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가 억제 연장 카드 만지작…김민석 “석유 최고가격제 4차 시행 곧 결정”

정치·사회 / 최성호 / 2026-04-22 12:32:04
중동 전쟁 장기화에 물가·물류 부담 확산…추경은 중소기업·서민 체감 지원에 초점

[토요경제 = 최성호 기자] 중동 전쟁 장기화로 에너지발 물가 불안이 커지는 가운데 정부가 석유 최고가격제 4차 시행 여부를 조만간 결정하기로 했다. 김민석 국무총리가 최고가격제의 물가 안정 효과를 재차 강조하면서, 유가 급등 충격을 억제하는 단기 처방과 중소기업·서민 지원을 위한 추가경정예산 집행을 동시에 밀어붙이겠다는 뜻을 분명히 한 것으로 해석된다.

 

▲김민석 국무총리가 22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비상경제본부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김민석 국무총리는 22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제9차 비상경제본부회의에서 “3차 석유 최고가격제가 내일 종료되고 4차 시행 여부를 곧 결정하게 된다”며 “정부는 최고가격제의 긍정적 효과와 여러 의견을 충분하고 신중하게 고려해 4차 시행 여부를 결정하겠다”고 밝혔다. 

 

이는 최근 중동발 지정학 리스크가 국제 에너지 가격을 자극하는 상황에서 유류비 부담이 소비와 기업 활동 전반을 짓누를 수 있다는 판단이 반영된 발언으로 읽힌다.

김 총리는 특히 최고가격제의 정책 효과로 물가 폭등 방지, 소비 위축 완화, 화물기사 등 유가 민감 계층 충격 완화를 직접 거론했다. 일각에서 가격 통제 정책의 실효성 논란이 제기되고 있지만, 정부는 적어도 단기적으로는 시장 충격을 흡수하는 완충 장치 역할을 했다고 보고 있는 셈이다. 

 

석유 가격은 물류비와 제조원가, 외식·유통 가격까지 연쇄적으로 자극하는 대표 변수라는 점에서, 정부가 최고가격제 종료를 쉽게 선택하기 어려운 배경도 여기에 있다.

다만 최고가격제의 연장 여부는 단순한 물가 관리 차원을 넘어 시장 왜곡 가능성과 재정 부담, 정유·유통업계의 수익성 문제를 함께 따져야 하는 사안이다. 

 

가격을 누르는 정책이 길어질수록 소비자 체감 부담은 줄일 수 있지만, 반대로 공급 유인 저하와 시장 기능 훼손 논란은 커질 수 있다. 결국 정부가 4차 시행을 결정하더라도 기간과 적용 범위, 보완 대책을 얼마나 정교하게 설계하느냐가 정책 성패를 가를 전망이다.

이번 발언에서 더 주목되는 대목은 김 총리가 추경의 방향을 ‘중소기업과 서민의 실질적 도움’으로 못 박았다는 점이다. 그는 “중동 전쟁 장기화의 피해를 가장 크게, 먼저 체감하는 것은 중소기업과 생활 취업 계층”이라며 “정부가 편성한 추경이 중소기업과 서민들에게 실질적 도움이 될 수 있도록 적극 소통하면서 방안을 강구해가겠다”고 말했다. 

 

이는 단순한 재정 투입 규모보다 실제 현장에서 체감할 수 있는 지원 설계가 중요하다는 메시지다. 고금리와 내수 둔화, 원자재 가격 불안이 겹친 상황에서 중소업체와 자영업자, 운송 종사자 등 취약 부문을 겨냥한 선별 지원이 강화될 가능성이 크다.

회의에서 보고된 세부 대책도 이런 기조와 맞닿아 있다. 금융안정반은 내달 차량 5부제 참여 시 자동차 보험료 할인 혜택을 제공하는 특약을 신설하고, 석유화학 업계의 나프타 수입 지원을 위한 금융권 지원 체계를 구축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유가 상승기에 수입 비용 부담이 커지는 석화업계에 금융 지원을 덧대 원가 충격을 줄이겠다는 구상이다. 이는 에너지 가격 불안이 개별 기업의 손익을 넘어 산업 전반의 경쟁력 약화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을 의식한 대응으로 풀이된다.

민생복지반이 주사기·주사침 매점매석 금지 고시 시행과 관련해 특별 단속을 이어가기로 한 점도 눈에 띈다. 중동 전쟁 장기화 국면에서 에너지뿐 아니라 의료·생활 필수재 전반으로 불안 심리가 번질 수 있다는 점을 정부가 경계하고 있다는 의미다. 

 

실제 위기 국면에서는 일부 품목의 사재기와 유통 교란이 가격 불안을 증폭시키는 경우가 적지 않다. 정부로서는 에너지, 산업 원자재, 민생 필수품을 아우르는 다층 대응 체계를 동시에 가동할 필요가 있다.

