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합]'4연속 자이언트' 단행한 미국...먹구름 짙어진 한국 경제

체크Focus / 조봉환 기자 / 2022-11-03 12:56:28
FOMC, 3일 기준금리 0.75% 인상 강행...'속도조절' 시점은 불투명
한·미간 기준금리 1% 차이, 24일 금통위서 '3연속 빅스텝' 확실시
고물가·고환율·고금리 가속화 예고돼 우리 경제의 먹구름 짙어져
▲제롬 파월 미국 연준 의장이 3일(한국시간) FOMC 정례회의 후 4연속 자이언트스텝에 대한 배경과 향후 금리인상 속도조절에 대한 의견을 피력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제공> 

혹시나 했는데, 역시나였다. 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3일(한국시간) FOMC(연방공개시장위원회) 정례회의에서 예상대로 기준금리를 0.75% 인상하는 자이언트스텝을 단행했다.


사상 초유의 4연속 자이언트스텝이다. 이에 따라 미국의 기준금리는 종전 3.00∼3.25%에서 3.75∼4.00%로 올라갔다. 지난 6월부터 5개월 사이에 단 4번의 자이언트스텝만으로 기준금리가 무려 3%포인트나 오른 셈이다. 상상을 초월하는 금리인상 속도다.


미국은 이제 기준금리 4% 시대를 열었다. 불과 1년전만해도 사실상 제로금리가 유지됐던 미국이 반년만에 초고금리 국가로 돌변한 것이다. 잇단 금리인상에도 불구, 8%대의 고공비행을 계속하고 있는 물가와의 전면전을 위해 자이언트스텝을 마치 '전가의 보도'처럼 활용하는 미국이다.

 

이제 관심은 다음 FOMC회의 결과다. 올해 마지막 FOMC회의는 다음달말로 예정돼 있다. 일단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은 다음달 회를 앞두고 금리인상 속도조절 가능성을 내비쳤다. 4연속 자이언트스텝이 거의 확정적인 상태였던 터라 사실 이날 관심의 핵은 파월의 향후 정책기조에 대한 발언이었다.

 

파월, 매파적 발언에 미 증시 폭락


파월은 일단 "금리인상 속도를 줄일 시기가 다가오고 있다. 이르면 다음 회의가 될 수도, 아니면 그다음 회의가 될 수도 있다"고 했다. 그러나, 이는 '가능성은 열어 두되, 시기는 불투명하다'란 얘기와 진배없다. '밥먹으면 배부르다'는 말처럼 뻔한 얘기로 들린다.


파월은 한 발 더 나아가 질의응답에서 아예 "현 시점에서 금리인상을 중단하는 것에 대해 생각하거나 말하는 것 자체가 시기상조"라고 못박았다.


구체적인 속도 조절에 대한 파월의 언급을 기대했던 시장은 낙심이 컸다. 국내 한 금융전문가는 이와 관련, "비둘기를 기대했는 데 막상 뚜껑을 여니 매였다"고 촌평했다. 매파적 발언을 이어간 파월의 답변을 꼬집은 것이다.


미국 증시는 즉각 폭락으로 화답했다. 대형주 중심의 S&P500지수가 2.5%나 빠졌다. 기술주 위주인 나스닥은 더 처참했다. 무려 3.36% 급락했다. 금리에 더 민감한게 나스닥이라지만 예상치를 웃도는 폭락이다. 테슬라, MS, 아마존, 메타, 구글 등 간판주들이 줄줄이 추풍낙엽처럼 나가떨어졌다.

 

미국의 4연속 '자이언트스텝'을 단행하며, 기준금리 4%시대를 엶에 따라 대한민국 경제의 미래는 더욱 어두워졌다. 하늘을 짙게 가리고 있는 먹구름이 금방이라도 폭풍우를 쏟아낼 분위기다. 미국의 고강도 긴축에서 촉발된 고환율, 고물가, 고금리에 수출부진과 저성장이 어우러진 복합위기가 더 고조될 수 있는 상황이 연출된 탓이다.

 

한국, 복합위기 상황 더욱 고조 우려

 

미국의 연이은 자이언트스텝에 한-미간 기준금리 격차는 1%포인트까지 벌어졌다. 한국이 더 높아도 시원찮을 판인데. 미국이 더 높다. 설상가상 격차는 올해안으로 더 벌어질 가능성이 크다.


