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조실 심의 거쳐 이르면 내달부터 3개월 한시적으로 SMP상한제 시행
| ▲SMP상한제 도입이 임박하자 민간발전업계가 반발하고 나섰다. 사진은 지난 6월 한국집단에너지협회 주최로 열린 SMP 상한제 철회 촉구 집회 장면. <사진=연합뉴스제공> |
국제 에너지가격이 급등으로 민간 발전 대기업들이 막대한 수익을 창출하며 콧노래를 부르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에너지가격 급등이 전기와 가스료 인상으로 이어지며 정부와 한전은 물론, 가계와 기업에 날로 부담을 가중시키고 있는 가운데 발전사들만이 사상 최대 수준의 이익을 내고 있는 것이다.
이같은 현상은 전기 생산에 필요한 LNG 등의 수입단가가 급등한데다, 고환율이 맞물리면서 발전사들의 전기판매가격, 즉 전력도매가격(SMP)이 가파르게 상승한 때문이다.
물가상승 압박을 이유로 SMP 상승을 소매단가에 전가하기 힘든 한전이 3분기까지 누적 손실이 20조원을 넘어서는 등 심각한 경영위기에 빠진 것과는 사뭇 대조적인 상황이다.
글로벌 에너지가격 급등의 최대 수혜자가 민간 발전 대기업들인 것으로 드러남에 따라 본격 시행을 놓고 논란이 일고 있는 SMP상한제 도입이 앞당겨질 가능성이 높아졌다는 분석이 나온다.
25일 관련 업계와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DART)에 따르면 글로벌 에너지 가격 폭등으로 한전에 전기를 만들어 파는 대기업 계열 발전사들이 사상 최대 흑자를 기록한 것으로 나타났다.
SK(SK E&S·파주에너지), GS(GS EPS·GS파워), 포스코(포스코에너지), 삼천리(에스파워) 등 4개 대기업집단 계열 민간 발전 6개사의 영업 이익 합계는 올 3분기까지 무려 1조5233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집계됐다. 사상 최대규모의 이익 실현이다.
SK E&S 영업이익 전년대비 3배 증가 눈길
더욱 주목할만한 것은 이익 규모도 크지만, 지난해 대비 이익규모가 엄청나게 늘어났다는 점이다. 4대그룹 6개 발전사의 3분기까지 영업이익은 전년 동기(8101억원) 대비로 무려 1.9배에 달한다.
발전사별로 보면 GS EPS가 3분기까지 총 4966억원의 영업이익을 내며 민간발전사로는 가장 많은 이익을 냈다. GS파워(2502억원), 파주에너지(2499억원), SK E&S(2286억원), 포스코에너지(203억원), 에스파워(465억원) 등도 2천억원대의 높은 영업이익을 올렸다. 이중 SK E&S는 작년(740억원) 동기 대비 무려 3배가 넘는 이익을 창출하며, 국제에너지가격 급등 수혜를 톡톡히 봤다.
이처럼 민간 발전사들이 막대한 수익을 올린 것은 대부분의 전기생산 원료로 쓰이는 LNG가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국제시세가 폭등, 한전에 공급하는 SMP단가가 천정부지로 치솟은 때문이다.
한전의 한 관계자는 이와관련 "에너지가격 급등으로 대부분의 구성원이 고통을 겪고 있는데, 대기업 계열 민간 발전사만 천연가스 직수입으로 저렴한 가격에 연료를 공급받아 역대급의 호황을 누리고 있는 것은 불합리하다"고 지적했다.
정부와 한전은 이에따라 SMP상한제의 시행을 적극 검토중이다. 국무조정실은 이날 규제개혁위원회를 열고 SMP상한을 규정한 전력거래가격 상한에 관한 고시 개정안을 심의한다. 결과에 따라 당장 다음달 1일부터 한시적으로 시행에 들어간다는게 정부의 기본 방침이다.
SMP상한제는 한전이 전기를 사들이는 기준 가격인 SMP에 상한선을 둠으로써 과도한 SMP단가 상승을 인위적으로 막겠다는 게 골자다.
이 제도가 시행되면 한전은 비용 일부를 절감하지만 발전사들은 판매 가격을 낮추는 만큼 이익이 줄어든다. SMP상한제 의 기준은 직전 3개월간 SMP 평균이 최근 10년 평균의 1.5배를 넘어섰을 때에 적용된다.