김 총리가 코로나19 대유행을 언급하며 위기를 산업 혁신의 계기로 삼아야 한다고 주문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그는 코로나 위기가 방역 시스템 개선과 바이오 제약산업 육성의 계기가 됐다고 평가하면서, 중동 전쟁 장기화 피해 대응과 함께 미래 과제 발굴도 병행해달라고 각 부처에 당부했다. 

 

당장의 유가와 물가를 관리하는 단기 처방을 넘어 에너지 구조 전환, 공급망 안정, 산업 체질 개선으로 연결해야 한다는 주문이다.

결국 이번 비상경제본부회의는 정부가 중동 리스크를 단순한 외부 변수로 보지 않고 민생·산업·금융 전반을 흔드는 복합 위기로 인식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석유 최고가격제 4차 시행 여부는 그 첫 시험대가 될 전망이다. 

 

연장 결정이 내려질 경우 정부의 물가 방어 의지는 한층 분명해지겠지만, 시장 기능과 재정 부담 사이의 균형을 어떻게 맞출지가 뒤따르는 과제가 될 것으로 보인다. 반대로 종료를 택할 경우에는 유가 상승분이 소비자 가격과 산업 비용으로 얼마나 빠르게 전가될지에 대한 촘촘한 보완책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 토요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최성호
최성호 안녕하세요. '토요경제' 최성호 입니다.
기자 페이지

기자의 인기기사

뉴스댓글 >

    많이 본 기사

    1
    한화투자증권, RWA 담보 활용으로 사업 확대…체인링크와 가치검증 체계 구축

    한화투자증권, RWA 담보 활용으로 사업 확대…체인링크와 가치검증 체계 구축

    한화투자증권이 실물연계자산(RWA)의 토큰화 사업을 글로벌 유통과 담보 활용으로 확대한다. 단순히 자산을 디지털 증권으로 발행하는 데 그치지 않고 가치 검증과 블록체인 간 연결을 통해 금융상품의 활용 범위를 넓히겠다는 구상이다.30일 한화투자증권(대표 장병호)에 따르면 회사는 블록체인 데이터 인프라 기업 체인링크(Chainlink)와 글로벌 디지털자산 플랫

    2
    네이버, 엔비디아 10억달러 투자 납입일 확정…AI 팩토리 자금조달 본궤도

    네이버, 엔비디아 10억달러 투자 납입일 확정…AI 팩토리 자금조달 본궤도

    네이버가 엔비디아의 전략적 투자 일정과 절차를 확정했다. 인공지능(AI) 인프라 확보라는 선결 조건을 충족하면서 대규모 AI 팩토리 사업에 필요한 자본 조달이 구체화됐다.네이버(대표 최수연)는 30일 엔비디아를 대상으로 한 제3자배정 유상증자의 납입일을 기존 10월 30일에서 11월 6일로 변경했다고 공시했다. 신주 상장 예정일도 11월 20일에서 27일로

    3
    금융위, 부실 금융사 정리 150일→3~4일 단축 추진…보험사도 적용

    금융위, 부실 금융사 정리 150일→3~4일 단축 추진…보험사도 적용

    금융위원회가 금융시장 전반으로 부실이 확산할 우려가 있는 금융회사를 신속하게 정리하는 제도 도입을 추진한다. 보험사도 적용 대상에 포함되며, 긴급 상황에서는 주주총회와 입찰 등 기존 절차를 생략할 수 있도록 한다.금융위원회는 29일 '금융회사 신속정리제도 도입방안'을 발표하고 금융산업의 구조개선에 관한 법률과 예금자보호법 개정을 추진한다고 밝

    4
    GC녹십자, 헌터증후군 치료제 국내 허가…혈액제제 사업에 1700억 대출 승인

    GC녹십자, 헌터증후군 치료제 국내 허가…혈액제제 사업에 1700억 대출 승인

    GC녹십자가 중추신경계 증상을 동반한 헌터증후군 치료제의 국내 품목허가를 획득했다. 이와 별도로 추진하는 차세대 혈액제제 개발·생산 사업에는 국민성장펀드를 통한 1700억원의 대출 지원이 승인됐다.30일 GC녹십자(대표 허은철)에 따르면 식품의약품안전처는 뇌실투여형 헌터증후군 치료제 '헌터라제아이씨브이주(Hunterase ICV)'의 국내 품

    5
    현대백화점그룹, 2027년 정기 임원 인사 전략은…장호진·박홍진 부회장 승진

    현대백화점그룹, 2027년 정기 임원 인사 전략은…장호진·박홍진 부회장 승진

    현대백화점그룹이 정기 임원 인사에서 사업별로 서로 다른 전략을 선택했다. 지주사와 식품사업은 기존 경영진의 위상을 높였지만 패션사업은 대표를 교체했다. 백화점에는 신규 출점을 담당할 인력을 재배치했다. 경영 연속성을 유지하면서 사업별 성장 과제에 맞춰 책임자를 배치한 전략적 인사로 풀이된다.현대백화점그룹(회장 정지선)은 29일 승진 27명, 전보 23명 등

    SN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