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하원 “한국, 미국 플랫폼 표적 규제”…쿠팡 사태 두고 통상 갈등 재점화

기업분석 / 이덕형 / 2026-01-14 09:43:16
여한구 통상본부장 방미 설득에도 “한미 무역합의 위반” 주장 확산…디지털 규제 충돌 장기화 조짐
▲여한구 산업통상부 통상교섭본부장이 12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 DC 미국 의회에서 대럴 이사 미국 하원의원과 기념 촬영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토요경제 = 이덕형 기자] 한국 정부가 차관급 인사를 미국에 파견해 디지털 규제 논란 해소에 나섰지만, 미 의회에서는 한국이 미국 기업을 겨냥한 차별적 규제를 추진하고 있다는 비판이 공개적으로 제기됐다. 

 

특히 쿠팡 개인정보 유출 책임 추궁을 ‘정치적 마녀사냥’으로 규정하는 발언까지 나오며 양국 간 통상 갈등이 다시 수면 위로 떠오르고 있다. 디지털 플랫폼 규제를 둘러싼 인식 차가 쉽게 좁혀지지 않을 경우 통상 압박이 확대될 가능성도 제기된다.


미국 하원 세입위원회 무역소위원회는 13일(현지시간) 디지털 규제가 미국 기업에 미치는 영향을 주제로 청문회를 열고 한국의 입법 및 규제 방향을 집중적으로 문제 삼았다. 에이드리언 스미스 위원장은 한국이 미국 기업을 사실상 겨냥한 법·제도 정비를 지속하고 있다며 이는 한미 간 무역 합의 취지와 어긋난다고 주장했다. 

 

그는 특히 한국 규제당국이 글로벌 기술기업을 표적으로 삼고 있는 사례로 쿠팡 관련 조치를 언급하며, 개인정보 유출 사건에 대한 책임 추궁이 차별적 규제로 비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쿠팡은 미국 상장사 쿠팡Inc가 한국 법인을 전액 소유하고 있으며, 창업주 김범석 의장이 의결권을 대부분 보유하고 있는 구조다. 

 

이번 청문회는 여한구 통상교섭본부장이 워싱턴DC를 방문해 행정부와 의회를 상대로 한국의 디지털 규제 정책을 설명하고 있는 시점과 맞물려 열렸다. 여 본부장은 미국 의원 및 기업 관계자들과 면담을 진행하며 한국의 규제가 특정 국가나 기업을 차별하지 않는다는 점을 강조했지만, 미 정치권의 반응은 냉담한 분위기다. 

 

한국 정부는 앞서 한미 정상 간 공동 팩트시트를 통해 온라인 플랫폼 규제와 데이터 이동 정책에서 미국 기업이 불리한 대우를 받지 않도록 보장하기로 합의했으며, 현행 법안 역시 내외국 기업에 동일하게 적용된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미국 측은 자국 기업의 시장 지배력이 큰 만큼 규제 영향이 집중될 수밖에 없고, 결과적으로 미국 기업만 겨냥한 조치로 인식하고 있다. 공화당 캐롤 밀러 의원은 최근 통과된 정보통신망법 개정안을 검열 성격의 법안으로 규정하며 한국이 미국 경영진을 대상으로 정치적 수사를 벌이고 있다고 주장했다. 

 

민주당 소속 수전 델베네 의원 역시 지역구에 본사를 둔 기업들로부터 한국이 무역 합의를 이행하지 않고 있다는 우려를 전달받았다고 언급하며, 의회 차원의 디지털 교역 규범 강화 필요성을 제기했다. 미 국무부도 해당 법 개정안이 표현의 자유와 해외 기업의 사업 환경에 부정적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우려를 공식적으로 표명한 바 있다. 

 

쿠팡 역시 행정부와 의회를 상대로 적극적인 의견 전달과 로비를 이어가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면서 향후 미국 정부 차원의 통상 압박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렵다는 전망이 나온다. 

 

한국 정부는 규제 목적이 소비자 보호와 데이터 안전 확보에 있다는 점을 강조하며 오해 해소에 주력하고 있지만, 미 정치권 내부에서는 한국의 디지털 정책 전반을 구조적 문제로 바라보는 시각이 확산되고 있어 갈등이 단기간에 해소되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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