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물연대·야권 "반헌법적 조치...투쟁수위 높일 것" 맞대응 시사
30일 2차교섭마저 결렬 시 걷잡을 수 없는 상황 치달을 가능성
| ▲원희룡 국토부장관, 추경호 부총리, 이상민 행안부 장관(왼쪽부터)이 29일 정부서울청사에서 화물연대 집단운송거부와 관련, 관계부처 합동 브리핑을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제공> |
정부와 화물연대의 28일 첫 대면교섭이 아무런 소득없이 결렬된 이후 화물연대 총파업사태가 더욱 악화되는 양상이다.
정부가 초강경 방침을 잇따라 천명하며 화물연대 압박에 들어가고 있지만, 화물연대측은 요지부동이다. 총파업의 주 이슈인 안전운임제 영구화, 대상품목 확대에 이어 '업무개시명령 철회' 조건만 하나 더 추가했을 뿐이다.
정부가 이례적으로 초강경 대응에 나서고 야권의 측면지원을 받는 화물연대측이 한발짝도 물러서지 않는 강 대 강 대치를 이어가면서 이번 화물연대 사태가 '치킨게임' 양상으로 치닫고 있다.
정부와 화물연대는 오는 30일 세종청사에서 2차 교섭을 진행할 예정인데, 이 자리에서도 타협점을 찾지 못할 경우 화물연대 총파업 사태는 걷잡을 수 없는 상황으로 치달을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화물연대측이 "정부와의 합의 도출을 위해 각 요구안에 대해 전향적인 입장을 낼 것"이라고 밝혔으나 정부측은 일몰제 3년 연장 외에 어떤 조건도 수용할 수 없다는 분위기여서 2차교섭이 극적 타결될 가능성은 낮아 보인다.
윤대통령, "심각한위기, 업무개시명령 발동 불가피"
28일 1차교섭전부터 위기경보단계 최고로 격상하고 강경대응 입장을 공공연히 밝힌 정부는 교섭이 결렬되자마자 예정된 수순을 밟아가고 있다. 윤석열 대통령이 주재한 29일 오전 국무회의에서 업무개시명령을 전격 발동하며 "법과 원칙에 따른 엄정 대응" 방침을 재확인했다.
윤석열 대통령은 29일 화물연대 총파업과 관련, "정부는 오늘 우리 민생과 국가 경제에 초래될 더 심각한 위기를 막기 위해 부득이 시멘트 분야의 운송 거부자에 대해 업무개시명령을 발동한다"고 밝혔다.
윤 대통령은 오전 용산 대통령실에서 열린 국무회의 모두발언에서 "경제는 한 번 멈추면 돌이키기 어렵고 다시 궤도에 올리는 데는 많은 희생과 비용이 따른다"며 "시멘트, 철강 등 물류가 중단돼서 전국의 건설과 생산 현장이 멈췄고, 우리 산업 기반이 초토화되고 국민의 일생까지 위협받고 있다"고 강조했다.
윤 대통령은 "임기 중에 노사 법치주의를 확고하게 세울 것이며, 불법과는 절대 타협하지 않을 것과 불법행위 책임은 끝까지 엄정하게 물을 것"이라고 강조하며 "경제위기 앞에 정부와 국민 노사의 마음이 다를 수 없는 만큼 더 늦기 전에 각자의 위치로 복귀하달라"고 호소했다.
국무회의 직후 관련 부처 합동 브리핑에서도 강경한 입장 발표는 이어졌다. 추경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국무회의에서 국가 경제에 초래될 심각한 위기를 막고 불법 집단행동의 악순환을 끊기 위해 시멘트 분야 운송 거부자에 대한 업무개시명령을 심의·의결했다"고 말했다.
추 부총리는 "경제위기 극복을 위해 힘을 모아야 할 때 화물연대는 자신들의 명분 없는 요구 관철을 위해 민생과 국민경제를 볼모로 잡아 물류를 중단하며 산업기반을 흔들고 있다"고 성토한 뒤 "정당한 사유 없이 운송업무에 복귀하지 않을 경우 운행정지, 자격정지 뿐만 아니라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3천만원 이하의 벌금까지 처벌받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추 부총리는 유류차 등에 대한 업무개시명령도 검토 중인 지를 묻는 질문에 "화물연대의 불법적 집단 운송거부 사태를 매우 엄중하게 보고 있다"면서 "매일매일 상황을 지켜보면서 추가적인 조치에 대한 판단이 설 때 국민 여러분께 말씀드리겠다"고 했다.
화물연대에 야권까지 정부의 과잉대응 지적
정부의 이같은 초강경 방침에도 화물연대는 여전히 기존 주장을 굽히지 않고 있다. 다음 교섭때 전향적인 수정제안을 준비하고 있다고는 하지만, 일몰제폐지와 품목대상확대 조건을 완전히 철회할 가능성은 현재로선 낮다는게 중론이다.
화물연대측은 "업무개시명령이 지금껏 한 번도 발동된 적이 없고, 정부가 화물 기사를 개인 사업자라고 하더니 무슨 근거로 일하라고 하느냐"면서 "투쟁수위를 지금보다 훨씬 더 높일 것"이라고 강경대응으로 맞설 것임을 예고했다.
야권 역시 정부의 "업무개시명령은 과잉 대응이며, 반헌법적 결정"이라며 즉각 반발하고 나섰다. 더불어민주당 박홍근 원내대표는 이날 원내대책회의에서 "정부가 약속을 파기한 것도 모자라 과잉대응으로 사태를 치킨게임으로 몰아가고 있다"며 "무능·무책임·무대책으로 일관한 정부가 사태를 되레 키웠다"고 지적했다.
김성환 민주당 정책위의장은 "파업의 원인 제공자는 화물연대가 아닌 정부인데도 2004년 제도 도입 이후 단한번도 실행하지 않은 업무개시명령을 발동하고 협박만 하고 있다"면서 "정부가 오히려 갈등을 조장하고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정의당 역시 이날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정부 비판에 가세했다. 이정미 대표는 "지난 6월 정부가 안전운임제 범위 확대를 약속한 정부가 답을 내놓기는 커녕 엄벌 타령만 하고 있다"며 "업무개시명령은 반헌법적인 위험한 칼이다. 실효성도 없고 시대착오적인 녹슨 칼"이라고 꼬집었다.
전문가들 "지속적인 대화로 타협점 찾아야"
정부와 화물연대의 강 대 강 대치에 야권까지 등판하면서 화물연대 사태는 장기화할 가능성을 더 키웠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에 따라 시멘트가 제때에 공급되지 않아 건설현장이 멈춘 건설업계를 비롯해 대형화물 의존도가 큰 제조업체를 중심으로 피해만 늘어가고 있다.
전문가들은 "정부가 히든카드로 내놓은 업무개시명령은 화물연대측이 굴복하고 순순히 따른다면 효과적인 조치이겠지만, 물러서지 않고 투쟁을 강화하겠다고 한다면, 굉장히 효과가 떨어지고 사태만 악화시키는 도화선이 될 것"이라고 입을 모으고 있다.
이어 "일각에선 화물연대측이 다음 교섭 때는 전향적인 수정 제안을 할 가능성을 시사한만큼, 정부도 강공 일변도의 대응을 멈추고 화물연대와의 대화를 계속하며 타협점을 찾는 노력이 수반돼야 이번 사태의 해법을 찾는 지름길"이라고 강조했다.
토요경제 / 양지욱 기자 yjw@sateconom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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