한국과 미국은 올해 기준금리 조정이 각각 한차례씩 남아있다. 이달 금통위를 앞둔 한국은 베이비스텝(0.25%인상)과 빅스텝(0.5%인상)을 놓고 고민중이다. 그런데 미국은 파월 발언을 보면, 또다시 자이언트스텝을 밟을 개연성이 여전히 높다.


미국이 만약 빅스텝으로 금리인상의 속도를 조절에 나서고, 한국이 베이비스텝으로 수위를 낮춘다면, 양국의 기준금리 격차는 1.25%로 지금보다 더 벌어질 공산이 크다.


미국의 이처럼 끝모를듯 이어지는 고강도 긴축과 이를 위한 고금리 행진은 결국 달러 강세를 부추겨 강달러, 아니 킹달러 현상을 더욱 고조시킬 가능성이 크다. 이는 결국 원화가치를 떨어트려 환율의 상방 압력으로 작용하는 등 한국 경제를 더욱 벼랑끝으로 내몰 개연성이 높다.


실제 원달러 환율은 지난 9월말을 기점으로 1400원대에 진입하며 외환위기와 글로벌 금융위기를 소환하는 수준에 도달했다. 이번 미국의 또 한번의 자이언트스텝과 향후 금리인상 속도조절의 불투명성으로 원달러 환율이 추가 상승 가능성을 한층 높였다.


고환율은 수입 물가 상승으로 이어지게 마련이다. 같은 물건을 수입하더라도 원화 가치가 떨어지면 더 많은 원화를 지불해야 하기에 원가가 상승한다는 의미다. 9월 수입 물가는 원화 기준으로 전달 대비 3.3% 올랐다. 수입할 때 계약했던 결제 통화 기준으로 하면 수입 물가는 1.4% 하락했다.


전기, 가스, 지역난방 등 3대 공공요금요금 인상으로 10월 물가가 다시 반등한 우리나라 입장에서 수입 물가의 상승 압력은 고물가를 잡는 데 큰 걸림돌이 될 수 있다. 소비자물가가 안정권으로 내려오는 시점을 지연시킬 수 있다는 얘기다.

 

가계와 기업 금리 부담 더 가중될 듯


미국의 잇따른 자이언트스텝에 미국 경기 둔화 압력이 가중된다는 점은 위기에 몰린 우리 수출에도 큰 악재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미국은 중국에 이어 2위의 교역국이다. 우리 수출은 지난달 1년 전보다 5.7% 감소, 2020년 10월(-3.9%) 이후 2년 만에 하락세로 돌아섰다. 7개월 연속 무역적자가 더욱 길어질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높다.

 

미국 기준금리가 4%대 진입하고 한-미 기준금리 격차가 갈수록 벌어지면서 금융시장의 불안감도 더욱 가중될 것으로 보인다. 증시에서 외국인 자본의 '탈코리아' 현상이 가속화되고, 경고등이 켜진 외환보유고도 위험 수위가 계속 높아질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증시 침체도 절대 간과할 수 없는 부분이다. 미국의 4연속 자이언트스텝 여파로 외국인의 투자심리가 위축돼 주가 부진이 더욱 장기화할 것이란 전망이 우세하기 때문이다. 3일 오전 12시44분 현재 코스피는 0.71%, 코스닥은 0.91% 하락하며, 부진한 행보를 계속중이다.


가계와 기업들의 이자 부담이 커져 경기가 더욱 악화될 가능성이 커졌다는 점도 성장 둔화세가 뚜렷한 우리 경제엔 아킬레스 건이다. 한은이 만약 이달말로 예정된 금통위에서 또다시 빅스텝을 밟는다면, 대출금리 전체가 또다시 폭등해 가계와 기업의 어깨를 짓누를 것으로 보인다.


현대경제연구원은 '한미 적정 기준금리 추정과 시사점'이라는 보고서에서 "국내 가계 금융 불균형이 심화한 상황에서 과도한 기준금리 인상은 가계의 이자 상환 부담을 가중해 경기 하방 압력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높다"고 진단했다.


전문가들은 "연준의 멈출줄 모르는 금리인상 기조가 미국 자체는 물론 전세계 경기를 약화시키는 측면이 있다"며 "금융시장은 물론 수출 등 경제 전반에 까지 부정적인 영향이 나타나는 등 한국 경제의 위기상황을 더욱 부추길 것"이라고 우려했다.

 

토요경제 / 조봉환 기자 ceo@sateconom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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