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합]"투자 많이한 VC에 특혜"...위축된 벤처투자 되살아날까

체크Focus / 양지욱 기자 / 2022-11-04 14:17:23
이영 중기부장관, 4일 비상경제장관회의서 민간주도의 역동적 벤처투자 활성화 방안 발표
VC들 투자 늘리기 위한 특단의 당근책 적극 추진...'민간형 모태펀드' 조성도 적극 유도
▲이영 중소벤처기업부 장관이 4일 서울 강남구 팁스타운에서 역동적 벤처투자 생태계 조성 방안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제공>

증시의 장기 침체와 IPO(기업공개) 시장 냉각으로 벤처투자가 급격히 위축, 벤처생태계 전반의 악순환이 우려되자 정부가 특단의 조치를 단행했다.


중소벤처기업부(이하 중기부)가 벤처투자 활성화를 통해 벤처산업 전반에 새로운 활력을 불어넣기 위해 '역동적 벤처생태계 조성 방안'을 내놓은 것이다.


추경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4일 오전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비상경제장관회의를 통해 "최근 대내외 경제 여건 악화로 벤처투자가 위축되고 있다"며 "벤처투자의 역동성이 제고될 수 있도록 정책적 노력을 강화하겠다"고 말했다.

 

▲추경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4일 비상경제장관회의에서 벤처투자의 역동성이 제고될 수 있도록 만전을 기하겠다고 밝히고 있다. <사진=연합뉴스제공>

주무부처인 이영 중기부장관이 발표한 벤처생태계 활성화 방안의 핵심은 일선 벤처캐피털에 대한 위축된 투자를 독려하고, 민간 벤처자본 시장의 활성화로 요약할 수 있다.


이 장관은 앞서 지난 3일 오후 정부서울청사에서 중소 벤처기업 관련 기관장들과 긴급회의를 갖고, 미국의 연속적인 금리 인상 등 대내외 불확실성의 확대와 복합위기 장기화 조짐에 따른 선제적 대응방안을 모색했다.


이 장관은 "경제위기가 더욱 심화된다면 중소 벤처기업들은 성장보다 생존의 문제를 고민해야 하는 상황에 놓이게 될 수도 있다"며 복합위기에 대한 선제적 대응 필요성을 강조한 바 있다.

목표투자 달성 VC에 관리보수 증액 등 다양한 인센티브

중기부는 우선 경기 불확실성에 대응해 벤처투자의 활력을 높이기 위해선 투자의 재활성화가 선행돼야한다고 보고, 벤처투자를 독려하기 위한 다양한 대안을 제시했다. 그 중 가장 주목할만한 부분이 투자를 많이한 VC에게 인센티브, 즉 특혜를 주겠다는 것이다.


중기부는 이를 위해 투자목표를 조기에 달성하고 투자를 신속 집행하는 VC 등 펀드운용사(GP)에게 관리보수를 추가 지급하고 투자수익 달성시 성과보수를 우대 지급하기로 했다. 펀드결성 초기부터 많이 투자할수록 관리보수도 늘어나게 지급기준도 개선키로 했다.


기존의 투자가 미진한 VC에 제재 조치와 불이익을 가하는 '채찍' 대신에 VC업계의 실질적인 수익원인 관리보수와 성공보수를 늘려 지급하는 '당근'을 선택한 것이다.


중기부는 특히 투자를 더 만이, 더 빨리하는 VC에게 향후 모태펀드 출자사업 선정시 가점을 부여할 방침이다. 현재 국내 VC업계의 펀드조성은 대부분 모태펀드를 기반으로 이루어지기 때문에 VC간 경쟁이 치열하다. 이런 점에서 VC업계의 투자활성화를 적극 유도할 매우 시의 적절한 조치라는 평가가 나온다.


중기부는 또 그간 재정지원 확대로 벤처투자 재원이 6조원까지 늘어나는 등 몸집은 커졌지만 민간자본이 유입이 미진했다는 자체 분석 아래 민간자본의 벤처투자 시장에 보다 많이 들어올 수 있는 대책을 마련, 추진키로 했다.


중기부는 경기둔화 전망에도 전도유망한 스타트업에 성장을 위한 시드머니가 안정적으로 공급되도록 투자 촉진을 적극 유도하기로했다. 이를 위해 오는 2026년까지 벤처펀드 결성 규모를 8조원대로 현재보다 2조원 정도 늘린다는 목표를 설정하고, 민간 자본의 유입을 확대하기 위해 민간 벤처모펀드 조성, 글로벌 자본 유치 확대, 세제혜택, 선진 벤처금융기법 도입 등을 적극 추진할 계획이다.

'민간 모펀드' 활성화...과감한 세제 혜택

중기부는 무엇보다 국내 산업자본의 벤처투자 시장 유입을 늘리기 위한 특단의 조치로 민간 벤처모펀드를 조성키로 했다. 민간 벤처모펀드란 정책금융의 출자 없이 순수 민간 출자금만으로 VC펀드에 출자하는 펀드 오브 펀드다. 즉 민간형 재간접펀드를 만들어 VC들의 벤처펀드 재원을 확대하겠다는 전략이다.


한국벤처투자가 운용하는 기존 정부 주도의 모태펀드와 달리 민간 벤처모펀드는 펀드운용 능력과 전문성을 갖춘 대형 벤처캐피털이 운용해 안정성이 상대적으로 높을 것으로 중기부는 기대하고 있다.


