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 노조가 요구한 3조원, 어디서 번 돈일까

산업 / 임종호 기자 / 2026-07-13 16:00:40
연결 순이익 기준이면 해외법인·금융부문 성과까지 포함
자동차부문 영업익 36% 감소…성과급 ‘분모’가 새 쟁점
▲ 전국금속노동조합 현대차지부(현대자동차 노조)가 사흘간의 부분파업에 돌입한 13일 오후 울산 북구 현대자동차 울산공장 명촌정문에서 이 공장 오전조 근무자들이 평소보다 2시간 일찍 퇴근하고 있다. [연합뉴스]

 

현대자동차 노사의 올해 임금협상에서 따져야 할 핵심은 성과급 3조원이 많으냐 적으냐만이 아니다. 노조가 성과급 산정 기준으로 제시한 ‘전년도 순이익’이 어떤 순이익을 뜻하는지부터 분명하지 않다. 지금까지 알려진 3조1000억원은 국내 공장 실적이 아니라 해외 생산·판매법인과 금융 자회사, 비지배주주 몫까지 합친 연결 당기순이익을 기준으로 계산한 금액이다.

현대차 노조는 기본급 14만9600원 인상과 전년도 순이익의 30%를 성과급으로 지급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현대차의 2025년 연결 당기순이익은 10조3648억원이다. 여기에 30%를 적용하면 성과급 총액은 약 3조1094억원이 된다. 노조 요구액이 3조원대로 불리는 근거다. 현대차 노조는 13일 임금협상 결렬에 따라 부분파업에 들어갔다.


그러나 10조3648억원은 현대차 국내 공장이나 국내 법인이 단독으로 벌어들인 순이익이 아니다. 현대차가 공식 발표한 이 수치는 국제회계기준(IFRS)에 따른 연결 실적으로, 해외 완성차 생산·판매법인과 현대캐피탈 등 금융부문, 기타 연결 자회사의 경영성과를 모두 합산한 금액이다. 비지배지분에 귀속되는 이익도 포함됐다. 

실제 2025년 연결 당기순이익 10조3648억원 가운데 현대차 지배주주에게 귀속되는 순이익은 9조4460억원이었다. 나머지 9188억원은 비지배주주 몫이다. 지배주주 귀속 순이익에 30%를 적용하면 성과급 규모는 약 2조8338억원으로 줄어든다. 단순히 ‘순이익’의 범위를 달리 정하는 것만으로도 산정액이 약 2756억원 달라진다.

사업부문별로 봐도 3조원 전부를 국내 생산직의 성과로 보기 어렵다. 현대차의 2025년 자동차부문 영업이익은 7조3586억원이었다. 금융부문은 2조1640억원, 기타부문은 8329억원의 영업이익을 냈다. 연결조정에서는 1조1124억원이 더해졌다. 자동차부문이 전체 영업이익의 가장 큰 부분을 차지하지만, 금융부문 역시 전체 이익을 받치는 주요 축이다.

당기순이익 기준으로도 자동차부문은 6조8847억원, 금융부문은 1조7932억원, 기타부문은 5889억원을 기록했다. 여기에 내부거래 제거와 연결조정 등으로 1조980억원이 반영되면서 최종 연결 순이익이 10조3648억원으로 집계됐다. 성과급 요구의 기준이 된 순이익에는 자동차 생산뿐 아니라 자동차금융과 카드사업, 해외법인, 연결회계 조정에 따른 손익까지 함께 들어 있는 셈이다.

반대로 자동차부문 실적만 사용한다고 해서 국내 공장의 기여도가 정확히 드러나는 것도 아니다. 현대차가 공시한 자동차부문에는 국내 공장뿐 아니라 미국·인도·체코·튀르키예 등 해외 생산법인과 각국 판매법인이 함께 포함된다. 공시된 사업부문 자료만으로는 울산·아산·전주공장이 전체 순이익 가운데 얼마를 만들었는지 분리할 수 없다. ‘국내 생산직이 번 이익’을 기준으로 성과급을 계산하려면 국내 생산과 수출, 해외 판매마진, 본사 연구개발과 브랜드 가치의 기여도를 별도로 배분해야 한다.

최근 실적은 성과급 기준을 둘러싼 논쟁을 더 복잡하게 만든다. 현대차의 올해 1분기 전체 매출은 45조9390억원으로 전년 동기보다 3.4% 늘었지만 영업이익은 2조5150억원으로 30.8% 감소했다. 자동차부문 매출은 34조5390억원으로 0.5% 줄었고 영업이익은 1조8520억원으로 36.0% 급감했다. 반면 금융부문 매출은 8조9910억원으로 21.5% 늘었고 영업이익도 5790억원으로 1.4% 증가했다. 자동차부문의 수익성이 크게 떨어지는 동안 금융부문이 연결 실적을 일부 방어한 구조다. 

노조는 국내 생산직이 품질과 생산성을 유지해 글로벌 판매와 브랜드 경쟁력에 기여한 만큼 연결 실적을 성과배분 기준으로 삼을 수 있다는 입장이다. 완성차 사업도 국내 연구개발과 생산, 해외법인의 조립·판매가 하나의 공급망으로 연결돼 있어 특정 법인이나 공장의 성과만 떼어내기 어렵다는 논리다.

회사 측은 연결 순이익에는 노동의 기여 외에도 해외 판매가격, 환율, 금융사업, 지분법 손익, 투자자본과 비지배주주 몫이 반영된다고 볼 수 있다. 특히 순이익은 영업활동뿐 아니라 금융·투자손익과 세금에 따라 크게 달라질 수 있어 매년 반복되는 성과급 기준으로 삼기에는 변동성이 크다.

현대차는 최근 교섭에서 기본급 8만9000원 인상과 성과금 350%, 일시금 1000만원, 주식 15주를 제시했지만 노조는 요구 수준에 미치지 못한다며 거부했다. 노조는 오는 15일까지 주간조와 야간조가 각각 하루 2시간씩 작업을 중단할 예정이다. 

현대차 성과급 논쟁은 결국 3조원이라는 액수보다 산식의 문제로 좁혀진다. 연결 당기순이익 전체를 적용할 것인지, 지배주주 귀속 순이익을 사용할 것인지, 자동차부문 영업이익이나 국내 법인의 부가가치를 기준으로 삼을 것인지에 따라 결과가 크게 달라진다. 국내 공장의 성과를 보상한다면 국내 공장의 기여도를 측정할 기준이 필요하다. 글로벌 현대차의 성과를 배분한다면 해외법인과 금융부문, 다른 주주에게 귀속되는 이익을 어디까지 포함할지 먼저 정해야 한다.
 

토요경제 / 양지욱 기자 yjw@sateconom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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