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서울 강남구 포스코 사옥/사진=포스코홀딩스 |
최근 MBC의 모잠비크 광산 사태 보도와 관련해, 현지 언론이 이미 환경오염 문제를 여러 차례 보도하며 경고음을 울렸지만 포스코 등 국내 철강사들은 이를 사전에 걸러내지 못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에 따라 원료 조달 과정에서 해외 환경·인권 리스크를 제대로 점검하지 못한 공급망 실사 부실 문제가 제기되고 있다.
모잠비크 현지 언론은 2024년부터 테테주 모아티즈 석탄광산의 먼지 피해, 주민 건강 문제, 법원의 조업중단 명령을 반복 보도했다. 그러나 MBC는 지난 16일 포스코 등 국내 기업이 취재 질의를 받기 전까지 관련 논란을 인지하지 못했다고 보도했다.
문제의 광산은 모잠비크 북서부 테테주에 있는 모아티즈 노천광산이다. 벌컨 모잠비크가 운영하며 제철용 원료탄과 연료탄을 생산한다. 2024년 12월 테테주 행정법원이 잠정 채굴 중단을 명령한 곳도 이 광산의 4·6구역이다. 벌컨은 법원 결정에 항소했다.
현지 경고는 법원 결정 수개월 전부터 나왔다. 모잠비크 매체 오 파이스(O País)는 2024년 8월 20일 ‘모아티즈 주민, 벌컨에 오염 중단 최후통첩(População de Moatize dá ultimato à Vulcan para parar com poluição)’이라는 제목으로 주민들의 집단 문제 제기를 전했다. 모아티즈 8개 지역 주민들이 광산 활동에 따른 환경오염 문제를 30일 안에 해결하라고 요구했다는 내용이다.
오 파이스는 같은 해 9월 12일 ‘벌컨, 권고 기준 안에서 운영 중이라고 주장(Vulcan garante estar a funcionar dentro do padrão recomendado)’이라는 후속 기사도 냈다. 벌컨은 7~8월 먼지가 심해진 원인으로 가뭄과 바람 등 기후 조건을 들었다. 내부 감사와 먼지 통제 시스템 개선도 진행하고 있다고 해명했다. 해당 기사에는 오 파이스가 앞서 7~8월에도 광산 인근 수십 가구의 먼지 피해를 보도했다는 내용이 담겼다.
모즈24에이치(Moz24h)는 2024년 12월 5일 ‘모아티즈 석탄은 몇 명의 목숨을 대가로 하나(Quantas vidas humanas custa o carvão de Moatize?)’라는 현장 기사로 피해 문제를 더 구체적으로 다뤘다. 이 매체는 광산에서 100~200m 떨어진 주거지를 취재해 주택과 음식, 물에 검은 먼지가 쌓인 상황을 전했다. 기사에는 “모두가 먼지를 먹고 마시고 들이마신다(todos comem, bebem, respiram a poeira)”는 표현도 나왔다. 다만 주민들의 호흡기 질환과 광산 먼지 사이의 개별 인과관계는 별도 의학적 검증이 필요한 사안이다.
법원 판단은 2024년 12월 18일 나왔다. 테테주 행정법원은 사건번호 72/2024/CA, 결정번호 47/TAPT/2024를 통해 벌컨에 72시간 안에 4·6구역의 채굴을 즉시·잠정 중단하라고 명령했다. 또 90일 안에 모아티즈 일대 7개 지역의 환경오염을 줄이기 위한 조치를 취하라고 했다.
오 파이스는 2024년 12월 20일 이를 ‘벌컨, 일부 구역 작업 중단까지 72시간(Vulcan tem 72 horas para suspender trabalhos em algumas secções)’이라는 제목으로 보도했다. 매체가 인용한 판결문에는 석탄 채굴 과정에서 주변 주택의 오염을 막기 위한 먼지 저감 조치가 모두 지켜지지 않았다는 판단이 담겼다.
법원 결정 이후에도 논란은 이어졌다. 모즈24에이치는 2025년 2월 6일 ‘벌컨, 법원 중단 명령 이후에도 4·6구역 운영 지속(Impune a Vulcan continua a operar na seccão 4 e 6 mesmo depois da suspensão pelo tribunal)’이라는 제목의 후속 기사를 냈다. 이 매체는 주민들이 제공한 사진과 영상을 근거로 채굴이 계속되고 있다고 주장했다. 벌컨이 2025년 1월 13일 항소 절차에 들어갔다는 내용도 전했다. MBC 역시 벌컨이 항소 뒤 채굴을 이어가고 있다고 보도했다.
올해도 오염 문제는 제기됐다. 모잠비크 환경단체 주스티아 암비엔탈(Justiça Ambiental)은 2026년 4월 공개 자료에서 2024년 9~10월 모아티즈 일대 미세먼지(PM10) 농도가 최대 340㎍/㎥로 측정됐다고 밝혔다. 이는 세계보건기구(WHO)의 24시간 권고치인 45㎍/㎥의 약 7.6배다. 다만 이 수치는 환경단체 자체 측정 결과로, 정부 기관의 공식 측정치와는 구분해 볼 필요가 있다.
이 광산과 국내 철강사의 연결고리는 선박 운송 자료로 확인됐다. MBC는 6월 16일 최근 수년간 해당 광산의 석탄 약 949만톤을 포스코 등이 수입한 것으로 파악됐다고 보도했다. 후속 보도에 인용된 비영리단체 아리아(ARIA)와 선박 추적 플랫폼 케이플러(Kpler) 자료에 따르면 2019년 1월부터 2026년 6월까지 총 112건이 국내에 들어왔다. 그 가운데 포스코 측 물량은 광양·포항항 62건, 약 484만톤으로 집계됐다.
다만 949만톤 전부가 벌컨 운영 기간에 수입된 것은 아니다. 모아티즈 광산은 브라질 광산기업 발레가 운영하다가 2022년 4월 벌컨으로 넘어갔다. 따라서 전체 물량 가운데 2022년 이전 수입분과 법원 명령 이후 수입분을 구분해 확인할 필요가 있다.
이번 사안에서 포스코는 실제 광산 운영 주체가 아니다. 그럼에도 쟁점은 포스코가 구매기업으로서 공개된 주민 피해 주장, 현지 보도, 법원 명령을 공급망 위험 신호로 포착했는지가 논란의 핵심이다.
이번 사안은 유럽연합의 공급망 실사 규제 흐름과도 맞물린다. CSDDD는 대기업에 자사 사업과 공급망에서 발생할 수 있는 인권·환경 악영향을 확인하고 대응하도록 요구하는 제도다. 포스코가 직접 적용 대상인지와 별개로, EU 시장에 철강재를 공급하거나 포스코 철강을 쓰는 고객사가 EU 규제 적용을 받을 경우 원료탄 조달 과정에 대한 실사자료 요구가 커질 수 있다. 따라서 이번 모아티즈 광산 논란은 단순 해외 광산 문제가 아니라 향수 포스코의 수출·고객사 대응 리스크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에서 시사점이 크다.
토요경제 / 임종호 기자 yimjongho1969@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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