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물가압박 요인 잔존, 당분간 고물가 유지 예상...서민 시름 깊어질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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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소비자물가가 내년에도 고공비행을 계속할 것이란 전망이 우세하다. 새해가 밝아옴에도 서민들의 시름은 깊어질 것으로 보인다. 사진은 서울시내 한 대형마트<사진=토요경제> |
끝내 5%대의 벽은 무너지지 않았다. 올해 물가가 결국 전년대비 5.1% 상승한 채로 마감했다. 1998년 IMF외환위기 이후 최고치를 찍었다. 1997년 10월말 IMF에 SOS를 치며 사실상의 국가부도를 선언한 뒤 IMF시즌 원년인 1998년 물가가 7.5% 치솟은 게 최고 기록이다.
12월 물가가 기대와 달리 5%대를 지킨 탓에 올해 물가가 5%벽을 허무는데 실패한 셈이다. 11월 물가상승세 눈에띄게 둔화됐다. 당초 12월 물가는 4% 중후반까지 떨어질 것으로 기대했다. 그러나, 결과는 사뭇 달랐다. 12월 물가는 5.0%로 지난달과 같은 수준을 유지한 것으로 나타났다.
관건은 내년 물가 흐름이다. 전망은 밝지 않다. 국제유가가 안정세를 보이고 있고 환율도 제자리로 돌아가고 있지만, 물가상승 요인이 곳곳에 도사리고 있다.
계묘년 새해에도 중산층 이하 서민들의 시름은 깊어질 것으로 보인다. 30년만에 가장 큰 폭으로 오른 외식물가를 비롯해 각종 공산품 등 장바구니 물가 전망이 여전히 어둡다.
정부도 당분간 5% 안팎의 고물가 시대가 이어질 것으로 보고 있다. 고물가, 고금리가 서민들의 어깨를 계속 짓누를 것이란 암울한 전망이다. 가뜩이나 경기침체 가속화로 고용불안은 고조되고 있는데, 좀처럼 꺾이지 않는 물가상승세의 서민들의 어깨가 무겁다.
3대 에너지원과 곡물가 급등이 고물가 행진 견인
30일 통계청이 발표한 '2022년 12월 및 연간 소비자물가 동향'에 따르면 올해 소비자물가지수는 107.71(2020년=100)이다. 작년보다 5.1% 오른 것이다. 외환위기 이후 24년 만의 최고치다.
연간 물가 상승률은 2019년 0.4%, 2020년 0.5%로 통계 작성 이후 처음 2년 연속 0%대에 머무려 안정세를 보이다가 지난해 국제 원자재 가격 상승과 수요 회복으로 2%대(2.5%)로 올라섰다. 올해는 작년보다 2배이상 오른셈이다.
물가의 고공행진을 견인한 것은 국제원자재 가격이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3월부터 석유, 석탄, 가스 등 3대에너지원과 곡물가격이 급등하며 물가 오름세를 주도했다.
품목별로 보면 올해 공업제품이 6.9% 올랐다. 이중 석유류가 22.2% 올라 1998년(33.4%) 이후 가장 높은 수치를 기록했다. 공급이 제한적인 가스류는 더욱 큰 폭으로 상승했다.
특히 3대 에너지원과 곡물류는 기초 원재료에 해당하는 탓에 마치 도미노현상처럼 파생 상품의 연쇄 가격급등으로 이어졌다. 국제 원자재 가격 상승 압박에 전기·가스·수도는 12.6% 상승, 통계 작성이 시작된 2010년 이후 최고치를 찍었다.
가공식품도 7.8% 상승했다. 서민 체감이 큰 외식 물가도 7.7%로 30년 만에 가장 높은 수준까지 치솟았다. 농축수산물은 3.8% 오르면서 전년(8.7%)보다는 오름폭이 다소 둔화했지만, 여전히 높은 수준이다.
소비자들이 자주 구매하는 품목 위주로 구성돼 체감 물가에 가까운 생활물가지수는 6.0% 올랐다. 1998년(11.1%) 이후 최고치다. 표면적인 물가지수 보다 국민들이 체감하는 물가는 상대적으로 더 높게 느껴졌다는 얘기다.
어운선 통계청 경제동향통계심의관은 "가공식품과 석유류 등 공업 제품, 개인 서비스, 전기·수도·가스 등 공공요금이 오르면서 연간 물가 상승 폭이 확대됐다"고 설명했다.
12월 물가상승세 주 요인은 공공요금 인상
한가지 분명한 것은 4분기들어 물가 상승세가 한 풀 꺾였다는 사실이다. 올해 물가 상승률은 1월 3.6%에서 시작해 5월 5.4%, 6월 6.0%로 치솟다가 7월 6.3%로 절정에 올랐다. 이후 에너지 가격이 진정세로 돌아서며 점차 둔화하는 양상이 이어지고 있다.
문제는 공공요금이다. 천정부지 물가의 고공비행에 방관하던 공공요금이 하반기 이후 오름세를 멈추지 않고 있다. 이는 12월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전월과 같아 8개월째 5%를 웃도는데 적지않이 기여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실제 이달에 전기·가스·수도가 평균 23.2% 올랐다. 한전의 천문학적 적자 보전 차원에서 전기요금을 계속 올리고 있는데다가 도시가스가 36.2% 급등한 것이 물가상승세를 지지했다.
