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합]정부 '업무개시명령' 발동 가시화...기로에선 화물연대 총파업

체크Focus / 조봉환 기자 / 2022-11-28 11:47:10
위기경보단계 '심각' 격상...28일 중대본회의 이어 29일 국무회의 업무개시명령 심의 예고
화물연대측 입장변화여부 관심...28일 국토부-화물연대 교섭이 이번 사태의 분수령 될듯
▲화물연대 총파업 나흘째인 27일 오전 경기도 의왕시 내륙컨테이너기지(ICD)에 화물차들이 뺴곡히 주차돼 있다. <사진=연합뉴스제공>

정부가 화물연대의 총파업 사태로 촉발된 최근의 육상화물운송분야의 위기경보단계를 최고 단계인 '심각'으로 높였다. '업무개시명령' 발동을 위한 사전 준비를 마친 셈이다.


화물연대의 총파업 사태가 닷새 째로 접어들며 건설현장 등 산업계의 피해가 눈덩이처럼 불어나며 위기의 경제를 더욱 악화시키자 정부가 초강경 카드를 내세워 화물연대측을 압박하기 위한 전략으로 읽힌다.


정부는 화물연대의 총파업 예고 직후인 지난 15일 위기경보단계를 '관심'에서 '주의'로 올렸고 파업 시작 전날 '주의'에서 '경계'로 다시 높인 바 있다. 위기경보체계는 관심→주의→경계→심각 4단계로 이뤄진다. 화물연대 총파업 전후에 단 며칠만에 최고 단계로 격상시킨 것은 정부의 강경 의지가 그만큼 강하다는 방증이다.

 

앞서 정부는 28일 오전 10시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 주재로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회의를 갖고 업무개시명령을 포함한 화물연대 총파업 사태에 대한 구체적인 대응 방안을 집중적으로 논의했다. 이날 오후로 예정돼 있는 화물연대측과의 교섭에서 원하는 결과를 도출하지 못할 경우에 대비한 관계부처 협의다.

 

정부-화물연대, 양보없는 대치국면


29일엔 윤석열 대통령이 국무회의를 주재하며, 업무개시명령을 심의하겠다고 밝혔다. 김은혜 대통령실 홍보수석비서관은 28일 서면브리핑에서 "윤 대통령이 이날 수석비서관회의에서 총파업 관련 노사 법치주의를 확실히 세워야 한다고 말했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결국 정부가 위기경보체제를 최고단계로 높이고, 업무개시명령 발동을 위한 준비까지 마치는 등 배수의 진을 치고 화물연대측과의 교섭에 나섬에 따라 이날 오후 국토부와 화물연대 실무 교섭 결과에 귀추가 주목된다.


현재로선 양측의 입장이 워낙 팽팽해서 극적 타결 가능성은 낮아보이는 가운데, 이번 교섭은 화물연대 총파업 사태의 분수령이 될 것으로 보인다. 만약 극적 타협이 이뤄진다면 총파업사태가 마무리되겠지만, 별다른 소득없이 서로의 입장차만 확인하는 선에서 끝난다면 사태가 더 악화될 가능성이 높다.


전망은 다소 부정적이다. 양측의 입장이 워낙 팽팽하다. 우선 정부는 '안전운임제 일몰제 3년 연장'이란 마지막 카드를 이미 제시했고 "더 이상의 양보는 없다"라는 강경한 입장이다. 연말로 종료되는 일몰제를 3년 더 연장하는 방안이 정부가 내놓을 수 있는 최대한의 조건이라는 뜻이다.


원희룡 국토부 장관은 이와관련, 27일 오후 YTN24와의 인터뷰에서 "새로운 조건이나 요구사항에 대해서 지금 시점에 얘기할게 없다"고 전제하며 "일방적 집단 위력행사로 국가경제가 마비되는 상황은 이제 중단해야지 정부가 이걸로 달래고 저걸로 달래고 그런 일은 더이상 없을 것"이라고 못박했다. 원 장관은 다만 "화물연대측이 운송거부를 철회하고 즉각 업무에 복귀할 것을 간곡히 권유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정부의 강경 입장에 대해 화물연대측도 단호하기는 마찬가지다. 한발짝도 물러설 수 없다는 초강경 입장을 견지하고 있다. 화물연대측은 이번 기회에 안전운임제를 일몰제가 아니라 영구적으로 정착시키는 한편, 대상 품목을 확대해 모든 특수고용직 화물기사들의 권익을 찾겠다는 뜻을 굽히지 않는다.

 

건설현장 멈추고, 수출선전 차질 본격화


정부와 화물연대가 첨예하게 대립하며, 화물연대 소속 기사들의 업무거부 사태가 닷새째로 접어들면서 산업계 피해는 눈덩이처럼 불어나고 있다. 물류와 수출을 위한 선적 등에 상당한 차질을 빚는가하면 시멘트와 래미콘의 공급이 막히면서 건설현장이 멈춰설 위기에 봉착해있다.


