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광그룹의 쇼핑 리스트, 시장은 왜 불안해하나

증권·자본시장 / 위아람 기자 / 2026-06-16 15:13:24
태광산업 1분기 영업손실 114억원·흥국화재 적자 전환…태광 측 “사업 재편 투자, 유보금·외부조달로 재원 마련”
▲태광 그룹 CI

태광그룹 계열사들의 공격적 인수합병(M&A) 행보를 두고 시장의 의문이 커지고 있다. 핵심 상장사인 태광산업은 올해 1분기에도 영업손실을 냈고, 보험 계열사인 흥국화재는 적자 전환했다. 여기에 이호진 전 태광그룹 회장의 횡령·배임 혐의 기소, 자사주 활용 논란, 저배당 지적까지 겹쳤다. 이런 상황에서 KDB생명과 예별손해보험 인수 후보로까지 거론되면서 확장보다 내실과 신뢰 회복이 먼저라는 지적이 나온다.


태광산업의 올해 1분기 실적은 외형보다 수익성이 문제였다. 태광산업의 1분기 매출은 5333억원으로 집계됐지만 영업손실은 114억원을 기록했다. 섬유와 석유화학 업황 부진이 이어지면서 본업 회복이 지연된 것이다. 지난해에도 태광산업은 연결 기준 영업손실 354억원을 내며 적자를 지속했다.

태광 측은 사업구조 재편을 위한 투자라는 입장이다. 태광 측은 16일 <토요경제> 질의에 “태광산업은 석유화학·섬유 업황 악화 속에서 사업구조 재편을 위해 지난해 7월 조 단위 규모의 투자에 나선다고 밝힌 바 있다”며 “구체적인 투자 대상은 화장품·에너지·부동산 개발 관련 기업의 인수·설립을 중심으로 하며, 기존 석유·섬유 사업에도 약 5000억원 규모 투자가 포함돼 있다”고 답변했다.

M&A 재원에 대해서는 “신규 사업 진출 관련 재원은 무차입 경영 기조를 유지하면서 쌓아둔 유보금 활용과 외부 자금 조달을 통해 조달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애경산업, 동성제약, 호텔, 보험사 인수 등으로 거론되는 M&A 재원 조달 방식에 대한 질의에도 같은 답변으로 갈음했다.

보험 계열의 상황도 부담이다. 흥국화재는 올해 1분기 당기순손실 6억6400만원을 기록해 적자 전환했다. 전년 동기에는 1195억원대 흑자를 냈지만, 올해는 투자손익이 218억원 순손실로 돌아서며 실적을 끌어내렸다. 보험손익도 196억7200만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66.7% 줄었다. 경과조치 적용 전 기준 K-ICS 비율도 157%로 전년 동기보다 낮아진 것으로 평가됐다.

그런데도 태광그룹 보험 계열사는 보험사 M&A 시장에서 후보로 거론되고 있다. 업계에서는 흥국생명이 KDB생명 인수전을, 흥국화재가 예별손해보험 인수를 각각 검토하는 것으로 보고 있다. KDB생명 매각 예비입찰에는 흥국생명을 비롯해 한국투자금융지주, 삼성생명, 한화생명, 교보생명 등이 참여한 것으로 알려졌다. 예별손보 역시 흥국화재가 검토 중인 매물로 언급됐다.

태광 측은 흥국화재 적자 전환과 예별손보 인수 검토는 별개라고 설명했다. 태광 측은 본지 질의에 “검토 중이기 때문에 현재로서는 알 수 없다”며 “6월 말경 인수의향서를 제출하는데 정답이라는 게 없는 일”이라고 답변했다. 이어 “적자 전환한 것과 예별손보를 인수하는 것은 상관이 없다”고 밝혔다. KDB생명 인수 검토 여부에 대해서는 “정해진 바가 없다”고 선을 그었다.

문제는 인수 대상의 체력이다. 예별손보는 지난해 말 기준 K-ICS 비율이 경과조치 전 -8.24%, 적용 후 -9.69%로 금융당국 권고치에 크게 못 미쳤고, 자본총계도 마이너스 4870억원 수준으로 알려졌다. 업계에서는 정상화에 상당한 자본 투입이 필요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보험 계열의 수익성이 흔들리는 상황에서 추가 보험사 인수를 검토하는 것 자체가 부담으로 해석되는 이유다.

