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유사 가격 담합의혹…경유차 최대 27만원 부담

산업 / 임종호 기자 / 2026-07-09 11:18:20
추종 효과 26조…휘발유·경유차 평균 19만원 추가 부담추산

HD현대오일뱅크 6일 기소…SK에너지는 리니언시로 기소 제외논란

▲ 기사를 바탕으로 생성한 Ai이미지 [토요경제]

 

정유사 담합 의혹이 민생 가격 사건으로 번지고 있다. 검찰 혐의가 법원에서 인정될 경우, HD현대오일뱅크와 SK에너지가 촉발한 가격 담합·추종 영향으로 담합행위 기간 차량 한 대당 약 19만원을 추가 부담한 것으로 나타났다.


서울중앙지검 공정거래조사부는 6일 HD현대오일뱅크와 가격결정부서 직원 2명을 공정거래법 위반 혐의로 기소했다. 타사와 유가 인상 시기와 규모를 교환하고, 미국·이란 전쟁 직후 유가를 대폭 인상한 혐의다. 검찰은 HD현대오일뱅크가 SK에너지 가격결정부서와 2024년 7월부터 가격 정보를 교환했고, 전쟁 발발 직후 가격을 일시에 인상하기로 담합한 것으로 판단했다.

검찰이 파악한 HD현대오일뱅크와 SK에너지의 직접 담합 규모는 약 14조2000억원이다. GS칼텍스와 에쓰오일이 두 회사의 담합 가격을 따라 가격을 올린 효과까지 포함하면 총 26조원 상당의 경쟁제한 효과가 발생했다는 게 검찰 판단이다. 검찰은 당시 4대 정유사가 상당한 원유를 이미 비축하고 있어 가격이 급등할 이유가 없었는데도 일제히 공급가격을 폭등시켰다고 봤다.

HD현대오일뱅크에 대한 검찰 판단은 직접적이다. 검찰은 HD현대오일뱅크 가격결정부서 부서장이 전쟁 직후 가격 폭등 합의를 주도한 것으로 조사됐다고 밝혔다.

 

검찰은 전쟁 발발 6일째 정유사의 주유소 대상 평균 공급가격이 약 40% 올랐다고 분석했다. 품목별 상승률은 휘발유 12%, 경유 28%, 등유 80%였다. 자동차용 연료인 휘발유와 경유만 보면 상승 후 가격에서 초과 상승분이 차지하는 비율은 휘발유 10.7%, 경유 21.9%다.

검찰이 밝힌 26조원은 정상가보다 더 받은 총액은 아니다. 담합 가격이 적용됐거나 가격 추종의 영향을 받은 거래 규모에 가깝다. 정상 가격이 100원인데 담합 가격이 120원이라면 전체 거래액은 120원이고, 초과 부담은 20원이다. 이번 사건도 26조원 중 정상 경쟁가격을 초과한 부분을 따져야 실제 소비자 부담을 추산할 수 있다.
 

2025년 말 등록 기준 휘발유차는 1239만7000대, 경유차는 860만4000대다. 검찰이 밝힌 26조원 영향 거래액을 두 차종 등록 비중으로 나눈 뒤, 전쟁 직후 가격상승률을 각각 적용하면 휘발유차 1대당 초과 부담은 약 13만3000원으로 추산된다. 경유차는 한 대당 약 27만1000원이다. 휘발유·경유차 전체 평균은 약 18만9000원이다. 이는 확정 피해액이 아니라 검찰 발표와 공개 통계를 토대로 한 산술 추정치다.

이번 사건은 이재명 대통령의 물가 대응 기조에 정면으로 배치된다. 이 대통령은 3월 9일 중동상황 관련 비상경제점검회의에서 과도하게 오른 석유제품에 대해 최고가격제를 신속히 도입하라고 지시했다. 정유사와 주유소의 담합, 매점매석, 사재기 등 불법행위도 철저히 단속하라고 주문했다. 위반 시 이익의 몇 배에 해당하는 엄정한 제재가 필요하다고도 밝혔다.

 

실제로 정부가 본 가격 괴리도 컸다. 산업통상부는 3월 13일 0시부터 정유사 공급가격 기준 석유제품 최고가격제를 시행했다. 1차 최고가격은 보통휘발유 L당 1724원, 자동차용 경유 L당 1713원, 등유 L당 1320원이었다. 이는 3월 11일 정유사가 제출한 평균 공급가격보다 휘발유는 109원, 경유는 218원, 등유는 408원 낮은 수준이었다.

충격적인 것은 검찰이 확보한 가격결정부서 대화 내용이다. 검찰이 확보한 대화방에는 “오늘 가격 100원 더 올린다. 우리 올해 2조 벌 듯”, “역시 전쟁으로 먹고사는 회사. 트럼프 만세” 등의 발언이 오간 것으로 조사됐다. 소비자가 기름값 급등을 부담하던 시기에 가격 결정 부서 내부에서는 국민을 볼모로한 이른 샴페인을 터트리고 있던 셈이다.

또 다른 논란은 담함에 참여한 SK에너지가 '리니언시'로 가격담합 기소 대상에서 제외됐다는 점이다. 리니언시는 은밀한 담합을 적발하기 위한 자진신고자 감면제도다. 제도 취지는 인정되지만 논란은 남을 수밖에 없다. 담합 구조로 가격을 올린 뒤 먼저 신고했다는 이유로 책임에서 벗어난다면, 국민 주머니에서 나간 애궂은 기름값은 누가 책임질거냐는 볼멘소리가 나오는 이유다.

GS칼텍스와 에쓰오일도 논란에서 자유롭지 않다. 검찰은 두 회사가 경쟁사와 직접 가격을 협의했다는 뚜렷한 증거는 확보하지 못했다고 밝혔다. 다만 두 회사가 HD현대오일뱅크와 SK에너지의 가격 흐름을 따라 가격을 올렸고, 그 경제적 효과는 담합과 유사하다고 봤다. 형사처벌 대상에서 빠졌더라도 엄중한 시기에 가격 추종으로 국민 부담을 야기했다는 질책은 피하기 어렵다.

이번 사건의 초점은 과징금 규모만이 아니다. 국민이 실제로 더 부담했을 가능성이 있는 돈을 어떻게 회복할 것인지가 관건이다. 혐의가 사실로 인정될 경우, 이유야 어떻든 이번 폭등 사태는 전쟁과 물가 불안 속에서 신음하는 국민에게 비수를 던진 대형 정유사들의 전형적인 민생 사건으로 기록될 전망이다.

 

토요경제 / 임종호 기자 yimjongho1969@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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