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스코 수소환원제철, K-GX 핵심사업…수소·전력비와 강재 수요가 관건

산업 / 김지영 기자 / 2026-10-14 03:58:35
2028년 포항 하이렉스 실증설비 구축…2030년 상용화 기술 확보 목표
한국전력 전력망·포스코인터내셔널 에너지사업 연계 가능성
현대차·기아·HD현대중공업 등 저탄소 강재 구매시장 형성이 변수
▲ 이주태 포스코홀딩스 사장이 7일 서울 한 회의장에서 이재명 대통령 주재로 열린 한국형 녹색대전환(K-GX) 전략 국민보고회에서 발표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정부가 포스코의 수소환원제철을 한국형 녹색대전환(K-GX)의 핵심 사업으로 추진한다.

 

기술 실증과 함께 청정수소·전력의 조달비용을 낮추고 자동차·조선업계의 저탄소 강재 구매시장을 확보하는 것이 상용화의 관건이다.

14일 산업통상부와 포스코그룹에 따르면 정부는 지난 7일 발표한 K-GX 전략에서 철강산업의 탈탄소 전환을 주요 과제로 선정했다. 포스코그룹(회장 장인화)은 이날 대통령 주재 국민보고회에서 '철강 GX 기반 탈탄소 산업 생태계 구축' 계획을 발표했다.

정부는 2030년까지 연산 30만톤 규모의 수소환원제철 실증사업을 추진하고 청정수소 생산기지 구축과 안정적인 전력 공급을 지원할 방침이다. 장기적으로는 수소환원제철을 상용화해 저탄소 철강의 생산 기반을 확보한다는 구상이다.

포스코(대표이사 이희근)는 이보다 앞선 2028년까지 포항제철소에 연산 30만톤 규모의 하이렉스(HyREX) 실증설비를 구축하고 2030년까지 상용화 기술을 확보할 계획이다.

하이렉스는 기존 고로에서 사용하는 석탄 대신 수소로 철광석의 산소를 제거하고 전기용융로에서 쇳물을 생산하는 기술이다. 포스코는 파이넥스(FINEX) 공정에서 축적한 유동환원로 기술을 바탕으로 개발하고 있다.

기존 고로는 석탄을 환원제와 열원으로 사용하지만 하이렉스는 수소와 전력을 활용한다. 탄소배출을 줄일 수 있는 반면 대규모 청정수소와 전력 공급이 필요하다.

포스코는 수소환원제철 공정이 24시간 연속 가동되는 특성을 고려해 안정적인 청정에너지 공급을 상용화의 필수 조건으로 제시했다.

경제성을 좌우하는 첫 번째 변수는 청정수소 가격이다.

수소환원제철은 청정수소의 생산비용뿐 아니라 저장과 운송, 공급시설 운영비까지 부담해야 한다. 수소 조달비용이 높으면 탄소배출을 줄이더라도 기존 고로 방식보다 철강 생산원가가 상승할 수 있다.

전력도 마찬가지다. 철광석을 환원한 뒤 쇳물을 만드는 전기용융 공정에는 상당한 전력이 필요하다. 전력 생산 과정의 탄소배출까지 줄이려면 청정전원 확보도 병행해야 한다.

정부가 이번 K-GX 전략에 수소 생산기지 구축과 기업 투자에 연계한 저렴한 전력의 안정적 공급 방안을 포함한 것도 이 때문이다. 다만 수소와 전력의 구체적인 공급가격 및 물량은 아직 확정되지 않았다.

한국전력(사장 김동철)의 송배전망 투자 역시 관련 산업의 기반시설 확충과 연결된다. 발전설비를 확보하더라도 제철소까지 필요한 전력을 안정적으로 공급할 송전 인프라가 부족하면 설비 운영에 제약이 발생할 수 있다.

포스코그룹은 에너지 계열사와의 협력 가능성도 갖추고 있다.

포스코인터내셔널(대표이사 이계인)은 국내 해상풍력과 태양광 등 재생에너지 사업을 추진하고 있으며 포스코이앤씨는 원전과 소형모듈원자로(SMR) 등 에너지시설의 설계·조달·시공(EPC) 역량을 확대하고 있다.

다만 이들 사업이 하이렉스에 필요한 수소나 전력을 직접 공급하는 계약으로 연결된 것은 아니다. 실제 사업화 과정에서는 에너지 공급원과 물량, 가격, 설비 구축 일정을 구체화해야 한다.

수소환원제철의 또 다른 과제는 생산원가 상승분을 판매가격에 반영할 수 있는 시장을 확보하는 것이다.

저탄소 강재는 기존 제품보다 생산비용이 높아질 수 있다. 철강사가 청정에너지 사용에 따른 비용을 모두 부담하면 수익성이 낮아지고, 구매기업에 전가하면 해당 제품을 사용하는 제조업체의 원가 부담이 커진다.

자동차산업이 대표적인 수요처다.

포스코그룹은 지난해 4월 현대자동차그룹과 철강 및 이차전지 분야의 전략적 협력 업무협약을 체결했다. 양측은 탄소저감 철강재와 미래 모빌리티 소재 분야의 협력을 강화하기로 했다.

현대차·기아는 자동차 생산 과정에서 강판을 대규모로 사용한다. 저탄소 자동차강판을 적용하면 소재 생산 단계의 탄소배출을 줄일 수 있지만 기존 제품보다 높은 구매가격을 부담해야 할 가능성도 있다.

