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비위축에 수출부진 계속, 올해 1%대 성장도 걱정...글로벌긴축완화가 변수로
| ▲ 고물가, 고금리의 영향으로 소비가 위축돼 경젱성장률이 10분기만에 다시 마이너스로 돌아섰다. 지난 18일 서울 종로구 참여연대에서 한겨레경제사회연구원이 주최로 경기침체 속 긴축을 주제로 좌담회를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제공> |
소비 위축과 수출 부진에 발목이 잡혀 작년 4분기 경제성장률(GDP)이 결국 마이너스로 돌아섰다. 우리 경제가 고물가, 고금리, 고환율의 3고 파고 속에서 고전을 거듭하며 벼랑 끝에 내몰린 것이다.
분기별 성장률이 후퇴한 것은 2020년 코로나 대란의 공포가 전세계를 휘몰아쳤던 2020년 2분기 이후 10분기만의 일이다. 당시엔 코로나19 여파로 글로벌 경제시스템이 거의 마비상태였다. 이를 감안하면 작년 4분기 경제성장률이 구조적 문제에서 비롯된 것이라 할 수 있어 심각성을 더해준다는 지적이다.
추경호 경제팀은 글로벌 복합위기와 화물연대 운송거부 등 일시적 요인이 겹친 결과 일 뿐, 올 1분기에 플러스 성장률로 돌아설 것이라 애써 강조하고 있지만, 우리 경제 전반에 빨간불이 켜진것만은 분명해 보인다.
상황이 이런데도 올들어 공공요금의 대대적인 인상이 소비를 더욱 위축시키는 악재로 작용하고 있다. 당장에 수출회복을 기대할만한 특별한 근거를 찾기도 어렵다. "이런 추세라면 올해 경제성장률이 1%를 지켜내는 것도 버거워 보인다"는 전문가들의 우려의 목소리가 커지는 양상이다.
소비·수출 동반 부진에 팬데믹 후 첫 역성장
한국은행은 26일 작년 4분기 실질 GDP성장률이 3분기 대비 -0.4%로 집계됐다고 발표했다. 분기 성장률이 마이너스를 찍은 것은 2020년 2분기(-3.0%) 이후 2년 6개월 만이다.
GDP성장률이 10분기 만에 역성장을 한 주 요인은 경제의 양대 축인 민간소비와 수출의 동반 부진이다. 소비와 수출은 경제성장률을 좌우하는 핵심 요소이다. 안으로는 소비가 늘어나고, 밖으로는 수출이 잘 돼야 경제성장을 지속할 수 있는 데 둘 다 극도로 부진했다는 얘기다.
먼저 민간 부문의 소비가 갈수록 위축되고 있어 우리 경제의 아킬레스건이 됐다. 수출이 정상 수준으로 회복된다해도 소비가 침체에서 벗어나지 못하면 경제성장률을 플러스로 되돌리기 쉽지 않다.
지난해 1분기(-0.5%) 감소했던 민간 소비는 코로나19 방역 조치가 대거 해제된 지난 4월 이후 대면 서비스 소비를 중심으로 빠르게 회복됐다. 2분기엔 2.9%, 3분기 1.7% 증가했다.
그러나 4분기 들어 재화와 서비스 소비가 줄면서 0.4% 감소했다. 고금리와 고물가가 지속되면서 가계 부문의 실질 구매력이 낮아지고 소비 심리가 극도로 위축된 결과다. 여기에 증시의 침체와 작년 하반기 이후 본격화된 부동산 등 자산 가치 하락이 소비 부진을 야기했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무엇보다 천정부지로 치솟고 있는 물가와 가파른 금리 상승으로 이자부담이 급증, 실질 소득이 갈수록 후퇴하고 있는 현실이 중산층 이하의 민간 소비를 더욱 쪼그라들게 만든 핵심 배경이란 지적이다.
황상필 한은 경제통계국장은 "사회적 거리두기 해제 이후 펜트업 수요(보복·지연 수요)가 많이 올라와 2∼3분기 민간소비가 회복됐는데, 4분기에 조정을 받았다"면서 "부동산거래 위축으로 이사 수요마저 줄면서 가전 등 내구재 소비도 줄었다"고 설명했다.
