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른 더위에 지원금까지…편의점, ‘동네 장보기 채널’로 커졌다

유통·소비재 / 김은선 기자 / 2026-06-03 01:13:32
지원금 사용처 된 편의점…장보기 수요 몰려
얼음부터 아이스크림까지…이른 무더위에 여름상품 '불티'
▲ GS25 신선식품 코너/사진=GS25

 

편의점이 단순한 간편식·즉석식품 판매처를 넘어 생활밀착형 소비 채널로 빠르게 확장되고 있다. 올해 5월 예년보다 빠른 무더위가 찾아오면서 얼음, 음료, 아이스크림 등 여름 상품 수요가 앞당겨진 데다 고유가 피해 지원금 사용처로 편의점 가맹점이 포함되면서 생필품 소비까지 몰린 영향이다.

특히 대형마트와 온라인몰이 지원금 사용 불가 업종으로 묶인 사이, 전국 곳곳에 촘촘히 자리 잡은 편의점은 반사이익을 누렸다. 소비자들이 가까운 편의점에서 지원금을 쓰기 시작하면서 기존 주력 품목인 음료·빙과류뿐 아니라 계란, 채소, 정육, 양곡, 화장지, 세제 등 장보기 품목의 매출도 함께 뛰었다.

편의점 4사의 5월 매출 흐름은 이 같은 변화를 뚜렷하게 보여준다. GS25는 지난달 빙과류 매출이 전년 동월 대비 36.9%, 음료가 23.7% 증가했다. 더 눈에 띄는 것은 신선식품이다. 신선강화형 매장을 중심으로 채소 매출은 112.2%, 계란은 68.6%, 축산은 67.3% 늘었다. 편의점에서도 장을 보는 소비 행태가 확산되고 있다는 의미다.

CU도 때 이른 더위 효과를 톡톡히 봤다. 지난달 18일부터 25일까지 얼음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40.4% 늘었고, 아이스크림은 26.8%, 맥주는 23.6%, 이온음료는 22.6% 증가했다. 생수도 30.6% 늘며 여름철 필수 상품군 전반이 고르게 성장했다. 가정의달 나들이객 증가와 기온 상승이 맞물리면서 야외 활동과 즉시 소비형 상품 수요가 동시에 커진 것으로 풀이된다.

세븐일레븐 역시 무더위와 지원금 효과가 겹치며 주요 상품군 매출이 일제히 올랐다. 지난달 1일부터 27일까지 살충제 매출은 46%, 디저트는 39%, 아이스크림은 21%, 스낵은 20%, 신선식품은 19%, 생수는 13% 증가했다. 여기에 프로야구 인기가 더해지면서 롯데자이언츠, KIA 타이거즈 등 인기 구단과 협업한 KBO 콜라보 상품도 야구팬들의 발길을 끌었다.

이마트24는 지원금 효과가 장보기 품목에서 두드러졌다. 고유가 피해 지원금 지급 이후 양곡 매출은 64%, 정육과 계란은 각각 37%, 과일·채소는 24% 늘었다. 자체 브랜드 ‘옐로우(Ye!low)’ 할인 행사 효과도 더해졌다. 입는 오버나이트 매출은 전월 대비 231% 급증했고, 3겹 화장지와 액체세탁세제도 각각 40%, 38% 증가했다.

기념일 수요도 편의점 매출 확대에 힘을 보탰다. 어버이날과 스승의날이 모두 금요일과 겹치면서 꽃, 카드, 디저트 상품 판매가 늘었다. GS25의 카네이션 등 생화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26.5%, 편지 카드는 13.1% 증가했다. 이마트24도 어버이날과 스승의날 관련 매출이 지난해 같은 요일 대비 두 자릿수 이상 늘었다. 두바이 스타일 디저트와 우베크림도넛 등 화제성 신제품 인기에 힘입어 디저트·빵 카테고리 매출도 146% 증가했다.

이번 매출 증가는 단기 이벤트 효과에 그치지 않는다는 점에서 주목된다. 편의점은 그동안 접근성과 즉시성을 앞세워 간편식, 음료, 주류 중심의 소비 채널로 성장해왔다. 그러나 최근에는 신선식품, 생필품, PB 상품, 디저트까지 상품군을 넓히며 ‘작은 마트’에 가까운 역할을 강화하고 있다. 소비자 입장에서는 멀리 이동하지 않고도 필요한 물건을 바로 살 수 있고, 지원금까지 사용할 수 있다는 점이 편의점 이용을 늘린 요인으로 작용했다.

업계에서는 본격적인 여름 성수기를 앞두고 편의점 매출 강세가 당분간 이어질 것으로 보고 있다. 고유가 피해 지원금 2차 신청이 다음달 3일까지 이어지는 데다 기온 상승에 따른 음료, 얼음, 아이스크림, 생수 수요도 계속 확대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다만 이번 흐름은 편의점 업계에 과제도 남긴다. 지원금과 계절 특수에 따른 일시적 매출 증가를 넘어 신선식품과 생필품 구매 고객을 얼마나 지속적으로 붙잡을 수 있느냐가 중요해졌다. 가격 경쟁력, 상품 신선도, 점포별 재고 관리, PB 상품 차별화가 향후 편의점 장보기 시장의 성패를 가를 전망이다.

편의점은 이제 급할 때 들르는 공간을 넘어 생활비가 쓰이는 동네 소비 거점으로 바뀌고 있다. 이른 무더위와 지원금 특수가 그 변화를 앞당겼을 뿐이다. 올해 여름 편의점 업계의 경쟁은 단순히 누가 아이스크림과 음료를 더 많이 파느냐가 아니라, 누가 소비자의 장바구니를 더 오래 붙잡느냐에 달려 있다.

 

토요경제 / 김은선 기자 kes@sateconom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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