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 개인투자자 한국 주식 주문 잡아라…증권사 외국인 통합계좌 경쟁

증권·자본시장 / 위아람 기자 / 2026-07-09 19:52:00
삼성증권·IBKR 서비스 개시, 키움증권·위불 협력
NH투자증권은 복수 플랫폼 접촉…“로빈후드와 깊은 논의 없어”
▲ 여의도 증권가[연합뉴스]

 

국내 증권사들이 해외 개인투자자의 한국 주식 주문을 확보하기 위한 경쟁에 뛰어들고 있다. 외국인 통합계좌 규제가 완화되면서 글로벌 증권 플랫폼과 국내 증권사를 연결하는 새로운 리테일 중개시장이 열렸기 때문이다.

올해 초 금융투자업 규정 개정으로 별도 혁신금융서비스 지정 없이 외국인 통합계좌 운영이 가능해지면서 국내 증권사들의 해외 플랫폼 확보 경쟁도 빨라지고 있다.

9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NH투자증권은 외국인 통합계좌 사업 가능성을 검토하며 미국을 포함한 복수의 해외 증권·투자 플랫폼과 접촉하고 있다. 특정 플랫폼과의 제휴를 전제로 협상을 진행하기보다는 다양한 업체를 대상으로 사업성과 협력 가능성을 살펴보는 초기 단계다.

앞서 한 언론은 NH투자증권이 미국 개인투자 플랫폼 로빈후드와 외국인 통합계좌 파트너십을 논의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그러나 NH투자증권은 로빈후드와 한 차례 접촉한 사실은 있지만 구체적인 제휴나 사업 조건을 놓고 깊이 있는 논의를 진행한 단계는 아니라고 설명했다.

NH투자증권 관계자는 “로빈후드와 접촉을 한 차례 하기는 했지만 깊은 수준의 논의를 한 적은 없다”며 “로빈후드만 접촉한 것이 아니라 가능성을 열어두고 다양한 업체들과 컨택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외국인 통합계좌 사업을 검토하는 과정에서 여러 업체와 의견을 교환하는 수준”이라며 “이를 위해 별도로 현지를 방문하거나 출장을 간 적도 없다”고 설명했다.

이에 따라 NH투자증권과 로빈후드의 협력 가능성을 구체적인 제휴 추진 단계로 해석하기는 어렵다. 현재로서는 해외 개인투자자 주문을 국내 주식시장에 연결할 수 있는 플랫폼을 폭넓게 탐색하는 단계에 가깝다.

외국인 통합계좌는 해외 증권사가 자기 명의로 국내 증권사에 계좌를 개설한 뒤 현지 투자자의 한국 주식 주문을 한꺼번에 처리하는 구조다. 해외 투자자는 국내 증권사에 별도 계좌를 개설하지 않고 자신이 이용하던 현지 플랫폼을 통해 한국거래소 상장 주식을 매매할 수 있다.

국내 증권사들의 해외 플랫폼 확보 경쟁은 이미 시작됐다. 삼성증권은 지난 5월 글로벌 온라인 증권사 인터랙티브브로커스(IBKR)와 외국인 통합계좌 서비스를 개시했다. 해외 개인투자자 고객 기반을 확대하고 한국 주식으로 들어오는 주문 경로를 확보하기 위한 첫걸음으로 평가된다.

다만 서비스가 실제 거래대금과 수익에 얼마나 기여하고 있는지는 확인되지 않았다. 삼성증권 관계자는 “IBKR을 통한 외국인 통합계좌 서비스의 거래량이나 구체적인 수익 구조는 공식적으로 밝힐 수 없다”고 말했다. 거래 규모와 수수료 배분 방식이 공개되지 않은 만큼 사업 초기 성과와 수익성을 외부에서 판단하기는 어려운 상황이다.

삼성증권은 IBKR과의 협력을 토대로 향후 유럽과 아시아 지역의 증권·투자 플랫폼으로 제휴 대상을 확대하는 방안도 검토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단일 플랫폼에 의존하기보다 해외 리테일 주문이 들어오는 경로를 다변화하려는 전략으로 풀이된다.

키움증권도 미국 디지털 투자 플랫폼 위불과 전략적 파트너십을 맺고 외국인 통합계좌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국내 리테일 브로커리지 시장에서 확보한 주문 처리 역량을 해외 개인투자자 시장으로 확장하려는 행보다.

경쟁의 핵심은 제휴사의 인지도보다 실제 주문량과 수익성이다. 해외 플랫폼에서 접수된 주문이 국내 증권사를 거쳐 한국거래소에서 체결되면 국내 증권사는 주문 중개 수수료 등을 통해 수익을 얻을 수 있다. 다만 실제 수익성은 해외 플랫폼과의 수수료 배분, 환전 구조, 전산·결제 비용에 따라 달라진다.

외국인 통합계좌의 중개 수수료율은 국내 개인투자자 대상 브로커리지보다 낮을 가능성이 있다. 해외 플랫폼과 수수료를 나눠야 하는 데다 전산 시스템 구축과 결제·관리 비용도 들어가기 때문에 충분한 거래대금이 확보되지 않으면 수익을 내기 어렵다.

환전 구조도 수익성을 좌우할 변수다. 해외 투자자가 달러 등 외화로 주문할 경우 환전을 해외 플랫폼과 국내 증권사 가운데 어느 쪽이 담당하는지에 따라 환전 수수료 수익과 비용 부담이 달라진다. 주문 중개 수수료 배분과 환율 적용 방식도 제휴 조건에 포함될 수 있다.

미국 개인투자자의 한국 주식 수요가 어느 정도인지도 아직 검증되지 않았다. 외국인 통합계좌가 투자 절차를 간소화하더라도 해외 투자자의 관심이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 일부 대형주를 넘어 중소형주와 상장지수펀드로 확산할지는 지켜봐야 한다.

결제와 세금, 투자자 확인 절차도 과제다. 국내 증권사는 해외 플랫폼을 통해 들어온 주문의 결제와 배당금 지급, 주주 권리 처리를 담당해야 한다. 해외 증권사는 최종 투자자별 거래 내역을 관리하고 고객확인과 자금세탁 방지 체계를 갖춰야 한다.

외국인 통합계좌 경쟁은 국내 증권사의 리테일 사업 영역이 해외 개인투자자로 확장되는 과정이다. 다만 NH투자증권의 경우 특정 해외 플랫폼과 본격적인 협상을 벌이는 단계라기보다 복수 업체를 대상으로 사업 가능성을 탐색하는 수준이다.

향후 경쟁의 승부는 유명 해외 플랫폼과의 제휴 발표가 아니라 실제 주문량에서 갈릴 전망이다. 해외 개인투자자의 한국 주식 거래를 얼마나 끌어오고 낮은 수수료 구조 안에서 수익성을 확보하느냐가 외국인 통합계좌 사업의 성패를 좌우할 것으로 보인다.

토요경제 / 위아람 기자 moon@sateconom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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