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설]'3년유예' 가능성 커진 IRA...현대車그룹 숨통 트일

체크Focus / 양지욱 기자 / 2022-11-08 13:01:06
美중간선거서 야당 우세 예상 속 상하원 동시 개정안 발의 주목
'자국우선주의'와 바이든의 승인 필요해 IRA개정에 낙관은 금물
▲바이든 대통령이 7일(현지시간) 메릴랜드주 보위주립대학에서 유세에서 현지 주지사후보와 사진촬영을 하고있다. <사진=연합뉴스제공>

현대자동차그룹 등 한국 자동차업계의 북미 전기차시장 진출에 발목을 잡은 IRA(인플레이션감축법)의 '3년 유예' 가능성에 점차 무게가 실리고 있어 결과가 주목된다.


특히 IRA 본격 시행의 3년 유예를 두는 것을 골자로하는 개정안이 최근 미국의 상, 하원에서 공동 발의됐다. 이런 가운데, 8일(현지시간) 미국 중간선거에서 야당인 공화당의 우세가 점쳐지면서 IRA 개정 가능성이 갈수록 커지는 양상이다.


미국 중간선거는 4년 임기의 대통령 집권 2년 차에 실시되는 상·하 양원 의원 선거이다. 바이든 대통령의 국정 운영에 대한 중간평가의 성격을 띠는 셈이다.


만약 야당인 공화당이 상·하원을 장악한다면, 바이든의 국정운영에 차질이 불가피할 것이 자명하다. 이렇게되면 미국 야당은 물론 한국과 유럽의 집단 반발을 사고 있는 IRA의 일보 후퇴 가능성이 커질 것으로 보인다.


바이든과 여당인 민주당이 IRA제정을 밀어붙일 때도 공화당은 강력히 반대해왔다. 바이든이 캐스팅보트 역할을 해서 간신히 IRA제정안을 통과시킨 것이 이를 방증한다. 

 

결국 중간선거에서 민주당이 패배한다면, 자신의 집권 2년 중 가장 대표적인 치적으로 IRA를 내세운 바이든으로서도 명분이 약화될 것으로 보인다.
 

중간선거 참패시 IRA 일보 후퇴 가능성

 

민주당 소속 테리 스웰 앨라배마주 하원의원은 지난 6일(한국시간) 한국산 전기차 차별 조항을 3년간 유예하는 ‘미국을 위한 저렴한 전기차 법안’(Affordable Electric Vehicles for America Act)을 발의했다. 

 

지난 8월부터 시작된 북미 최종 조립 규정 시행을 2025년 12월말까지 3년간 유예해주자는게 개정안의 핵심이다. 개정안은 또 내년부터 적용되는 추가 세액공제 조건인 특정 광물 및 배터리 부품에 대한 규정의 시행도 일시 유예할 것을 포함했다.


이에 앞서 지난 9월 민주당 소속 래피얼 워녹 조지아주 상원의원은 이와 유사한 내용의 개정안을 발의한 바 있다. 미국 의회의 양대 축인 상원, 하원 공히 'IRA 3년유예'를 위한 법개정안이 제기된 것이다. 두 개의 개정안이 집권 여당 소속 의원들에 의해 발의됐다는 점은 주목할만하다.


IRA의 차별 논란과 미국의 갑질에 대한 비판 여론이 전세계로 확산하고 있음에도 끔쩍도 않던 바이든으로서도 신경이 쓰이지 않을 수 없는 대목이다. 여기에 중간선에서 참패라도 한다면, 바이든정부가 IRA 강행 입장에서 다소 후퇴할 개연성이 충분하다는 분석이 나온다.


자동차 강국이자 최대 시장중 하나인 유럽 주요국이 IRA에 집단반발 조짐을 보이고 있는데다, IRA와 유사한 유로 법안을 만들 움직임까지 나오고 있는 것도 IRA 3년유예 가능성에 힘을 실어주고 있다.


여기에 대한민국의 정부, 관계기관, 연구소, 산업체 등이 다각도로 미국 정부를 압박하고 있는 것도 이같은 IRA 규제 완화 내지는 유예 가능성을 높이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현재 대한민국은 IRA 시행으로 가장 피해가 커 '희생양' 취급을 받고 있는 상태다. 중국을 견제하기 위해 만든 IRA에 되레 한국이 피해를 보는 꼴이된 것이다. 

IRA 3년유예 가능성은 오는 9일(현지시각) 발표될 미국 중간선거 결과에 따라 저울추의 한쪽으로 기울어질 가능성이 높다. 예상대로 민주당이 승리한다면, 가능성이 그만큼 커질 것이지만, 반대로 여당인 민주당이 압승한다면, 개정안은 졸지에 추진 동력을 상실할 것으로 보인다.
현대자동차를 비롯해 국내 자동차업계가 미 중간선거 결과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는 이유가 바로 이 때문이다.