정부 지출 증가로 추가 하락 막은 지지대
수출 부진이 예상 수준을 넘어선 것도 지난해 하반기 이후 우리 경제의 발목을 잡으며 결국 4분기 마이너스 성장을 원을 제공한 것으로 해석된다. 실제 지난해 1분기 3.6% 증가했던 수출은 2분기에 3.1% 감소했다. 3분기(1.1%) 소폭 증가했지만 4분기 들어 다시 큰 폭(5.8%)으로 줄어들었다.
복합위기 발발 전인 1분기의 선전 덕분에 연간 수출액은 역대 최대를 기록했지만, 월 수출액은 8월부터 5개월 연속 감소하며 결국 연간 기준 수출감소를 피하지 못했다. 반도체, 철강, 화학, 무선통신, 가전, 디스플레이 등 주력 품목 대부분이 수출이 감소한 때문이다.
민간 소비와 수출 부진에서 촉발된 경제 성장률의 추락을 그나마 방어하며 지지대 역할을 한 것은 재정 지출, 즉 정부소비였다. 정부 소비 증가율은 지난해 3분기 0.1%에서 4분기에 3.2%로 껑충 뛰었다.
이같은 현상은 4분기 경제성장 기여도를 보면 더욱 확연하게 드러난다. 4분기에 민간소비(-0.2%포인트)와 순수출(-0.6%포인트)은 마이너스를 기록했지만, 정부소비(0.6%포인트)와 설비투자(0.2%포인트)는 플러스를 나타냈다. 민간 기여도는 -1.1%포인트였지만 정부 기여도는 0.8%포인트였다.
민간 소비 감소와 수출 부진이 성장률을 끌어내렸지만 정부 소비 등을 통해 겨우 추가 하락을 막은 꼴이다. 한은 측은 이연 된 예산 집행이 집중되면서 물건비 지출 등이 늘어났고, 독감 유행으로 건강보험 급여비 지출이 늘어나 4분기 정부 소비가 크게 증가했다고 설명했다.
정부소비 증가가 경제성장률의 추가하락을 막은 덕에 4분기 마이너스 성장에도 불구하고 지난해 연간 기준 우리 경제 성장률 2.6%를 달성했다. 당초 한국은행의 전망치를 힘겹게 지켜낸 것이다.
하방리스크 커져 한은 목표 1.7%성장 달성 난망
올해는 어떨까. 한은은 지난해 11월 수정 경제전망을 통해 올해 우리 경제가 1.7% 성장할 것으로 예측했다. 작년 대비로는 0.9%포인트 하락할 것으로 내다본 것이다.
한은의 목표치를 달성한다해도 1.7%의 성장률은 코로나19 여파로 마이너스 성장했던 2020년(-0.7%), 글로벌 금융위기를 겪은 2009년(0.8%)을 제외하면 2000년대 이후 가장 낮은 수준이다. 그러나, 결론부터 얘기하면 한은의 전망치는 고사하고, 1%대를 유지하는 것 자체가 쉽지 않아보인다는게 전문가들의 대체적인 견해다.
하방 리스크가 커져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하향 조정하는게 불가피하다는 얘기도 들린다.
이창용 한은 총재도 이달 중순 금융통화위원회 회의 직후 "올해 성장률을 작년 11월 1.7%로 예측했데 한 달 조금 넘었지만 그 사이 여러 지표를 볼 때 그 보다 낮아질 가능성이 크다"고 토로했다. 이 총재는 "올해 상반기도 수출 부진, 글로벌 경기 둔화 등으로 한국경제가 어려운 시기를 보낼 것"이라고 우려했다.
중국의 예상 수준을 넘어선 코로나19 재확산, 반도체 경기 하락, 고물가행진 지속에 따른 소비심리 위축, 세계 각국의 긴축과 수요침체 등으로 올 1분기에도 수출이나 성장률이 당초 전망보다 부진할 가능성이 높다는 설명이다.
최근들어 글로벌 복합위기가 점차 누그러지는 분위기지만, 아직은 체감할만한 수준이 아니어서 우리 수출에 직접적인 영향을 주기까지는 상당한 시간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오히려 우리 경제의 버팀목 역할을 하는 수출 부진은 새해에 그 강도가 높아졌다. 이달 20일까지 수출액은 전년동기 대비 2.7%나 줄었다. 조업일 수를 고려한 일 평균 수출액 감소폭은 무려 8.8%에 달한다. 정부가 수출을 늘리기 위한 특단의 조치를 연일 쏟아내고 있지만, 당분간 그 효과가 나타나긴 어렵다.
