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방산 폴란드 수출 걸림돌은 ‘금융지원 속도’… 현지 정치상황도 변수

산업 / 양지욱 / 2024-04-24 11:10:20
수은의 금융지원 한도 증액에도 자본금 투입은 지지부진… 2차 수출 좌초 위기
폴란드 집권당이 바뀌면서 현지 여론도 ‘자국산 자주포 ’ 교체로 바뀌고 있어
▲ 신원식 국방부장관(좌측 두 번째)은 23일 파베우 베이다(Paweł BEJDA) 폴란드 국방차관을 접견하고, 한국-폴란드 간 국방 및 방산협력 강화방안에 대해 논의했다.<사진=연합뉴스>

 

한국-폴란드 간 국방·방산 협력 강화 방안 논의를 위해 방한한 폴란드 국방차관의 행보가 정체된 폴란드 방산 수출의 물꼬를 틀지, 기존 K-방산 계약을 재검토하는 전환점이 될지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앞서 한국은 2022년 7월 폴란드에 K2, K9자주포, FA­50 전투기, 천무 다연장로켓 등 124억 달러(약 17조 원) 규모의 1차 방산 수출 계약을 체결했다. 그러면서 폴란드가 무기 구매를 원활하게 할 수 있도록 12조 원 규모의 수출 금융지원도 진행됐다.

이후 방산업계는 1차 계약 뒤 1년 안에 2차 계약을 마무리하는 것을 목표로 삼았으나, 수출금융 지원 한도 부족으로 문제가 발생했다.

일반적으로 방산 계약은 정부 간 계약 성격이 짙고 수출 규모가 커 무기 판매국에서 저리 대출, 장기 분할상환 등 구매국에 금융지원을 제공하는데, 한국수출입은행(수은)의 자기자본을 기준으로 한 수출금융 한도가 지난 1차 계약에서 거의 소진된 것이다. 이에 2차 수출이 무산되거나 축소될 처지에 직면했다.

게다가 폴란드의 정치 상황도 집권당이 바뀌면서 예전만큼 K방산에 호의적이지 못하다.

현재 폴란드는 K방산 도입을 추진한 ‘법과정의당(PiS)’이 지난해 10월 총선에서 패배하며 ‘시민연합’으로 정권이 교체됐다. 하지만 최근 치러진 지방선거에서는 야당인 법과정의당(PiS)이 시민연합을 근소하게 앞서 여소야대가 되면서, 현 정권의 지지 기반이 약한 상태다.

이에 따라 6월 9일로 예정된 유럽(EU)의회 선거를 겨냥해 현 집권당이 내수경제에 도움이 되는 국산 자주포 도입으로 노선을 변경할 수도 있다는 우려가 현지에서 나오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 2022년 7월 27일 대한민국과 폴란드는 약 20조 원 규모의 기본협정과 그에 따른 방위산업 협력을 체결했다.<사진=연합뉴스>

그러는 사이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작년 12월 폴란드와 K-9 152문 등의 2차 수출계약을 맺어 잔여 계약 물량을 K-9 308문, 천무 70대 등의 규모로 줄였다. 

 

금융계약 주체는 폴란드 정부와 수은 및 한국무역보험공사(무보)인데, K-2 전차 1000대를 공급하기로 한 현대로템 역시 1차 계약에서 180대 공급을 약속한 데 이어 K-2 820대 규모의 2차 계약을 추진하고 있다.

국회는 수출입은행법(수은법)을 개정, 수은의 법정자본금 한도를 15조 원에서 25조 원으로 늘렸지만, 고금리 등의 이유로 아직 수은에는 기획재정부의 자본금이 투입되지 않았고, 한국무역보험공사도 구체적인 협상을 시작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현대로템은 정책금융 지원뿐 아니라 폴란드가 K-2 전차의 현지 생산 및 기술 이전 등을 요구하고 있어 세부 사항을 조율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폴란드 2차 방산 수출은 한화 측의 2차 계약이 금융계약 미체결로 발효되지 않았고, 나머지 잔여 계약과 현대로템의 2차 계약도 체결되지 않아 교착 상태에 빠지면서 이번 방산 계약이 폴란드 내 정치 이슈로 떠올랐다.

금융 지원이 늦어지면서 폴란드 내에서는 K-방산에 대한 도입 의지가 줄어들고 있다. 폴란드 측에서 2022년 중순 도입 범위를 약속한 ‘Frame Work(기본계약) 대수를 지키지 못할 것 같다’는 의견도 나온다.

방산업계는 폴란드 정부 방한 이후에도 K9 자주포 2차 실행계약에 대한 금융지원 LOI를 받지 않으면, 폴란드 정부가 이를 구실 삼아(6월 말로 예정된 금융계약 체결 시한) 지난해 12월 계약한 기존 계약분 3.4조 원을 취소할 수도 있다고 우려한다. 금융지원에 대한 대책이 필요한 시점이다.

 

한편 신원식 국방부 장관은 23일 서울 용산구 국방부 청사에서 파베우 베이다 국방부 차관을 접견한 후 “한국 무기체계가 폴란드 국가 방위의 주력이 될 수 있도록 지속 지원하겠다”며 “후속 계약과 협력 분야 발굴을 통해 양국이 동반 성장할 수 있기를 희망한다”고 밝혔다.


베이다 차관을 포함한 폴란드 방한단 20여 명은 오는 27일까지 한국에 머물며 한국군 무기체계 운용 현장을 둘러보고 고위급과 만날 예정이다.

 

업계는 이번 방한 기간 K-9 잔여 2차 금융계약 체결 및 천무 2차 계약, K-2 2차 계약 체결 등의 진전이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지만, 다른 한편에서는 방한 성과가 없으면 폴란드 정치 상황에 의해 추가 계약 등이 더 영향을 받게 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 섞인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토요경제 / 양지욱 기자 yjw@sateconom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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