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렌트유 100달러 재돌파…한국 산업 ‘정유 수혜·항공·화학 부담’

국제 / 최은별 기자 / 2026-09-10 09:46:39
WSJ, 10일 오전 브렌트 101달러대…호르무즈 원유 의존 61%
정제마진 상승 정유사엔 기회…항공·해운·석유화학 비용 압박
▲미군 폭격에 불타는 이란 유조선 [연합뉴스]

 

국제유가가 다시 배럴당 100달러를 넘어선 채 상승세를 이어가면서 한국 기업들의 희비가 갈리고 있다. 글로벌 석유제품 공급 부족은 정유업계에 정제마진 확대 기회를 주는 반면 대한항공과 HMM, LG화학 등에는 연료비·운송비·원료비 상승 부담으로 돌아올 수 있다. 특히 한국은 원유 수입의 60% 이상을 호르무즈해협에 의존하고 있어 유가 자체보다 중동발 공급 차질이 얼마나 오래 이어질지가 국내 산업의 더 큰 변수로 떠올랐다.

10일 오전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브렌트유 선물은 배럴당 101.84달러로 0.6% 상승했다. 서부텍사스산원유(WTI)는 1.0% 오른 97.02달러를 기록했다. WSJ는 중동 분쟁 격화가 역내 공급 차질을 더욱 키울 수 있다는 우려가 유가를 밀어 올리고 있다고 전했다(“Oil rises amid the escalation in Middle East conflict that could exacerbate supply disruptions in the region.”).

유가는 하루 전 이미 심리적 저항선인 100달러를 넘어섰다. 로이터에 따르면 9일 브렌트유는 전 거래일보다 3.4% 오른 배럴당 101.21달러에 거래를 마쳤고 장중에는 101.58달러까지 상승했다. WTI도 3.25% 오른 96.05달러로 마감했다. 로이터는 미국과 이란 간 충돌로 원유 공급 차질 우려가 커지면서 브렌트유가 100달러를 돌파했다고 전했다(“Brent crude futures breached $100 a barrel on Wednesday.”).

파이낸셜타임스(FT)도 중동발 공급 우려로 국제유가가 7월 이후 처음 배럴당 100달러를 넘어섰다고 보도했다. 유가 상승이 글로벌 주식과 채권시장에도 영향을 미치면서 에너지 가격이 물가를 다시 밀어 올리고 주요국의 통화정책 완화를 제약할 수 있다는 우려도 커지고 있다.

한국에는 단순한 가격 상승보다 공급 경로 불안이 더 큰 문제다. 로이터에 따르면 최근 공개 선박 위치정보를 기준으로 호르무즈해협을 통과하는 원유 물량은 하루 200만배럴 아래로 떨어졌다. 전투가 다시 격화되기 전 하루 800만~900만배럴 수준과 비교하면 크게 감소한 것이다.

다만 실제 통항량은 공개 자료보다 많을 가능성이 있다. 로이터는 별도 분석에서 위치정보 송신을 끄거나 불완전하게 노출하는 이른바 ‘다크 크로싱’을 포함할 경우 호르무즈 통과량의 7일 이동평균이 하루 약 800만배럴 수준으로 추정된다고 전했다. 공개 집계와 실제 추정치 사이에 큰 차이가 있는 만큼 호르무즈 공급 상황을 단일 수치만으로 판단하기는 어렵다.

한국의 호르무즈 의존도는 높다. 로이터에 따르면 지난해 한국이 수입한 원유의 61%, 나프타의 54%가 호르무즈해협을 거쳤다. 중동의 군사적 긴장이 장기화하면 국제유가 상승뿐 아니라 원료 조달과 운임, 보험료까지 동시에 올라갈 수 있는 구조다.

정유업계에는 우선 수익성 개선 기대가 커진다. S-OIL을 비롯한 국내 정유사는 원유를 들여와 휘발유·경유·항공유 등으로 정제해 판매한다. 원유 가격보다 석유제품 가격이 더 빠르게 오르면 정제마진이 확대될 수 있다.