정부와 업계에 따르면 24일 화물연대의 총파업 이후 항만 컨테이너 반출입량이 평시의 10%도 안되는 수준까지 급락, 수출입과 환적화물 처리에 막대한 차질이 발생하고 있다. 이에 따라 완성차, 철강, 정유업계가 공급 차질로 인한 피해가 가시화하고 있다.


국토부가 집계한 27일 오후 5시 기준 전국 12개 항만의 컨테이너 반출입량은 2788TEU(1TEU는 20피트짜리 컨테이너 1개)로 평시(3만6655TEU)의 7.6% 수준까지 떨어졌다.


광양, 평택, 당진, 울산항 등 일부 항만에서는 컨테이너 반출입이 거의 없는 상태다. 국토부는 파업사태 장기화될 경우 외국 선사들이 국내 항만을 기피하는 등 항만신인도가 크게 저하되고, 항만 운영이 마비되는 상황이 초래할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산업계의 피해도 이번주부터 본격화될 것으로 예상된다. 한국시멘트협회에 따르면 26일까지 시멘트 10만3천t의 출하가 계획됐지만, 화물연대 파업으로 실제 출하량은 9% 수준인 9천t에 불과했다. 피해 금액만도 누적 464억원에 달한다.


전국 459개 건설 현장 중 절반이 넘는 259개 현장이 지난 25일부터 레미콘 타설 작업이 중단됐다. 레미콘업계는 오는 29일부터 전국적으로 생산이 중단돼 대부분의 건설 현장 공사가 멈출 것으로 걱정하고 있다. 건설 현장이 멈추면 철강, 마감재, 전기/통신, 기계 등 다른 업종까지 피해가 도미노처럼 확산할 우려가 있다.


정유업계도 상황은 비슷하다. SK, GS칼텍스, 에쓰오일, 현대오일뱅크 등 4대정유사 차량 중 70~80%가 화물연대 조합원으로 알려졌다. 이에 따라 주유소의 휘발유와 경유 공급에 차질이 빚어질 것으로 보인다. 업계는 이번주초까지는 사전 수송 물량으로 버틸 수 있지만, 이후에는 도시 지역을 중심으로 휘발유 공급부족사태가 발생할 수 있다고 경고하고 있다.


철강업계 역시 이미 화물차를 이용한 출하가 긴급 물량을 제외하고 전면 중단된 상황이다. 철도와 해상 운송을 통해 평시 대비 10% 미만의 물량만 출하가 이뤄지고 있기 때문에 철강을 원재료로 하는 자동차, 건설, 조선 등의 업계로 피해가 일파만하 확산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자동차업계의 경우 신차 출고가 차질을 빚고 있다. 현대차 울산공장, 기아 소하공장 등 생산공장에서 완성차를 출고센터로 탁송하는 카 캐리어가 대부분 운행을 중단한 탓이다. 이로인해 직원들이나 탁송기사들을 고용, 신차를 직접 옮기는 '로드탁송'으로 전환하는 등 비상대책을 가동중이다.

 

물류대란 이어 교통대란까지 발생 우려


설상가상 화물연대 파업사태가 계속 이어져 산업계 피해가 확산하는 와중에 서울교통공사 노조와 전국철도노조도 이번주 파업에 돌입하겠다고 예고, 물류 수송대란에 이어 교통대란까지 우려되는 형국이다.


고용노동부는 이에 파업을 준비중인 서울교통공사 노조와 전국철도노조를 향해 대화에 나설 것을 촉구하고 나섰다. 이정식 노동부 장관은 27일 서울지방고용노동청에서 개최한 제4차 노동동향 점검 주요 기관장 회의에서 "화물연대와 철도·지하철 노조가 대화를 통한 해결을 위해 적극적으로 노력한다면 정부도 귀를 기울이고 해법 모색을 적극적으로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화물연대를 시작으로 철도 및 지하철노조마저 시민을 담보로한 파업을 예고하자 국민들의 일상생활에 까지 큰 불편을 초래할 것이란 우려의 목소리가 높다.


전문가들은 "현재 우리나라가 저성장, 고물가, 고금리 등 복합적인 경제위기에 직면한 상황에 화물연대 총파업에 이어 철도·지하철 노조가 파업을 예고한 것은 국민적 지지를 이끌어내기 힘들다"면서 "정부도 '누가 이기는지 해보자'는 식의 강경대응 일변도로 맞대응하지 말고 대화와 협상을 통해 사태를 조속히 마무리해야한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토요경제 / 조봉환 기자 ceo@sateconom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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