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모펀드 MBK의 명암

증권·자본시장 / 위아람 기자 / 2026-07-09 13:02:35
홈플러스 회생 폐지로 다시 불붙은 사모펀드 책임론
코웨이·오렌지라이프 성공 뒤에 홈플러스·네파·bhc 논란도 남아
▲조주연 홈플러스 대표(오른쪽부터), 김중현 메리츠화재 대표, 김광일 MBK 부회장[연합뉴스]

 

홈플러스 사태는 MBK파트너스를 한국 사모펀드 논쟁의 한복판으로 다시 불러냈다. 문제는 단순히 한 대형마트의 실패가 아니다. 사모펀드가 기업을 사고, 구조를 바꾸고, 되팔아 수익을 내는 과정에서 그 책임이 어디까지인가를 묻는 사건이다. 서울회생법원은 지난 3일 홈플러스 회생절차 폐지를 결정했고, 홈플러스는 14일 이내 즉시항고 가능성을 남겨둔 상태다. 자금 조달 문제가 풀리지 않으면 파산 절차로 이어질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MBK는 한국 사모펀드의 성공을 상징하는 이름이었다. MBK파트너스는 스스로를 북아시아 최대 독립 사모펀드로 소개하며, 운용자산 330억달러, 포트폴리오 기업 66개, 합산 매출 1051억달러, 임직원 42만9831명 규모라고 밝히고 있다. 투자 대상도 통신·미디어, 금융서비스, 소비재·유통, 헬스케어 등으로 넓다. 이미 단순 금융투자자를 넘어 산업 현장 깊숙이 들어온 자본이다.

성공 사례도 분명하다. MBK는 코웨이, 오렌지라이프, 대성산업가스 매각에서 높은 수익률을 냈다. 앞선 다수의 매체보도에 따르면 코웨이 매각에서는 투자원금 대비 3.3배, 내부수익률 26%를 기록했고, 오렌지라이프 매각에서는 2.7배와 27%, 대성산업가스 매각에서는 2.1배와 32%를 기록했다. 이는 사모펀드가 부실하거나 정체된 기업에 자본과 경영 규율을 넣어 기업가치를 높일 수 있다는 점을 보여준다.

그러나 홈플러스는 정반대의 사례가 됐다. MBK는 2015년 영국 테스코로부터 홈플러스 지분 100%를 인수했다. 인수 규모는 7조2000억원으로 알려졌다. 이후 대형마트 업황 부진, 이커머스 확산, 코로나19 충격이 겹쳤고 홈플러스는 지난해 3월 법정관리에 들어갔다. 올해 들어 회생절차 폐지 결정까지 나오면서 MBK식 경영이 유통 대기업의 체질을 개선한 것인지, 아니면 차입과 자산 유동화 속에 기업의 버티는 힘을 약화시킨 것인지가 쟁점이 됐다.

금융감독원 제재 움직임도 부담이다. 연합뉴스는 지난 2일 금감원이 홈플러스 경영과 관련해 MBK파트너스에 대한 업무정지성 제재를 포함한 징계안을 결정한 것으로 알려졌다고 보도했다. 다만 제재 범위는 확정되지 않았고 금융위원회 승인을 거쳐야 최종 확정된다. 검찰도 홈플러스 단기채 발행 과정과 상환전환우선주(RCPS) 관련 의혹을 수사해 왔으며, MBK 측은 관련 의혹을 부인해 왔다.

논란은 홈플러스에 그치지 않는다. bhc는 2018년 MBK가 투자자로 참여한 이후 납품단가와 소비자 가격 인상, 모바일 상품권 수수료, 가맹점주 부담 논란에 휩싸였다. 공정거래위원회는 2024년 사모펀드 소유 프랜차이즈의 필수품목 지정, 판촉비 전가 의혹 등을 들여다보며 bhc와 메가커피에 대한 전방위 조사에 나섰다.

