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통기한 지난 장어 납품”…수협, 오징어로 ‘바꿔치기’ 군급식 전횡 논란

은행·2금융 / 김연수 기자 / 2026-04-20 10:56:38
품질기준 위반·대체 납품·식단 개입 정황까지…“군 급식, 공급자 중심 구조 여전”

[토요경제 = 김연수 기자] 유통기한이 지난 장어를 군에 납품한 사실이 드러난 가운데, 수협이 이를 값싼 오징어로 대체한 정황까지 확인되면서 군급식 운영 구조 전반에 대한 비판이 확산되고 있다. 

 

단순 납품 실수를 넘어 품질 기준 위반과 예산 왜곡, 식단 개입 의혹까지 겹치며 군 급식 신뢰가 흔들리는 모습이다. 특히 관리·감독 기관의 대응 역시 미흡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20일 수협관계자와 군 내부 제보에 따르면 이번 사건은 지난달 10일 육군 제25보병사단 급식 과정에서 시작됐다. 당시 대대장 지시로 장어가 특식 메뉴에 편성됐고, 3월 초 수협을 통해 민물장어 1500㎏(약 6000명 분)이 납품됐다. 그러나 예하 부대 검수 과정에서 일부 물량에서 유통기한이 경과된 사실이 적발됐다.

 

▲ 수협중앙회 이승룡 경제사업부 대표는 “지난 3월5일 ‘2026 군 급식사업 상생발전협의회’를 열고 수산물 급식비 인상에 맞춰 적정 재고관리와 철저한 생산·납품 관리를 통해 신선한 수산물을 안정적으로 공급하겠다”고 밝혔다/사진=수협중앙회

 

수협 측은 이를 두고 “냉동창고 내 단순 선입선출 실수”라며 “일반 식품 소비기한은 2년이지만 군급식은 1년으로 단축 표기돼 실제 취식에는 문제가 없다”고 해명했다.

 

그러나 이 같은 설명은 군납 식재료에 적용되는 품질 기준과 충돌한다. 군수품은 일반 식품과 달리 장병 집단 급식이라는 특수성을 고려해 엄격한 기준이 적용되며, 단순 ‘섭취 가능 여부’가 아닌 계약상 품질 기준 준수가 핵심이다.

특히 군 급식은 개별 선택권이 없는 폐쇄형 구조다. 한 번의 기준 이탈이 곧 집단 급식 안전 문제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에서, 일부 물량이라도 유통기한이 지난 제품이 포함된 것 자체가 구조적 관리 실패로 해석된다. 수협의 “문제 없다”는 해명은 군납 계약의 본질을 축소한 것이라는 비판이 나온다.

문제는 이후 대응 과정에서 더 커졌다. 수협은 해당 장어 1500㎏을 전량 회수한 뒤 동일 중량의 오징어로 대체 납품했다. 장어는 군 급식에서도 고가 특식으로 분류되는 반면, 오징어는 상대적으로 저가 품목이다. 동일 중량 기준만 맞췄을 뿐, 급식의 질과 예산 가치가 동시에 하락한 셈이다.


수협 관계자가 “이번에 싼 오징어를 먹었으면 이후 더 비싼 수산물로 맞추면 된다”고 밝힌 점도 논란을 키웠다. 이는 군납 계약이 품목별 기준과 예산 통제에 따라 운영되는 것이 아니라, 공급자 판단에 따라 사후 조정 가능한 구조처럼 운용되고 있음을 보여주는 발언으로 해석된다. 결과적으로 군 급식 예산이 사실상 ‘고무줄식’으로 집행되고 있다는 지적이다.

식단 편성 과정에서도 공급자의 영향력이 확인됐다. 

 

군 급식은 원칙적으로 내부 급양 회의를 통해 메뉴를 결정한 뒤 납품이 이뤄지는 구조지만, 수협은 특정 수산물을 메뉴에 반영해 달라는 공문을 사전에 보내고 군이 이를 승인하는 방식으로 개입해 온 것으로 나타났다. 이 과정이 공개 절차가 아니라는 점에서, 장병 영양이나 선호보다 공급자의 재고 상황과 판매 전략이 우선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사건 직후 행보 역시 논란이다. 

 

수협은 납품 문제 발생 직후 해당 사단을 방문해 이동식 식당 행사를 열고 기부금을 전달했다. 수협 측은 사전에 계획된 일정이라고 해명했지만, 문제 발생 직후 이루어진 점에서 부적절한 대응이라는 지적이 이어지고 있다.

이번 사안은 단순한 납품 실수가 아니라 구조적 문제로 보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유통기한 위반, 대체 납품, 식단 개입이라는 세 가지 문제가 동시에 드러났기 때문이다. 특히 정부가 2021년 군급식 체계를 “공급자 위주 구조”라고 지적하며 개선을 약속했음에도, 현재까지 수의계약 중심 구조가 유지되면서 유사한 문제가 반복되고 있다는 비판이 나온다.

앞서 수협중앙회 이승룡 경제사업부 대표는 “지난 3월5일 ‘2026 군 급식사업 상생발전협의회’를 열고, 수산물 급식비 인상에 맞춰 적정 재고관리와 철저한 생산·납품 관리를 통해 신선한 수산물을 안정적으로 공급하겠다”고 밝혔다.

당시 수협은 품질보증 점검 결과와 주요 클레임 사례를 공유하며 재발 방지를 약속했고, 위생·품질·납품 전 과정 관리 강화를 강조했다. 그러나 불과 그 직후 유통기한이 지난 장어 납품과 대체품 논란이 불거지면서, 당시 약속이 현장에서 제대로 지켜졌는지에 대한 의문이 커지고 있다.

결국 이번 논란은 단순 사고를 넘어 군 급식 운영의 근본적인 질문을 던진다. 장병을 위한 급식인지, 공급자를 위한 납품 구조인지에 대한 의문이 여전히 해소되지 않은 가운데, 제도 전반에 대한 재점검 요구가 커지고 있다.

 

토요경제 / 김연수 기자 kys@sateconom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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