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림, 불투명한 HMM 인수 계획… "시장 내 부정적 견해 커져"

산업 / 양지욱 / 2024-02-01 14:06:49
▲ 하림지주 전북익산 본사사옥 전경<사진=하림그룹>

 

하림그룹의 HMM 인수 우선협상 기간이 5주가 지났지만, 하림의 자금력에 우려가 커지면서 HMM 매각을 원점에서 다시 시작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HMM노조는 하림의 자금 조달 계획이 투명하지 않다며, HMM 매각 철회를 위해 정치권에 도움을 요청했다.

 

◆하림, 불투명한 HMM 인수자금 조달 계획 '갈수록 부정적'


HMM 매각 주관사 산업은행, 해양진흥공사, 하림그룹은 지난달 23일까지 1차 매각 협상을 마치기로 했지만 의견을 조율하지 못하고 이달 6일까지 협상 기간을 연장했다.

IB(투자은행) 업계 관계자에 따르면 산은을 비롯한 채권단은 하림의 자기자본 비율과 조달계획 등을 문제 삼았으며, 하림 측은 채권단이 보유한 영구채 처리 문제 등을 두고 의견 차이를 보인 것으로 알려졌다. 결국 하림그룹의 자본 조달 능력 의구심이 여전히 해소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하림은 HMM 지분 매입 자금 약 6조4000억원이 필요하다. HMM인수주체인 팬오션의 현금성 자산은 지난해 3분기 기준 4600억원, 하림지주까지 합해도 1조3000억원에 그친다. JKL파트너스를 통한 자금조달, 금융권 대출으로 마련해도 약 3조원이 부족하다.

금융업계에서는 부족한 자금을 팬오션 유상증자로 마련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시가 총액 2조원에 불과한 팬오션이 시가총액 1.5배 수준의 신주를 발행한다는 것은 상당히 무리한 증자이며, 하림까지 위험해 질 수 있다는 지적이다.

자금력이 부족한 하림이 인수를 위해 끌어다 쓴 빚을 갚으려고 HMM의 유보금(이익잉여금) 10조원을 사용할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됐다.


하림은 산업은행과 해양진흥공사에 전환사채의 주식 전환 유예도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실제로 하림이 HMM 새 주인이 돼, 주식 배당금을 이유로 HMM 유보금을 사용한다면 HMM 지분 57.9%를 갖게 된 하림이 전체 배당액의 절반 이상을 가져 갈 수 있게 된다. 

 

▲ HMM <사진=연합뉴스>


◆HMM 해원노조, 한동훈에 "하림그룹 인수 막아달라" 서한 전달


HMM 양대 노조(해상직 노조, 육상직 노조)는 하림의 HMM 인수는 무자본, 졸속 매각이라며 하림그룹의 재무 상황을 공개 검증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HMM 유보금'은 불황기를 버티고, 미래 경쟁력 확보에 필요한 해운업 투자 자금인데, 자금력이 의심스러운 하림을 믿지 못하겠다는 입장이다.

 

HMM 해상직 노조인 '해원노조'는 지난달 16일 사측에 임금단체협상 결렬을 통보하고 중앙노동위원회에 조정을 신청하며, 파업 준비에 돌입했다. HMM 육상직 노조 역시 매각 저지를 위한 행동에 동참한다는 계획이다.

 

HMM 해원노조는 지난달 30일 사측과 1차 조정회의를 열었으나 합의에 이르지 못했고, 2차 조정회의를 오는 7일로 연기했다고 밝혔다. 


2차 조정회의 마저 결렬되면 노조는 조합원 투표를 거쳐 파업에 돌입할 수 있게 된다. 다만 노조는 6일 열리는 2차 매각협상을 결정을 지켜본 뒤, 2차 노사 조정회의 결과에 따라 파업여부를 결정한다는 방침이다.

한편 1차 조정회의가 결렬된 당일, HMM 해원노조는 국민의힘 한동훈 비상대책위원장에게 '하림그룹의 HMM 인수를 막아달라'는 내용의 친필서한을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서한에서 "하림그룹의 HMM 인수를 막아달라. 하림그룹의 무리한 HMM 인수는 일반 주주와 국민연금 등 수많은 피해자를 양산하는 것은 물론 해운산업 전체를 위태롭게 한다"고 주장했다.

또 "정부는 무너져 가는 해운산업을 살리고자 천문학적 자금을 옛 현대상선(HMM)에 투입해 오늘날 자산 규모 26조원, 유보금만 10조원이 넘는 글로벌 기업으로 만들었다. 그러나 채권단인 산업은행은 공적 자금 회수에만 몰두해 HMM을 졸속으로 넘기려 한다"는 내용이 포함됐다.

 

투명한 인수 조달 계획을 요구하는 HMM노조에 대해 하림 관계자는 "HMM우선협상대상자로서 본 계약 체결을 위해 노력하고 있으며, 구체적인 자금 조달 계획에 대해서는 이야기 할 게 없다"고 밝혔다. 

 

팬오션 3조 유상증자 설에 대해서는 "아니다. 그러나 자금조달 방안의 일부일 수도 있다"고 말했다.

 

토요경제 / 양지욱 기자 yjw@sateconom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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