민간 모펀드는 특히 정책적 안배를 감안한 펀드를 조성하는 모태펀드와 달리 철저히 수익성 위주의 포트폴리오 구성이 가능하며 다수의 벤처자펀드에 분산 출자를 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는게 전문가들의 대체적인 시각이다.


실제 미국, 중국, 캐나다, 영국, 독일 등 글로벌 벤처 선진국들은 민간 모펀드를 적극 활용해 민간 산업자본을 벤처생태계 쪽으로 활발히 유입시키고 있다.


앞서 정부는 지난달 27일 비상경제민생회의에서 민간 모펀드를 통해 벤처기업에 투자하는 기업은 세액공제 혜택을 주는 것을 골자로한 벤처 세제 지원 방안을 발표했다.


신생 VC인 A사 대표는 "모태펀드는 태생적으로 사후관리에 초점을 둘 수 밖에 없어 출자를 받은 VC들이 모태펀드의 눈치를 볼 수 밖에 없는게 현실"이라며 "민간 모펀드는 이런 면에서 비교적 자유로워 훨씬 공격적이고 VC 자율적 판단에 따른 투자가 가능할 것"이라고 기대했다.


중기부는 이처럼 민간 모펀드의 활성화가 역동적인 벤처생태계 조성에 필수불가결한 요소라고 판단, 다양한 세제 인센티브를 마련키로 했다. 세제 혜택으로는 법인 출자자의 법인세액 공제 및 개인 출자자의 소득공제, 모펀드 운용사의 펀드 자산관리 및 용역에 대한 부가세 면제, 개인 출자자 및 운용사의 창업·벤처기업 주식 양도차익 비과세 등이 거론되고 있다.

'빈곤의 악순환' 끊을 계기될 지 주목

정부는 민간 벤처모펀드와 정부 모태펀드 간 기능도 명확히 정립키로 했다. 민간 벤처모펀드는 민간 출자수요와 투자 수익성이 높은 분야에 집중하고 모태펀드는 청년창업, 여성기업, 창업 초기기업 등 시장의 과소투자 영역과 초격차 산업 등 정책지원 필요성이 높은 분야를 뒷받침하는 구조다.


중기부는 이와함께 세컨더리펀드에 출자하는 사모펀드를 대상으로 정부 모태펀드 출자사업을 신설하는 등 중간회수 시장을 활성화하기로 했다. 세컨더리벤처펀드란 특정 펀드가 보유한 벤처기업 구주를 매입하거나, 펀드의 출자자지분을 거래하는 성격의 펀드를 말한다.


중간 회수 시장은 VC들의 투자회수, 즉 엑시트 구조를 강화하는데 필수 요소다. 특히 지금처럼 증시가 안좋아 IPOI시장이 극도로 위축된 시기엔 중간회수 시장을 활성화하는게 VC 투자를 늘리는데 중요한 역할을 할 수 있다.


중기부는 이에 따라 VC와 사모펀드(PEF)를 연계를 강화하기 위해 사모펀드가 벤처펀드 출자를 통해 창업‧벤처기업에 투자하는 경우 사모펀드 출자자의 주식 양도차익을 비과세하는 방안을 검토중이다. 또 인수합병(M&A) 벤처펀드의 상장법인 투자 규제(현행 최대 20%)를 대폭 완화하고 M&A 벤처펀드의 특수목적회사 설립도 허용키로 했다.


중기부는 선진 벤처금융기법도 적극 도입한다. 기업가치 산정이 어려운 초기 스타트업의 투자유치 수단을 다양화하기 위해 ‘조건부 지분전환 계약’을 실시할 계획이다. 스타트업에 먼저 대출을 실행하고, 투자유치로 기업가치가 확정된 후에 전환사채를 발행하는 방식이다. 일종의 ‘투자조건부 융자제도’인 셈이다


이렇게되면 스타트업 입장에서는 투자 유치가 보다 용이하고, 투자자 입장에서는 원리금 보장이 가능하다는 장점이 있다. 실제 벤처 본고장인 미국 실리콘밸리에서 초기 스타트업 투자에 널리 활용되고 있는 제도다.


이영 중기부 장관은 “벤처투자시장의 활력은 우리 경제의 미래인 벤처·스타트업의 성장으로 직결된다”며 “민간자본이 자생적으로 유입되고, 글로벌 자본이 우리 벤처·스타트업을 주목해 적극 투자하는 역동적 벤처투자 생태계가 될 수 있도록 지원을 아끼지 않겠다”고 강조했다.


정부가 이처럼 역동적인 벤처투자 활성화를 위한 특단의 처방전을 내놓음에따라 빠르게 위축되고 있는 벤처투자 시장이 되살아날 지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엑시트시장의 급랭→투자위축→벤처자금경색→벤처기업경영난→투자위축이란 빈곤의 악순환의 고리를 끊으며 벤처산업의 선순환이 발생할 지에 이목이 쏠려 있는 것이다.


한편 4일 한국벤처투자가 발간한 '2022년 VC트렌드리포트'에 따르면 지난 7월 국내 VC 업계 종사자 684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설문조사 결과 내년 벤처투자 시장 전망에 대해 부정적이라는 응답이 47.8%를 차지했다. 반면 긍정적이라는 답변은 28.8%에 불과했다.

 

토요경제 / 양지욱 기자 yjw@sateconom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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