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그룹, AI 메모리 끝 아냐…데이터센터~정유공장까지

산업 / 최은별 기자 / 2026-09-10 12:34:54
최태원, 울산 AI 데이터센터·울산CLX 잇달아 점검
HBM에서 데이터센터·에너지·제조 AX까지 ‘AI 풀스택’ 구체화
2027년 울산 AIDC 가동 목표…영남권 2GW 이상 클러스터 추진
▲최태원 SK그룹 회장 [연합뉴스]

 

SK그룹의 인공지능(AI) 전략이 SK하이닉스의 고대역폭메모리(HBM)를 넘어 데이터센터와 에너지, 정유·화학 공장의 AI 전환까지 넓어지고 있다. AI 반도체 호황의 수혜를 메모리 판매에만 가두지 않고 AI가 필요한 인프라를 구축한 뒤 실제 제조 현장에 적용하는 사업 구조로 확장하는 모양새다.

10일 SK그룹에 따르면 최 회장은 이날 ‘SK AI 데이터센터 울산’ 건설 현장을 찾아 구축 상황을 점검한 뒤 SK이노베이션 울산CLX로 이동해 제조 현장의 AI 전환(AX) 적용 상황을 살폈다. 지난 6월 ‘뉴 이천포럼’에서 ‘AX 중심 경영으로의 대전환’을 화두로 제시한 지 약 3개월 만이다.

이번 행보에서 눈여겨볼 대목은 두 현장의 성격이 전혀 다르다는 점이다. 울산 AI 데이터센터는 AI를 돌리는 인프라를 만드는 사업이고, 울산CLX는 그 AI를 기존 정유·화학 산업에 실제 적용하는 현장이다. SK가 공급자와 사용자 양쪽에서 AI 사업모델을 동시에 만들고 있다는 의미다.

첫 연결고리는 SK하이닉스다. SK하이닉스가 HBM 등 AI 메모리를 공급한다면 SK텔레콤을 중심으로 한 그룹 계열사들은 이를 활용할 대규모 컴퓨팅 인프라 시장으로 사업 범위를 넓히고 있다. SK는 반도체와 데이터센터, 전력·에너지 설루션, AI 서비스까지 아우르는 구조를 ‘AI 풀스택 프로바이더’로 규정하고 있다.

울산이 첫 실험장이다. SK텔레콤은 AWS와 함께 울산에 100MW급 하이퍼스케일 AI 데이터센터를 건설하고 있다. 2025년 8월 착공했으며 2027년 하반기 가동을 목표로 한다. SK텔레콤과 SK브로드밴드 등 ICT 계열뿐 아니라 그룹의 반도체·에너지·건설 역량이 투입되는 프로젝트다.

울산 데이터센터는 그 자체로 끝나는 사업도 아니다. SK텔레콤은 이를 시작으로 영남권에 2GW 이상 규모의 AI 데이터센터 클러스터를 조성하고, 2029년부터 전국적으로 5GW 규모를 단계적으로 연 뒤 2035년까지 최대 15GW로 확대한다는 로드맵을 세워놓고 있다. 지난 7월에는 사업개발 전문 자회사 ‘SK하이퍼’를 설립하고 2030년까지 7500억원을 출자하기로 했다. 부지와 변전소, 고객 유치 등 대규모 데이터센터 사업의 선행 작업을 전담시키기 위해서다.

두 번째 연결고리는 에너지다. AI 데이터센터는 막대한 전력과 냉각 능력을 필요로 한다. SK가 통신사만으로 데이터센터 사업을 접근하는 것과 달리 SK그룹 내부에는 에너지와 냉각, 건설·운영 사업을 담당할 계열사들이 존재한다. SK가 데이터센터를 AI 사업의 별도 사업부문이 아니라 그룹 차원의 인프라 사업으로 보는 이유다. SK 역시 공식적으로 반도체와 데이터센터, 전력·에너지 설루션을 AI 풀스택의 핵심 축으로 제시하고 있다.

AI의 종착점은 다시 제조 현장으로 이어진다. 최 회장이 이날 데이터센터에 이어 찾은 울산CLX에서는 정유·화학 공정의 최적화와 안전관리, 에너지 효율 향상에 AI를 적용하고 있다. 특히 AI의 데이터 분석과 현장 엔지니어의 경험을 결합하는 ‘듀얼 브레인(Dual Brain)’ 체계를 추진 중이다. 약 250만평 규모 사업장의 공정과 설비를 AI가 상시 감지·분석하고 현장 인력이 이를 토대로 판단하는 방식이다.

SK의 AI 전략은 ‘HBM 판매→AI 데이터센터→에너지·냉각→AI 서비스→제조 AX’로 사업 영역을 넓히는 데 초점이 맞춰져 있다. SK하이닉스가 AI 시장 확대의 직접적인 수혜를 받는 데서 한발 더 나아가 AI에 필요한 인프라와 서비스를 그룹의 새로운 사업영역으로 가져오겠다는 것이다.

다만 아직 ‘완성된 수직계열화’로 보기는 이르다. 울산 데이터센터는 건설 단계이고 전국 15GW 역시 수요와 전력·부지, 투자 여건에 따라 순차적으로 진행하는 중장기 목표다. AWS를 비롯한 외부 빅테크와의 협력도 사업의 핵심이다. SK텔레콤 역시 투자금은 자체 투자뿐 아니라 전략적 파트너, 장기 입주계약, 프로젝트파이낸싱(PF) 등을 복합적으로 활용할 계획이라고 밝히고 있다.

최 회장의 이번 울산 행보는 AI 사업 청사진을 새로 발표했다기보다 기존 계획이 실제 산업 현장에서 이어질 수 있는지를 확인하는 성격이 강한 이유다. AI 메모리에서 벌어들인 경쟁력을 데이터센터와 에너지, 제조업의 생산성으로 연결할 수 있느냐가 SK의 다음 단계다. 울산은 그 연결고리를 한 지역에서 처음 시험하는 현장이 되고 있다.

 

토요경제 / 최은별 기자 ceb@sateconom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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