따라서 저탄소 강판의 품질과 공급 안정성뿐 아니라 추가 비용을 어느 수준까지 수용할 수 있는지가 실제 계약의 변수가 된다. 현재 현대차·기아가 하이렉스 생산 강재를 특정 가격이나 물량으로 구매하기로 확정한 것은 아니다.

조선업계도 주요 수요시장으로 꼽힌다.

HD현대중공업과 삼성중공업, 한화오션은 선박 건조에 후판 등 철강재를 사용한다. 저탄소 철강 공급이 확대되면 선박 건조 과정에서 발생하는 탄소배출을 줄이는 데 활용할 수 있다.

다만 조선사는 선박 수주 당시 정해진 가격과 건조원가를 관리해야 한다. 저탄소 후판의 추가 구매비용을 선박 가격에 반영하려면 선주와의 계약조건도 중요해진다.

삼성전자와 LG전자 등 가전업계 역시 잠재적인 수요처다. 냉장고와 세탁기 등 가전제품에 사용되는 철강재를 저탄소 제품으로 대체하면 공급망 차원의 탄소배출을 줄일 수 있다.

결국 저탄소 철강의 시장 확대는 포스코의 생산기술뿐 아니라 구매기업의 비용 부담과 제품가격 경쟁력에 영향을 받는다.

포스코그룹이 이번 K-GX 발표에서 저탄소 철강의 가치가 판매가격에 반영되는 '그린 프리미엄 시장' 조성을 강조한 이유다.

회사는 저탄소 철강의 표준화와 녹색구매 촉진을 위한 제도적 지원을 제안했다. 제품별 탄소배출 기준과 검증체계가 마련되면 구매기업이 저탄소 강재의 환경적 성과를 비교하고 구매계약에 반영할 수 있다는 판단이다.

다만 녹색구매 확대를 위한 구체적인 제도와 지원 방식은 향후 정책 과정에서 확정해야 한다.

정부의 K-GX 재정·금융지원도 이러한 산업 전환을 뒷받침하는 수단이다.

정부는 2026년부터 2035년까지 10년간 재정 200조원과 기후금융 790조원 이상 등 총 1000조원 규모의 재원을 투입할 계획이다. 산업 전반의 녹색전환을 지원하는 재원으로 포스코 수소환원제철에 별도로 배정된 금액은 아니다.

철강 분야에서는 기술개발과 실증을 지원하는 동시에 청정에너지 공급 기반과 저탄소 제품시장을 조성하는 것이 주요 과제다.

포스코그룹은 이를 위해 기술과 설비전환, 시장, 에너지, 정책을 결합한 민관 협력체계 '팀업(TIMUP)'을 제안했다. 기업이 기술개발과 설비투자를 담당하고 정부가 에너지 공급과 인프라, 시장 형성을 지원하는 구조다.

사업의 출발점은 포항과 울산을 연결하는 동남권 탈탄소 클러스터다.

포스코는 포항 하이렉스 실증설비를 중심으로 청정수소 공급망과 주변 산업단지를 연결하고, 향후 광양 중심의 서남권으로 사업을 확대할 계획이다.

회사는 동남권 클러스터 구축을 통해 약 6조원의 경제효과와 1만4000명의 고용 창출, 연간 56만톤의 추가 탄소 감축 효과를 기대하고 있다. 이는 사업 추진에 따른 회사 측 전망으로 실제 성과와는 구분된다.

포스코는 수소환원제철 상용화에 앞서 기존 생산시설의 탄소배출을 줄이는 작업도 진행하고 있다.

지난 6월에는 광양제철소에 연산 250만톤 규모의 전기로를 준공했다. 철스크랩을 활용하는 전기로와 철광석을 수소로 환원하는 하이렉스는 서로 다른 공정이지만 철강 생산 과정의 탄소배출을 줄이기 위한 단계적 전환 전략에 포함된다.

현대제철 역시 전기로 기반 저탄소 강재 생산기술을 고도화하고 있다. 국내 철강업계가 탄소감축 설비투자를 확대하면서 생산기술과 에너지 조달, 제품 품질, 판매가격을 둘러싼 경쟁도 변화하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정부의 K-GX 정책은 철강산업의 탈탄소 전환에 필요한 초기 투자 부담을 줄이고 관련 인프라 구축을 지원하는 역할을 맡게 된다.

다만 기술 실증 성공이 곧바로 상업적 경쟁력 확보를 의미하지는 않는다.

하이렉스의 실제 생산량과 가동률, 청정수소 사용량, 전력 소비량을 확인해야 기존 고로 대비 생산원가를 비교할 수 있다. 여기에 설비투자비와 유지관리비, 제품 판매가격을 반영해야 투자수익성을 판단할 수 있다.

저탄소 강재의 구매계약 확보도 중요한 지표다. 자동차와 조선, 가전업계가 추가 비용을 부담하면서 제품을 사용할 수 있어야 생산시설 확대가 지속적인 매출과 이익으로 이어질 수 있다.

포스코 수소환원제철은 철강산업의 탄소배출을 줄이는 기술인 동시에 국내 제조업의 소재 조달과 원가구조에 영향을 미치는 사업이다.

정부 K-GX 전략의 성과는 실증설비 구축 이후 청정에너지 공급과 저탄소 철강 판매가 실제로 연결되는 과정에서 확인될 전망이다. 포스코가 경쟁력 있는 생산원가를 확보하고 주요 제조업체와 안정적인 공급계약을 체결할 수 있느냐가 상용화의 경제성을 가를 핵심 변수다.

토요경제 / 김지영 기자 jykim.media@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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