로이터에 따르면 중동과 러시아의 정제시설 차질로 글로벌 디젤 공급이 빠듯해지면서 미국 디젤 크랙스프레드는 최근 배럴당 108.02달러까지 올라 장중 사상 최고 수준을 기록했다. 로이터는 여유 정제능력 부족으로 글로벌 디젤 공급이 계속 빠듯할 것으로 전망했다(“Global diesel supply will remain tight due to a lack of spare refining capacity.”).

다만 유가 상승이 정유사에 일방적인 호재는 아니다. 호르무즈 통항 차질이 장기화해 중동산 원유 자체의 조달이 어려워지면 원료비와 운송비가 함께 상승한다. 제품 가격 상승으로 얻는 정제마진 개선 효과를 원유 확보 비용 증가가 일부 상쇄할 수 있다.

대한항공은 반대편에 서 있다. 대한항공의 올해 2분기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26% 증가한 5조199억원을 기록했지만 영업이익은 34% 감소한 2618억원에 그쳤다. 회사는 영업이익 감소 요인 가운데 하나로 유가 상승에 따른 연료비 증가를 꼽았다. 브렌트유가 100달러를 웃도는 상황이 장기화하면 여객·화물 수요와 별개로 비용 부담이 다시 확대될 수 있다.

HMM 등 해운업계도 비슷하다. HMM은 올해 상반기 영업이익 6230억원, 영업이익률 10.2%를 기록했지만 중동 분쟁에 따른 연료비 상승을 부담 요인으로 제시했다. 유가 상승과 항로 불안이 동시에 이어지면 벙커유 가격뿐 아니라 보험료와 우회 운항 비용까지 늘어날 수 있다. 해상운임 상승으로 이어질 경우 국내 수출 제조업체의 물류비도 함께 올라간다.

LG화학 등 석유화학업계에는 셈법이 더 복잡하다. 핵심 원료인 나프타 가격이 국제유가를 따라 오르면 단기적으로 재고평가 효과가 나타날 수 있지만 높은 원료 가격이 지속되면 결국 제조원가에 반영된다. 중국발 공급과잉으로 범용 석유화학 제품 가격을 충분히 올리기 어려운 상황에서는 제품 가격보다 원료 가격이 빠르게 상승할 경우 스프레드가 다시 좁아질 수 있다. LG화학도 올해 2분기 실적 설명 과정에서 중동의 지정학적 위험과 주요 원재료 가격 변동성을 주요 불확실성으로 제시했다.

국제유가 100달러가 한국 경제에 미치는 영향은 업종별로 엇갈린다. 글로벌 정제시설 부족과 석유제품 가격 상승은 정유사의 수익성을 밀어 올릴 수 있지만 항공과 해운에는 연료비를, 석유화학에는 원료비를 높인다. 높은 에너지 가격이 글로벌 물가와 시장금리 상승으로 이어지면 자동차·배터리·전자 등 다른 수출기업에도 소비 둔화와 자금조달 비용 증가라는 간접 부담이 번질 수 있다.

결국 한국 기업이 봐야 할 숫자는 브렌트유 100달러 자체만이 아니다. 호르무즈해협의 실제 원유 통과량이 얼마나 빨리 정상화되는지, 석유제품 가격이 원유보다 얼마나 더 빠르게 오르는지, 높은 에너지 가격이 글로벌 물가와 금리에 얼마나 오래 영향을 미치는지가 더 중요하다. 원유 수입의 61%를 호르무즈에 의존하는 한국에는 이번 중동발 공급 충격이 정유사의 단기 실적 변수를 넘어 항공·해운·석유화학과 제조업 전반의 비용 경쟁력을 다시 시험하는 문제가 되고 있다.

 

토요경제 / 최은별 기자 ceb@sateconom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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