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르무즈 파병 논란, 정유·해운·석화 원가 변수로

정치·사회 / 조봉환 발행인 / 2026-09-10 10:43:40
10일 국회 외교안보 대정부질문 주요 쟁점
한 총리 “11월 이후 원유 확보도 선제 대응”
중동 원유 의존 71.7%…유가·운임·보험료 부담
▲ 한성숙 국무총리가 10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열린 비상경제점검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2026.9.10 [연합뉴스]

 

호르무즈 해협 파병 논의가 외교안보를 넘어 국내 산업의 원가 문제로 번지고 있다. 정부는 아직 파병 여부를 결정하지 않았지만 중동 사태 장기화에 대비해 11월 이후 원유 물량까지 미리 확보하라고 주문했다. 정유·석유화학·해운업에는 파병 자체보다 호르무즈의 불안이 유가와 운송비를 얼마나 끌어올리느냐가 더 직접적인 변수다.

10일 국회는 외교·통일·안보 분야 대정부질문을 열어 호르무즈 해협 파병과 한미관계 등을 다룬다. 한성숙 국무총리는 전날 국회에서 “호르무즈 파병과 관련해 아직 결정된 사안은 없다”며 국제사회의 해상교통로 보호에 어떤 방식으로 기여할지 여러 방안을 논의하고 있다고 밝혔다.

정부의 경제 대응은 한발 먼저 움직였다.

한 총리는 이날 오전 비상경제점검회의에서 현재 원유 물량은 10월까지 전년 대비 90% 이상 확보돼 수급에 문제가 없다면서도 “사태 장기화에 대비해 11월 이후 원유 물량 확보에도 선제적으로 대응해 달라”고 지시했다. 호르무즈와 홍해 등 주요 수송로와 핵심 원자재 수급도 함께 점검하도록 했다.

배경에는 한국의 높은 중동산 원유 의존도가 있다. 에너지경제연구원에 따르면 국내 원유의 중동 의존도는 2021년 59.7%에서 2024년 71.7%로 다시 높아졌다. 정유사들이 가격과 설비 효율 등을 이유로 중동산 원유를 선호한 결과지만 지정학적 충격에는 취약할 수밖에 없는 구조다.

실제 해상 운송도 평소보다 위축돼 있다. 원자재 정보업체 Kpler의 잠정 집계에 따르면 8일 호르무즈를 통과한 원자재 운반선은 6척으로 직전 10일 평균인 약 12척의 절반 수준이었다. 최근 중동 긴장이 다시 높아지면서 브렌트유도 배럴당 100달러를 넘어섰다.

가장 직접적인 영향을 받는 업종은 정유다.

SK이노베이션·S-OIL·GS칼텍스·HD현대오일뱅크는 원유 가격뿐 아니라 유조선 운임과 전쟁위험 보험료 변화에도 노출돼 있다. 국제유가가 단기간 오르면 보유 원유의 재고평가이익이 생길 수 있지만 높은 가격이 지속되면 원유 조달비용이 올라 정제마진을 압박할 수 있다.

석유화학도 자유롭지 않다. LG화학·롯데케미칼·한화솔루션·금호석유화학 등은 주요 원료인 나프타 가격이 유가와 함께 움직인다. 중국발 공급과잉으로 제품가격을 충분히 올리기 어려운 상황에서 원료비까지 상승하면 마진이 좁아질 수 있다.

산업연구원은 앞서 호르무즈 봉쇄 기간의 에너지 가격 충격이 국내 전 산업의 생산비를 3.73% 높일 수 있다고 추정했다. 원유 가격만이 아니라 운송·보험비까지 함께 상승하는 구조를 반영한 분석이다.

해운업에는 항로 자체의 위험이 문제다. HMM·팬오션·대한해운 등은 운항 안전과 보험료, 선박 운용비를 동시에 봐야 한다. 홍해 불안까지 이어지는 상황에서 호르무즈 위험이 커지면 원유·LNG선뿐 아니라 일반 화물에도 위험 프리미엄이 붙을 수 있다. 8일 홍해의 바브엘만데브 해협 통항량 역시 최근 10일 평균을 밑돌았다.

정부가 추석 물가 대응을 같은 회의에서 주문한 것도 이 때문이다. 에너지 가격 상승은 항공유와 육상운송, 포장재 등으로 번져 항공·유통·식품업체의 비용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 다만 현재까지 정부는 10월 원유 수급에 문제가 없다고 보고 있어 당장의 공급 부족과 장기 비용 상승 가능성은 구분해서 볼 필요가 있다.

파병 문제도 아직 결정 단계가 아니다. 정부는 아랍에미리트(UAE)에 현장 점검단을 보내 해협의 안보 상황을 살피고 있으며 군사적·비군사적 기여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실제 병력 파견에는 국회 동의 등 절차가 필요하다.

따라서 10일 대정부질문의 산업적 관전점은 파병 찬반만이 아니다. 정부가 중동 원유 의존도를 어떻게 낮출지, 정유사들의 대체 원유 확보를 어떤 방식으로 지원할지, 운임·보험료 상승에 따른 공급망 비용을 어떻게 관리할지도 함께 봐야 한다.

정부는 당장 10월까지의 물량보다 11월 이후를 걱정하기 시작했다. 호르무즈 리스크도 외교안보 현안에서 정유·석화·해운업의 실제 원가 문제로 넘어가고 있다.

토요경제 / 조봉환 발행인 ceo@sateconom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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