 예·적금 대체 상품처럼 소개되는 사례가 반복되고 있다.

단기납 저해지 종신보험도 관리 대상이다. 고환급률을 앞세운 판매 경쟁이 이어질 경우 소비자가 상품의 보장성 성격과 해지 손실 가능성을 충분히 이해하지 못한 채 가입할 수 있다는 우려가 있다. 실제 금융당국은 주요 생보사를 대상으로 단기납 종신보험 판매 과정의 설명의무와 내부통제 체계를 점검한 것으로 알려졌다.

GA 채널을 둘러싼 우려도 커지고 있다. 오는 7월부터 보험 판매수수료 지급 한도를 월납보험료의 1200% 이내로 제한하는 이른바 ‘1200%룰’이 GA에도 확대 적용될 예정이다. 제도 시행을 앞두고 일부 GA의 설계사 영입 경쟁이 과열되면서 정착지원금 지급과 부당승환 우려가 동시에 제기되고 있다.

보험업계에 따르면 올해 1분기 상위 4개 GA 소속 설계사 수는 7만9785명으로 전년 동기 대비 11.8% 증가했다. 같은 기간 이들 GA의 정착지원금 총액도 343억원으로 7.2% 늘었다. 설계사 이동이 늘어날수록 기존 계약 해지 후 새 상품 가입을 권유하는 부당승환 가능성도 커질 수 있다.

실제로 지난 1분기 금융감독원에 접수된 부당승환 관련 민원은 211건으로 직전 분기 137건보다 54.0% 증가한 것으로 파악됐다. 부당승환은 소비자에게 해약환급금 손실, 보장 공백, 보험료 상승, 면책기간 재적용 등의 피해를 일으킬 수 있어 판매질서 관리의 핵심 사안으로 꼽힌다.

생명보험협회가 직접 모든 GA 영업행위를 감독하는 기관은 아니다. 그러나 생명보험업계를 대표하는 법정 협회이자 자율규제 기능을 맡은 기관이라는 점에서 판매 현장의 문제와 무관하다고 보기 어렵다. 특히 생보상품 광고 심의, 모집질서 관리, 소비자 민원 대응 기능을 강화하겠다고 밝힌 만큼, 올해는 실제 개선 성과를 보여줘야 하는 시점이다.

업계 안팎에서는 협회의 역할이 선언보다 실행에 달려 있다고 본다. 소비자와의 약속이 실효성을 얻으려면 상품 설명, 광고 문구, 승환계약 관리, GA 채널 판매 관행 등에 대한 점검이 구체적인 지표와 사례로 이어져야 한다는 지적이다.

생보협회가 내건 방향은 분명하다. 소비자 기준의 의사결정과 건전한 판매질서 확립이다. 이제 남은 과제는 그 약속이 실제 판매 현장에서 작동하는지 입증하는 일이다. GA 경쟁과 종신보험 불완전판매 우려가 이어지는 상황에서 생보협회의 자율규제 역량은 올해 본격적인 검증대에 오를 전망이다.

 

토요경제 / 김연수 기자 kys@sateconom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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