국조실 SMP상한제 규정 심의...내달 도입 가시권
산업부에 따르면 12월 제도 시행 시 SMP 상한선은 1킬로와트시(㎾h)당 약 160원 수준으로 제한된다. 지난달 SMP가 ㎾h당 250원대인 점을 감안하면 발전사는 90원 정도의 수익이 줄어드는 셈이다.
이는 결국 한전의 비용 절감으로 이어진다. 발전사로부터 사들이는 전력구매가격이 250원대에서 160원대로 떨어지는 만큼 수 천억원대의 비용 절감이 가능하다. 일부에서는 1조원대까지 절감 효과를 거둘 것으로 추산한다.
산업부는 다만, 민간 발전 업계의 반발을 고려해 100㎾ 미만 소규모 발전기의 경우 SMP 상한제를 적용하지 않는 내용을 개정안에 포함시켰다.
SMP 상한제가 국조실 심의를 통과하면, 오는 28일 전력거래소 규칙개정위원회의 규칙 개정을 거쳐 이달 말까지 전기위원회, 산업부 장관 승인 등을 거쳐 내달 1일 본격 시행된다.
SMP상한제 도입이 눈앞의 일로 다가오자 수익 감소를 우려한 민간 발전업계의 반발이 거세지고 있다. 12개 에너지 협단체로 이뤄진 SMP상한제공동대책위원회는 25일 오후 정부서울청사 정문에서 SMP상한제 규탄 공동 기자회견을 갖고 행동에 나설 방침이다.
공동대책위 측은 "SMP상한제가 신재생에너지·집단에너지 발전 사업계에 큰 타격으로 이어질 것"이라며 "나아가 산업 생태계 파괴와 탄소중립 달성의 장애물과 국가 발전과 경쟁력 훼손으로 이어질 것"이라는 입장을 정부에 전달키로 했다.
그러나 한전의 적자 규모가 올해 30조원을 넘어수며 디폴트 위기까지 불거지고 있는데다가 민간 발전사들이 사상 최대규모의 영업이익을 낸 것이 드러남에 따라 정부가 발전업계의 반발을 수용할 가능성은 낮다는게 중론이다.
발전업계 반발 속 대책위 통해 절충안 제시
정부측은 "발전업계가 주장하는 신재생에너지업계의 타격 주장과 관련, 100㎾ 미만 규정에 재생에너지 사업자도 포함된다"며 "모두를 만족하는 규정을 만드는 것은 불가능하다"며 SMP상한제 조기 실시 의지를 숨기지 않았다.
이창양 산업부 장관은 앞서 지난 21일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전체회의에 출석, "에너지가 위기 상황이고 에너지 국민 부담이 너무 크기 때문에 어느 정도 고통을 조금씩 나눌 필요가 있다"며 "SMP상한제를 한시적으로 3개월 정도 실시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에 따라 공동 대책위측은 직전 3개월 SMP평균을 정부안대로 1.5배가 아닌 1.75~2배를 적용해 ㎾h당 200원대 범위 내에서 정산하는 중재안을 제시하고 있지만, 정부의 입장이 단호해서 이를 수용하지 않을 가능성이 농후하다는게 중론이다.
정부 관계자는 "민간사업자들은 여전히 SMP 상한제를 철회하거나 더 완화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으나 수용은 어려운 분위기"라며 "상한제가 전기요금 급등에 완충 작용을 하고, 소비자들을 보호한다는 명분이 더 강하다"고 정부내 분위기를 전했다.
발전사업자에 대해 이익 상한을 설정하거나 에너지 가격 폭등으로 반사이익을 얻은 에너지 기업에 '횡재세'를 부과하고 있는 해외 사례도 SMP상한제 도입에 설득력을 더해주고 있다.
실제 스페인과 포르투갈은 지난 6월부터 내년 5월까지 발전용 가스 가격 상한제를 도입했으며 스페인은 작년 9월부터 비(非) 화석발전원의 초과 이익을 환수하고 있다. 그런가하면 이탈리아는 지난 3월 발전·석유·가스생산 기업에, 영국은 지난 5월 석유·가스생산 기업에 횡재세 부과를 결정했다.
한편 SK증권은 25일 보고서를 통해 한전의 내년 전기요금 인상 폭이 제한될 것이라며 원자재 가격이 하락하지 않는 한 흑자 시현은 어려울 것으로 전망했다. 보고서는 한전의 올해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16.7% 증가한 70조7천억원, 영업손실은 29조원으로 예상된다고 지적했다.
토요경제 / 양지욱 기자 yjw@sateconom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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