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가 올해 최대 110조원을 주주에게 돌려줄 수 있는 배경은 배당 확대보다 잉여현금흐름(FCF)의 급증에 있다. 토요경제가 회사 공시를 역산한 결과 2024~2026년 주주환원 정책에 적용되는 FCF는 238조6000억~278조6000억원으로 추정된다. 직전 3년간 실제 FCF 18조8000억원의 12.7~14.8배다. AI 반도체 호황이 삼성전자의 이익뿐 아니라 투자 후 남는 현금의 규모까지 바꾼 셈이다.
27일 토요경제 기업재무분석실이 삼성전자(대표이사 전영현·노태문)의 공식 공시를 분석한 결과다. 삼성전자는 지난 21일 이사회를 열고 올해 주주환원 규모가 90조~110조원에 이를 것으로 예상한다고 밝혔다. 회사는 2024년부터 지난해까지 현금배당 20조9000억원과 자사주 매입·소각 8조4000억원 등 29조3000억원을 이미 환원했다.
계산은 단순하다. 삼성전자는 2024~2026년 3년간 발생한 총 FCF의 50%를 주주에게 돌려주기로 했다. 이미 집행한 29조3000억원에 올해 예상 환원액 90조~110조원을 더하면 정책상 환원 재원은 119조3000억~139조3000억원이다. 이를 두 배로 환산하면 3년간 FCF는 238조6000억~278조6000억원이 된다. 삼성전자는 반올림해 3개년 총주주환원 규모를 120조~140조원으로 제시했다.
직전 반도체 하강기와 비교하면 변화가 선명하다. 삼성전자가 공식 집계한 2021~2023년 FCF는 18조8000억원에 그쳤다. 정책상 환원 재원은 그 절반인 9조4000억원이었다. 삼성전자는 당시 FCF를 웃도는 29조4000억원의 정규배당을 지급해 기존 약속을 지켰다. 반면 이번 정책 기간에는 정규배당을 지급하고도 수십조원의 추가 환원 재원이 남는다. 배당을 유지하기 위해 기존 현금을 꺼내 쓰던 국면에서 영업과 투자 뒤에도 현금이 대규모로 남는 국면으로 전환한 것이다.
현금흐름표에서도 이런 변화가 확인된다. 삼성전자의 올해 2분기 영업활동현금흐름은 105조800억원이었다. 같은 기간 유형자산 매입에는 14조1100억원을 썼다. 분기 말 현금성 자산은 190조원, 차입금을 뺀 순현금은 167조5900억원으로 집계됐다. 삼성전자는 2분기에만 연구개발비 16조원을 집행했다. 대규모 기술개발과 설비투자를 이어가면서도 현금이 빠르게 늘어난 것이다.
현금 증가를 이끈 사업은 반도체다. 삼성전자는 2분기 연결 영업이익 89조5000억원 가운데 89조2000억원을 DS부문에서 벌었다. AI 서버용 메모리 수요와 가격 상승, HBM4 판매 확대가 실적을 끌어올렸다. 반도체 이익이 실제 영업현금으로 유입되면서 주주환원 여력도 과거와 다른 수준으로 커졌다.
다만 238조6000억~278조6000억원을 확정된 현금으로 보면 안 된다. 삼성전자는 올해 실적과 투자 집행 규모에 따라 최종 주주환원액이 달라질 수 있다고 밝혔다. 회사는 메모리 장기공급계약(LTA)을 통해 받은 선수금도 예치금 성격으로 보고 정책상 FCF에서 뺀다. 임직원 주식보상 관련 지출도 차감한다. 고객이 미리 맡긴 돈이나 보상 재원을 주주환원용 현금으로 계산하지 않겠다는 의미다.
환원 방식은 아직 완전히 정해지지 않았다. 삼성전자는 3분기에 정규배당을 포함해 약 30조원의 현금배당을 실시하고 10월 말 이사회에서 세부 내용을 확정할 예정이다. 나머지 60조~80조원은 연간 실적이 확정된 뒤 내년 1월 이사회에서 현금배당과 자사주 매입·소각 가운데 방식을 정한다. 별도로 의결한 약 15조원 규모의 자사주 매입은 임직원 보상용이다. 이를 주주환원 목적의 자사주 소각과 동일하게 계산해서는 안 된다.
시장은 규모보다 방식에 민감하게 반응했다. 삼성전자 주가는 발표 다음 거래일인 24일 장 초반 8% 넘게 하락했다. 투자자들이 현금배당보다 주당 가치를 직접 높이는 자사주 매입·소각 비중과 구체적인 실행계획을 기대했기 때문이다. 최종 환원 방식이 확정되지 않은 점도 불확실성을 키웠다.
다만 주가 반응과 현금창출력은 구분해서 볼 필요가 있다. 시장은 90조~110조원을 어떤 방식으로 나눌지를 평가했지만, 재무적으로 더 큰 변화는 그 돈을 만들어낸 능력이다. 삼성전자는 직전 3년보다 13~15배 많은 정책상 FCF를 창출할 것으로 예상하면서도 연구개발과 반도체 설비투자를 병행하고 있다.
올해 예상 환원액은 반도체 초호황이 만든 일회성 성과일 수 있다. 메모리 가격과 AI 투자가 꺾이면 FCF도 줄어든다. 삼성전자가 내년부터 적용할 새 주주환원 정책에서 업황 하락기에도 유지할 수 있는 정규배당과 호황기에 확대하는 추가 환원을 구분해야 하는 이유다.
이번 발표의 긍정적인 의미는 110조원이라는 숫자 하나에 있지 않다. 삼성전자는 미래 투자와 재무 안정성을 훼손하지 않고도 대규모 주주환원을 실행할 수 있는 현금 구조를 만들었다. 남은 과제는 이 현금창출력을 자사주 소각과 배당, 인수합병, 선행투자에 어떻게 배분해 장기 기업가치로 연결하느냐다.
토요경제 / 임종호 기자 yimjongho1969@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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