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요경제 = 최성호 기자] 중동 전쟁 장기화로 에너지발 물가 불안이 커지는 가운데 정부가 석유 최고가격제 4차 시행 여부를 조만간 결정하기로 했다. 김민석 국무총리가 최고가격제의 물가 안정 효과를 재차 강조하면서, 유가 급등 충격을 억제하는 단기 처방과 중소기업·서민 지원을 위한 추가경정예산 집행을 동시에 밀어붙이겠다는 뜻을 분명히 한 것으로 해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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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민석 국무총리가 22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비상경제본부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
김민석 국무총리는 22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제9차 비상경제본부회의에서 “3차 석유 최고가격제가 내일 종료되고 4차 시행 여부를 곧 결정하게 된다”며 “정부는 최고가격제의 긍정적 효과와 여러 의견을 충분하고 신중하게 고려해 4차 시행 여부를 결정하겠다”고 밝혔다.
이는 최근 중동발 지정학 리스크가 국제 에너지 가격을 자극하는 상황에서 유류비 부담이 소비와 기업 활동 전반을 짓누를 수 있다는 판단이 반영된 발언으로 읽힌다.
김 총리는 특히 최고가격제의 정책 효과로 물가 폭등 방지, 소비 위축 완화, 화물기사 등 유가 민감 계층 충격 완화를 직접 거론했다. 일각에서 가격 통제 정책의 실효성 논란이 제기되고 있지만, 정부는 적어도 단기적으로는 시장 충격을 흡수하는 완충 장치 역할을 했다고 보고 있는 셈이다.
석유 가격은 물류비와 제조원가, 외식·유통 가격까지 연쇄적으로 자극하는 대표 변수라는 점에서, 정부가 최고가격제 종료를 쉽게 선택하기 어려운 배경도 여기에 있다.
다만 최고가격제의 연장 여부는 단순한 물가 관리 차원을 넘어 시장 왜곡 가능성과 재정 부담, 정유·유통업계의 수익성 문제를 함께 따져야 하는 사안이다.
가격을 누르는 정책이 길어질수록 소비자 체감 부담은 줄일 수 있지만, 반대로 공급 유인 저하와 시장 기능 훼손 논란은 커질 수 있다. 결국 정부가 4차 시행을 결정하더라도 기간과 적용 범위, 보완 대책을 얼마나 정교하게 설계하느냐가 정책 성패를 가를 전망이다.
이번 발언에서 더 주목되는 대목은 김 총리가 추경의 방향을 ‘중소기업과 서민의 실질적 도움’으로 못 박았다는 점이다. 그는 “중동 전쟁 장기화의 피해를 가장 크게, 먼저 체감하는 것은 중소기업과 생활 취업 계층”이라며 “정부가 편성한 추경이 중소기업과 서민들에게 실질적 도움이 될 수 있도록 적극 소통하면서 방안을 강구해가겠다”고 말했다.
이는 단순한 재정 투입 규모보다 실제 현장에서 체감할 수 있는 지원 설계가 중요하다는 메시지다. 고금리와 내수 둔화, 원자재 가격 불안이 겹친 상황에서 중소업체와 자영업자, 운송 종사자 등 취약 부문을 겨냥한 선별 지원이 강화될 가능성이 크다.
회의에서 보고된 세부 대책도 이런 기조와 맞닿아 있다. 금융안정반은 내달 차량 5부제 참여 시 자동차 보험료 할인 혜택을 제공하는 특약을 신설하고, 석유화학 업계의 나프타 수입 지원을 위한 금융권 지원 체계를 구축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유가 상승기에 수입 비용 부담이 커지는 석화업계에 금융 지원을 덧대 원가 충격을 줄이겠다는 구상이다. 이는 에너지 가격 불안이 개별 기업의 손익을 넘어 산업 전반의 경쟁력 약화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을 의식한 대응으로 풀이된다.
민생복지반이 주사기·주사침 매점매석 금지 고시 시행과 관련해 특별 단속을 이어가기로 한 점도 눈에 띈다. 중동 전쟁 장기화 국면에서 에너지뿐 아니라 의료·생활 필수재 전반으로 불안 심리가 번질 수 있다는 점을 정부가 경계하고 있다는 의미다.
실제 위기 국면에서는 일부 품목의 사재기와 유통 교란이 가격 불안을 증폭시키는 경우가 적지 않다. 정부로서는 에너지, 산업 원자재, 민생 필수품을 아우르는 다층 대응 체계를 동시에 가동할 필요가 있다.
김 총리가 코로나19 대유행을 언급하며 위기를 산업 혁신의 계기로 삼아야 한다고 주문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그는 코로나 위기가 방역 시스템 개선과 바이오 제약산업 육성의 계기가 됐다고 평가하면서, 중동 전쟁 장기화 피해 대응과 함께 미래 과제 발굴도 병행해달라고 각 부처에 당부했다.
당장의 유가와 물가를 관리하는 단기 처방을 넘어 에너지 구조 전환, 공급망 안정, 산업 체질 개선으로 연결해야 한다는 주문이다.
결국 이번 비상경제본부회의는 정부가 중동 리스크를 단순한 외부 변수로 보지 않고 민생·산업·금융 전반을 흔드는 복합 위기로 인식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석유 최고가격제 4차 시행 여부는 그 첫 시험대가 될 전망이다.
연장 결정이 내려질 경우 정부의 물가 방어 의지는 한층 분명해지겠지만, 시장 기능과 재정 부담 사이의 균형을 어떻게 맞출지가 뒤따르는 과제가 될 것으로 보인다. 반대로 종료를 택할 경우에는 유가 상승분이 소비자 가격과 산업 비용으로 얼마나 빠르게 전가될지에 대한 촘촘한 보완책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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