벼랑 끝 위기 속 반등 요소도 적지 않아
만약 반도체 경기 부진이 올 3분기 이후까지 그대로 이어진다면 전체 수출은 약세를 면키 어렵고, 이는 결국 경제성장률을 떨어트리는 최대 악재가 될 수 밖에 없다.
산업연구원에 따르면 올해 반도체 수출 증가율은 -9.9%를 기록할 것으로 예측된다. 대한상의는 최근 보고서에서 반도체 수출이 10% 감소하면 국내 경제 성장률을 0.64%포인트 떨어뜨릴 것으로 분석했다.
수출이 이처럼 당장에 눈에 띄는 회복세를 보이기 어렵다는 전제 하에, 결국 경제성장률을 플러스로 돌리기 위한 유일한 대안은 소비를 늘리는 것 뿐이다.
추 부총리가 이와 관련, 26일 비상경제장관회의를 통해 "경기 보완을 위해 340조원 규모의 재정·공공투자·민간사업을 상반기에 대거 조기 집행하겠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민간 부문의 실질 소비를 늘리지 않고는 경제성장은 요원할 수 있다.
한국의 경제를 바라보는 해외 기관의 전망은 부정적이다. 주요 IB(투자은행)를 중심으로 우리 경제가 올해 1%에도 못 미치는 성장률을 기록할 것이란 예측이 속속 나오고 있다.
국제금융센터가 이달 초 기준 주요 IB 9곳을 대상으로 조사한 올해 한국 경제 성장률 전망치 평균은 고작 1.1%다. 간신히 1%대에 턱걸이 한다는 의미이다. 심지어 일본 노무라그룹은 올해 한국경제 성장률이 -0.6%에 그칠 것이란 비관적 전망을 내놨다.
그러나 전망은 그저 전망일 뿐이다. 비록 우리 경제가 벼랑 끝 위기 상황인 것은 사실이지만, 반등할만한 요소도 적지않다.
정부가 적극적인 재정 조기 집행으로 소비가 살아나고, 조만간 미국의 긴축완화를 계기로 글로벌 경제가 살아난다면, 수출이 얼마든지 반전 드라마를 쓸 저력이 있다.
수출·투자 활성화에 정책 역량 집중 주목
우리나라의 최대 수출국인 중국의 경제 리오프닝(오프라인 활동 재개)도 결과적으로 수출 반등에 호재가 될 수 있다. 게다가 '혹한기'의 반도체 업황이 바닥권에 진입한 것도 경제성장률 관점에서 보면 매우 주목할만한 변수다.
전문가들은 대체로 반도체 경기가 3분기 경이 돼야 반등할 것으로 보고 있지만, 최근 인텔의 새 서버CPU의 등장으로 최근 반도체 시장에 봄 냄새가 나기 시작했다.
추경호 경제팀이 경제회복의 돌파구를 찾기 위해 규제혁신, 세제·금융지원 등을 통해 수출·투자 활성화에 정책적 역량을 집중하고 있는 것도 간과할 수 없는 대목이다. 특히 윤석열 대통령의 세일즈외교 효과를 조기 수출·투자로 연결시키기 위한 후속 조치에도 만전을 기한다는 방침이다.
황상필 한은 국장은 26일 GDP 발표 후 "1분기 성장률이 플러스일 지 마이너스일지는 현재 상황에서 가늠하기 어렵다"고 전제하며 "다만 개인신용카드 사용액 증가 등 민간 소비가 전년 동기 대비 늘어나는 모습"이라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올 상반기 우리 경제가 세계 경제 위축 등으로 매우 어려운 시기가 될 것"이라고 전망하면서도 "하반기로 갈수록 세계 경제 및 반도체 업황 개선 등으로 빠른 회복 흐름이 나타나 우리 경제의 앞날을 너무 비관적으로만 볼 일은 아니다"라고 말한다.
토요경제 / 조봉환 기자 ceo@sateconom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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