네파 사례도 비슷한 질문을 남긴다. MBK는 네파 인수 과정에서 차입을 활용했고, 이후 합병 구조를 통해 해당 부담이 네파로 이전됐다는 한 매체의 분석이 나왔다. 보도는 네파가 2023년까지 누적 이자 2708억원을 부담했고, 영업 현금이 브랜드 경쟁력 강화보다 금융비용 상환에 쓰였다고 짚었다.

고려아연 경영권 분쟁은 또 다른 차원의 논란이다. MBK와 영풍은 고려아연 지배구조 개선을 명분으로 경영권 확보에 나섰다. 반면 고려아연 측은 이를 적대적 인수 시도로 반발했다. 이후 미국 핵심광물 제련 프로젝트와 신주 발행 문제까지 겹치며 논쟁은 단순 주주권 행사를 넘어 국가 기간산업과 경제안보 문제로 확대됐다.

그렇다고 사모펀드 자체를 부정할 수는 없다. 한국 경제에는 여전히 승계에 막힌 기업, 구조조정이 필요한 기업, 대기업 품을 떠나야 더 성장할 수 있는 기업이 많다. 은행 대출과 오너 경영만으로는 산업 재편을 감당하기 어렵다. 사모펀드는 이런 기업에 자본을 넣고, 경영 효율을 높이고, 새 주인을 찾아주는 기능을 한다. 문제는 그 기능이 한국 시장의 고용, 협력업체, 지역상권, 소비자 보호 구조와 충돌할 때다.

한국 사모펀드 시장은 이미 작지 않다. 2025년 말 기준 국내 기관전용 사모펀드는 1195개, 출자약정액은 167조5000억원, 투자이행액은 124조3000억원이다. 운용사인 업무집행사원(GP)도 455곳으로 늘었다. 사모펀드는 더 이상 소수 기관투자자의 폐쇄적 투자상품이 아니라 한국 산업 재편의 주요 축이다.

견제장치도 있다. 상장사 지분을 5% 이상 보유하거나 이후 1% 이상 변동이 생기면 대량보유 보고를 해야 한다. 보유 목적과 주요 계약 변경도 공시 대상이다. 금융회사 인수에는 대주주 적격성 심사가 붙고, 공정위는 기업결합과 가맹사업 불공정행위를 들여다볼 수 있다. 그러나 이 장치들은 대부분 사후 공시와 위법행위 제재에 가깝다. 사모펀드가 합법적으로 기업을 인수한 뒤 차입 부담을 키우고, 자산을 팔고, 비용을 협력업체나 노동자에게 전가하는 문제까지 선제적으로 막기에는 한계가 있다.

정부도 빈틈을 인식하고 있다. 금융위원회는 지난해 말 기관전용 사모펀드 제도 개선방안을 내놓고 GP의 중대한 법령 위반 1회만으로 등록취소가 가능하도록 하는 원스트라이크 아웃, 금융회사 수준의 대주주 적격요건, 내부통제기준 의무화, 중대형 GP의 준법감시인 선임 의무화 등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또 GP가 운용 중인 모든 PEF의 자산·부채, 유동성, 투자대상기업, 레버리지, 수익률, GP 보수 등을 일괄 보고하도록 하고, 기업 인수 때 고용에 미치는 영향 등을 근로자대표에게 통지하는 방안도 제시했다.

MBK파트너스 사례는 국내 사모펀드 시장의 역할과 한계를 동시에 드러냈다. 일부 투자에서는 기업가치 제고와 높은 회수 성과가 확인됐지만, 홈플러스 사태를 계기로 인수 이후 재무구조 악화, 고용 불안, 협력업체 피해에 대한 대주주 책임 문제가 쟁점으로 떠올랐다. 사모펀드 규제 역시 투자자 보호와 공시 중심의 현행 체계가 피투자기업 이해관계자 보호까지 충분히 포괄하고 있는지 검토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토요경제 / 위아람 기자 moon@sateconom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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