태광그룹 계열사들의 M&A 행보는 보험에만 그치지 않는다. 태광산업은 유암코와 컨소시엄을 구성해 동성제약 인수를 추진했고, 앞서 애경산업 인수도 추진했다. 남대문 메리어트 호텔 인수에도 나섰다. 섬유·석유화학 중심의 기존 사업구조를 뷰티, 헬스케어, 부동산, 금융으로 넓히겠다는 전략이다. 다만 본업 적자 상황에서 여러 산업을 동시에 사들이는 방식이 안정적인 사업 재편인지에 대해서는 검증이 필요하다.

주주가치 논란도 남아 있다. 태광산업 2대 주주인 트러스톤자산운용은 올해 공개 주주서한을 통해 태광산업의 저평가, 저배당, 유휴 부동산, 이사회 독립성 문제를 제기했다. 트러스톤은 태광산업의 PBR이 0.2배 수준이고, 약 4조원 규모로 추산되는 부동산 자산을 제대로 활용하지 못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최근 10년 평균 배당성향이 1%대에 그쳤다는 비판도 제기됐다.

자사주 교환사채 논란도 있었다. 태광산업은 보유 자사주 24.41% 전량을 기초로 3186억원 규모 교환사채 발행을 추진했다가 주주 반발과 시장 여건 변화 등을 이유로 철회했다. 회사는 주주가치 보호와 정부 정책 기조를 고려한 결정이라고 설명했지만, 저평가 상태에서 자사주를 활용한 자금 조달을 추진했다는 점에서 논란은 남았다.

태광 측은 자사주 활용 논란에 대해 정해진 방침이 없다고 밝혔다. 태광 측은 본지 질의에 “자사주의 구체적 활용 방침에 대해서는 아직 정해진 바가 없다”고 답변했다.

오너 리스크도 부담이다. 서울중앙지검은 지난 5월 이호진 전 태광그룹 회장을 횡령·배임 혐의로 불구속 기소했다. 이 전 회장은 계열사를 동원해 직원 급여를 허위 지급한 뒤 빼돌리는 방식으로 31억원 상당의 비자금을 조성한 혐의 등을 받고 있다. 태광CC 골프연습장 공사비 약 6억원 대납, 계열사 법인카드 약 8000만원 사적 사용 혐의도 포함됐다. 다만 혐의는 재판에서 확정된 것은 아니다.

태광 측은 이 전 회장 기소와 M&A 추진은 무관하다는 입장이다. 태광 측은 “최근 검찰의 기소는 수백억원대 사기대출 혐의로 재판을 받고 있는 김모 전 경영협의회 의장의 음해성 제보에서 비롯된 것”이라며 “향후 재판 과정에서 성실하게 소명할 예정”이라고 답변했다. 이어 “M&A 등을 포함한 사업 재편 투자와는 무관하다”고 밝혔다.

결국 쟁점은 M&A 자체가 아니라 순서와 신뢰다. 태광산업의 섬유·석유화학 업황이 악화된 만큼 신사업 진출 필요성은 있다. 태광 측도 유보금과 외부 조달을 활용해 사업구조를 바꾸겠다는 계획을 제시했다. 그러나 본업 적자, 보험 계열 수익성 저하, 주주가치 논란, 오너 리스크가 동시에 남아 있는 상황에서 공격적 M&A는 시장에 기대보다 부담을 먼저 줄 수 있다.

태광그룹 계열사들이 답해야 할 질문은 “무엇을 더 살 것인가”만이 아니다. 기존 사업을 어떻게 회복할 것인지, 보험계열 건전성을 어떻게 관리할 것인지, 주주와 보험계약자 신뢰를 어떤 방식으로 확보할 것인지다. 사업 재편의 명분은 제시됐다. 이제 필요한 것은 그 명분을 뒷받침할 재무 계획과 투명한 실행이다.

 

토요경제 / 위아람 기자 moon@sateconom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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