 

자동차업계 한 관계자는 "만약 공화당이 승리할 경우 IRA 등 바이든 정부가 추진해온 경제 정책이 수정이 불가피할 것"이라고 전제하며 "반대의 상황이 된다면, IRA개정안에 대한 논의 자체가 시들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자국우선주의'로 선거 결과 상관없이 낙관은 금물 


그러나, 국내 일부 전문가들 사이에선 중간선거 결과에 상관없이 미 상하원에서 동시 발의된 IRA개정이 쉽사리 이루어지기는 어려울 것이란 부정론이 결코 적지않다.


한국은행이 최근 발표한 '해외경제포커스'에 따르면 IRA법안을 개정하거나 폐기하기 위해선 양원 동의와 함께 대통령의 승인이 필요하기 때문에 바이든의 입장이 바뀌지 않는한 선거결과 야당이 압승해도 IRA가 금방 바뀔 가능성은 낮다"라고 분석했다.


미국이 대외 정책에 있어서만큼은 철저하게 실리주의, 자국우선주의가 팽배하다는 것도, 바이든정부가 중간선거 결과에 상관없이 IRA3년유예안을 받아들일 개연성이 낮다는 부정론의 근거중 하나다. 

 

실제 바이든은 집권 이후 전기차는 물론 반도체, 바이오 등 산업 전반의 '미국 제조업의 부활'이란 명분 아래 자국의 실리 추구를 위한 다양한 정책들을 하나하나 실행에 옮기고 있다.


업계 한 관계자는 이와 관련, "미 상원과 하원에서 모두 IRA개정안이 민주당 주도로 발의됐다고는 하나, 발의 의원이 조지아주, 앨라배마주 등 현대차그룹의 공장이 있는 지역구의원들이라는 점을 눈여겨 봐야 한다"고 지적했다.


IRA개정 기대감과 부정론이 공존하고 있다는 것은 현대차와 기아의 주가흐름에서도 그대로 나타난다. IRA 3년유예 가능성이 높아진 것으로 기대되자 8일 현대차와 기아의 주가는 장초반 강세를 보이다가 금새 보합세로 돌아섰다. 기아도 상황은 마찬가지다.


8일 12시40분 현재 현대차의 주가는 전일대비 0.29% 오른 17만원에 거래되고 있다. 코스피가 이날 미국 증시의 호조와 기관매수세에 힘입어 1% 이상 급등한 것과 비교하면 여전히 부진한 행보다.


그럼에도 불구, IRA에 대한 전세계의 반발 강도는 갈수록 높아지는 추세여서 미국이 결국 한발 물러설 가능성이 커지고 있는 것에 좀 더 주목해야할 것이라는게 국내 전문가들의 대체적인 시각이다. 특히 유럽의 움직임을 예의주시할 필요가 있다.

 

'무역전쟁' 경고한 EU의 강력 반발이 새 변수


7일(현지시간) 파이낸셜타임스에 따르면 EU집행위원회는 미 재무부에 보낸 의견서에서 IRA의 보조금 및 세금 공제 혜택은 수입 제품을 차별할 수 없다는 WTO 조항을 정면으로 위반한다고 명시했다. 독일 등 일부국가에서 산발적으로 불거진 IRA에 대한 반발이 EU차원의 첫 공식대응으로 확산한 것이다.


EU측은 이 의견서에서 IRA가 WTO 규정을 위반하며 장차 무역전쟁과 보복을 촉발할 수 있다고 강력히 비판했다. EU는 문서에서 IRA의 보조금 및 세금 공제 5가지 조치는 '명백하게 차별적인 국내산 사용 요건을 포함하고 있다'고 적시했다. 

 

EU측은 IRA가 미국과 가장 가까운 무역 상대국 모두에 경제적 피해를 입히는 동시에 비효율성과 시장 왜곡을 초래하고 녹색전환을 위한 핵심 기술과 투입물에 대한 해로운 글로벌 보조금 경쟁을 촉발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전문가들은 "바이든정부가 미국의 최고 우방인 한국과 유럽의 강력한 반발과 중간선거의 패배, 그리고 미국 야권의 압박 등이 맞물려 상승작용을 일으킨다면, 바이든의 강한 IRA시행 의지가 약화될 소지가 충분하다"며 "어떤식으로든 IRA의 부분개정이 이루어진다면 위기에 몰린 현대차그룹이 숨통을 틀 수 있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입을 모으고 있다.

 

토요경제 / 양지욱 기자 yjw@sateconom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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