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생에너지 7법 통과…전력망 정치, 산업정책 전면으로

정치·사회 / 조봉환 기자 / 2026-08-24 14:20:47
RPS 15년 만에 개편…AI·반도체 전력수요, 지역소득, 석탄지역 고용까지 한꺼번에 걸렸다
▲20일 국회에서 열린 본회의에서 최용훈·최길수·강지식 특별감찰관 후보자 추천안이 찬반 투표를 거쳐 가결되고 있다. 2026.8.20 [연합뉴스]

 

재생에너지 제도 개편 법안 7건이 지난 20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하면서 전력망 문제가 정치·산업정책의 핵심 의제로 올라섰다. 기후에너지환경부는 전기사업법, 분산에너지 활성화 특별법, 재생에너지 개발·이용·보급 촉진법 등 7개 법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했다고 밝혔다. 정부는 이번 법안의 배경을 “인공지능 등 첨단산업 개발, 기후위기 대응 및 에너지안보”라고 설명했다.

이번 법안의 핵심은 재생에너지 보급 방식과 전력망 건설 방식을 함께 바꾼 데 있다. 먼저 2012년 도입된 재생에너지 공급의무화 제도(RPS)가 15년 만에 개편된다. 기존 RPS는 발전사들이 재생에너지 공급인증서(REC)를 사거나 직접 발전하는 방식이었다. 새 제도에서는 2027년부터 신규 재생에너지 설비에 REC를 발급하지 않고, 발전원별 계약시장에서 경쟁 입찰로 낙찰자를 정한다. 낙찰 설비는 한국전력과 장기 고정가격 전력구매계약을 맺는다.

정부가 이 구조를 택한 이유는 비용과 금융 때문이다. REC 가격 변동성이 크면 발전사업자는 수익을 예측하기 어렵고, 금융기관도 장기 대출을 꺼린다. 정부는 한전 장기계약을 통해 수익 안정성을 높이고 금융비용을 낮추겠다는 구상이다. 기존 사업자는 받던 REC를 최대 20년간 계속 발급받고, REC 현물시장은 2029년 말까지 3년 유예된다.

더 큰 변화는 전력망이다. 지금까지 재생에너지 설비가 늘어도 송전·배전망이 부족하면 전기를 팔 수 없었다. 일부 지역에서는 태양광·풍력 발전소가 계통 접속을 기다리거나 출력제어를 감수해야 했다. 정부는 국가기간 전력망 주변지역에서 추진하는 1MW 이하 공익적 주민참여형 재생에너지 사업에 전력계통 우선 접속 근거를 만들었다. ‘햇빛소득마을’ 같은 사업을 밀어 지역소득과 재생에너지 보급을 함께 추진하겠다는 뜻이다.

전력망 건설 방식도 바뀐다. 다수의 재생에너지 발전설비를 공동으로 계통에 연결할 수 있도록 공동접속설비의 법적 근거를 만들었다. 또 국가기간 전력망 건설은 그동안 한국전력만 할 수 있었지만, 전력망확충위원회 의결을 거치면 민간사업자도 2029년 12월까지 개발사업에 참여할 수 있게 했다. 개발이 끝난 설비는 즉시 한전에 양도하는 구조다.

정치적 쟁점은 전기요금과 지역 수용성이다. 장기 고정가격 계약은 사업자에게 안정성을 주지만, 구매 비용은 결국 전력시장과 전기요금 체계에 반영될 수 있다. 재생에너지 우선 접속도 공익적 사업에는 도움이 되지만, 계통이 부족한 지역에서는 기존 발전사업자와 형평성 논란이 생길 수 있다. 전력망을 새로 놓는 과정에서는 주민 보상과 입지 갈등이 불가피하다.

석탄화력발전소 폐지지역 지원 특별법도 함께 통과됐다. 노후 석탄화력발전소가 단계적으로 폐지되면서 노동자 고용불안과 지역경제 침체가 우려되자, 폐지계획 수립·승인 절차와 전직지원, 대체산업 육성 근거를 마련했다. 에너지 전환이 발전소 노동자와 지역경제 문제로 번지는 것을 막기 위한 장치다.

폐기물 국가 간 이동법 개정도 자원안보와 연결된다. 폐기물 수입 유효기간을 국제기준에 맞춰 1년에서 최대 3년으로 늘리고, 희토류 등 핵심광물이 포함된 폐자원의 국내 수급 안정을 위해 수출제한 근거도 마련했다. 재생에너지 7법은 전력뿐 아니라 핵심광물과 순환자원 정책까지 묶은 패키지다.

이번 입법은 재생에너지를 환경정책에서 산업정책으로 옮겨놓는 계기가 될 수 있다. AI 데이터센터와 반도체 공장은 대규모 전력과 RE100 대응을 동시에 요구한다. 전력망이 늦으면 공장 입지도 늦고, 재생에너지 조달이 어려우면 수출기업의 공급망 경쟁력도 흔들린다. 정부가 “재생에너지 대전환”을 말하는 배경이다.

관건은 하위법령이다. 발전원별 입찰 물량, 상한가격, 한전 구매비용 회수 방식, 민간 전력망 참여 조건, 기존 REC 사업자 전환 방식이 정해져야 시장이 움직인다. 기후에너지환경부는 법 공포 뒤 공청회와 설명회, 간담회를 거쳐 9~10월 하위법령을 입법예고하고 2027년 1월 1일 시행하겠다는 일정을 제시했다. 재생에너지 7법은 통과가 끝이 아니다. 이제 전력망과 비용, 지역 수용성을 어떻게 설계하느냐가 2차 정치 쟁점으로 남았다.

 

토요경제 / 조봉환 기자 ceo@sateconom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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