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회사채 시장에서 우량기업군인 AAA쏠림 현상이 심화하고 있다.지난달 27일 다수 기업이 입주한 서울 여의도 일대 모습. <사진=연합뉴스제공> |
작년에 춘천 레고랜드 사태로 촉발된 금융위기 여파로 회사채 시장이 꽁꽁 얼어붙으면서 초우량기업 위주의 쏠림 현상이 두드러진 것으로 나타났다.
금융당국의 시장 안정화 정책이 효과를 보고 있다지만 경기침체와 고금리 상황이 여전해서 신용등급이 최고 수준인 초우량인 기업들을 제외하고 회사채 발행이 50% 안팎 급감한 것이다.
특히 이같은 부익부빈익빈 현상은 올들어서 그대로 이어지고 있다. 이에 따라 회사채 시장의 양극화로 인해 신용등급이 낮은 기업들 위주로 자금경색이 더욱 심해질 것으로 우려된다.
9일 금융정보업체 연합인포맥스에 따르면 지난해 트리플A(AAA등급) 일반 회사채 발행 규모는 총 12조3250억원으로 지난 2021년 11조9천억원에 비해 4% 가량 늘어난 것으로 집계됐다.
반면 AAA 미만 등급의 회사채 발행은 일제히 급감했다. 특히 A등급군(A-∼A+) 발행 규모의 감소폭이 가장 컸다. A등급군의 지난해 회사채 발행규모는 총 6조3450억원에 그쳐 2021년에 비해 55% 급감했다. 같은 기간 AA(AA-∼AA+)와 BBB(BBB-∼BBB+)등급군도 각각 32%, 35% 줄었다.
이 같은 현상은 지난해 예상보다 금리가 가파르게 오른 데다가 하반기에 레고랜드 사태가 터지면서 자금조달 여건이 급격히 악화, '트리플A급' 초우량 기업을 제외하고는 회사채 발행 자체에 엄두를 내지 못했기 때문이다.
김상만 하나증권 연구원은 "AAA급 기업들은 시장 상황이 나빠져도 높은 금리를 주고서라도 회사채 발행이 가능했지만, 그 이하 등급의 기업들은 레고랜드 사태의 직격탄을 맞아 발행 타이밍을 놓친 측면이 크다"고 분석했다.
업계에선 "무엇보다 레고랜드 사태는 시장의 불안심리를 더욱 조장하는 결정적인 계기가 된 것이 사실"이라며 "A등급 이상이면 비교적 우량기업군에 속하는데, 금리를 더 높여도 회사채 발행이 안되는 상황은 분명 큰 문제"라고 지적한다.
이같은 상황은 새해들어서도 그대로 이어지는 추세다. 올들어 지난해 고점 대비 낮아진 발행금리, 기관투자자들의 계절성 수요 증가, 당국의 시장 안정화 정책 효과 등이 맞물리며 회사채 발행이 부쩍 늘었지만, AA급 이상의 우량 기업들이 대부분이다.
연초 수요예측에서 3조원에 가까운 자금이 몰렸던 KT(AAA)와 4조원 가까이 매수 주문이 몰렸던 포스코(AA+), 1조원이 넘는 뭉칫돈이 들어온 이마트(AA), 3조원 이상의 돈이 몰린 LG유플러스(AA) 모두 AA등급 이상의 신용도를 지닌 우량 기업들이다. KT가 모집금액의 15.9배에 달한 것을 필두로 포스코는 11.3배, LG유플러스는 16.3배의 자금이 각각 모였다.
9일 삼성증권과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1월 첫째 주 국내 회사채 발행 시장에서 수요예측 규모(9700억원)의 12배에 이르는 11조8천억원의 투자 자금이 몰리는 등 우량 회사채 수요가 강세를 나타내고 있다. 수요예측 경쟁률(수요예측 참여액/ 수요예측 금액)은 평균 1357%에 달한다.
이는 올들어 경기침체 국면이 가속화하는 추세를 보이는 데다가 기업들의 실적 부진과 자금난이 맞물려 신용등급이 상대적으로 낮은 기업들의 회사채에 대한 시장의 의구심이 커졌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안소영 한화투자증권 연구원은 "경기둔화가 심화할 것이란 전망 아래 올해 상반기 기업들의 신용등급 및 등급 전망의 하방 압력이 확대될 것"이라며 "특히 고금리 상황에서 이자 보상 대응능력이 상대적으로 떨어지는 투기 등급 기업과 상위 등급 기업 간의 양극화는 갈수록 심화할 것"으로 내다봤다.
전문가들은 "우량등급 기업들이 연초부터 회사채를 활발히 발행하며 기관들의 수요를 빠르게 선점하면 비우량등급 기업들의 입지는 더욱 좁아질 수밖에 없다"고 전제하며 "부동산PF 리스크 우려로 급격히 냉각된 회사채 투자심리를 되살리는게 시급하다"고 강조한다.
토요경제 / 양지욱 기자 yjw@sateconom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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