특히 가공식품류의 가격인상이 두드러졌다. 가공식품은 무려 10.3%나 올랐다. 2009년 4월(11.1%) 이후 가장 큰 폭의 상승세다. 식품 원료인 국제 곡물가격과 유가공제품의 원료인 원유(原乳) 가격이 오른 탓이다.
외식(8.2%) 물가 역시 여전히 8%대를 웃돌았다. 전월(8.6%) 소폭 하락했지만, 여진히 고공비행을 계속하며, 소비자들의 외식부담을 가중시키고, 많은 소상공인들의 생존을 위협하고 있다.
품목별로는 닭고기(24.2%), 양파(30.7%), 고등어(9.1%) 등이 많이 올랐다. 휘발류 가격이 하향 안정세를 보이고 있는 가운데 경유(21.9%)와 등유(43.0%) 가격이 가파르게 상승했다.
통계청측은 "가공식품과 석유류 등 공업 제품의 오름세가 확대됐지만, 외식 중심의 개인서비스 가격의 오름세가 둔화하면서 12월 소비자물가가 지난달과 같은 상승률을 보였다"고 분석했다.
내년초까진 4~5%대의 고물가 행진 이어질 듯
이제 관심은 현재의 고물가 행진이 언제까지 이어지느냐는 것이다. 전망은 대체로 부정적이다. 최소한 내년초까지는 5% 안팎의 물가상승세가 유지될 것이란 예상이 지배적이다.
한국은행은 30일 오전 이환석 부총재보 주재로 '물가 상황 점검 회의' 후 "12월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11월에 이어 또다시 5.0%를 나타냈는데, 이는 지난달 전망에 부합하는 수준"이라고 밝혔다.
한은 측은 "근원물가(식료품·에너지 제외)는 집값 상승세 둔화 흐름이 이어지는 가운데 외식물가 오름폭 축소 등으로 지난해 이후 처음으로 상승률(11월 4.3%→12월 4.1%)이 낮아졌다"며 "소비자물가는 내년 초에도 5% 내외의 상승률을 이어갈 것"이라고 예상했다.
외부 환경이 불안한 것을 감안한 전망이다. 향후 물가 경로상에 유가 추이, 중국 내 방역 조치 완화와 코로나 재확산 양상 등과 관련한 불확실성이 크다는게 한은의 분석이다.
공공 요금 인상 등이 상방 리스크(위험), 경기 둔화 폭 확대 등 하방 리스크로 상존하고 있지만, 글로벌 공급망의 큰 축중 하나인 중국의 불안요소는 우리 물가 흐름에 큰 영향을 미칠 것이란 의미이다.
전기요금의 대폭적인 인상이 예약된 것도 내년까지 고물가 흐름을 계속하는데 적지않은 영향을 미칠 것으로 우려된다. 산업통상자원부는 내년 1분기에만 전기요금을 kWh(킬로와트시)당 13.1원 올리는 전기요금조정안을 발표했다.
올해 인상된 전기요금이 총 19.3원임을 고려하면 역대급 인상폭이다. 당장 내년 1월부터 전기요금은 4인 가구 기준으로 4022원 오르게 된다. 이는 내년 물가에 주요 상승 요인으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기획재정부에 따르면 이번 전기요금 인상이 물가에 미치는 영향은 0.15%포인트인데, 경우에 따라 추가 요금인상이 단행될 경우 0.3~0.4%대까지 비중이 커질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줄인상 예고된 공공요금과 통화정책 방향이 변수
특히 정부는 올해 반영이 필요하다고 판단된 전기요금 인상요인 51.6원 중 4분의 1 가량을 1분기에 반영했지만, 2분기에는 더 큰 폭으로 인상할 가능성도 있다는게 중론이다. 올해 전기요금 인상분의 2.7배에 달하는 51.6원을 모두 상반기에 반영해야 한전의 흑자 전환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다른 공공요금도 줄줄이 인상된다. 우선 서울시가 이르면 내년 4월 지하철, 시내버스, 마을버스 등 대중교통 요금을 8년만에 각각 300원씩 올린다. 대략 25% 가량 인상하는 것이다. 어운선 통계청 경제동향통계심의관은 "전기·가스 등 공공요금 인상이 예정돼 있어서 (물가) 하락 속도가 기대보다는 더딜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가스요금 역시 1분기엔 더이상 가격을 올리지 않기로 했지만, 국제 원자재 가격 상승 등으로 한국가스공사의 미수금이 누적되면서 2분기부터는 상당 폭의 인상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주요 기관의 내년 물가 상승률 전망치는 대부분 적정 수준을 크게 웃돈다. 정부(3.5%), 한국은행(3.6%), KDI(3.2%) 등이 모두 3% 이상의 물가상승률을 예측하고 있다. 이는 한은이 최종 물가상승률 목표로 잡는 2%를 크게 웃도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현재의 분위기를 종합해보면 내년 중 물가상승률이 '상고하저' 흐름을 나타낼 것이지만, 2%를 웃도는 높은 수준이 지속될 것은 확실시된다"며 "다만 금리변동 등 통화당국의 물가를 고려한 통화정책의 방향에 따라 크 폭은 다소 조정될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한다.
토요경제 / 양지욱 기자 yjw@sateconom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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