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소년 도박, 계좌이체 단계서 ‘차단’…학교·금융권 ‘일상 안전망’ 구축

도박을 끊어야 산다 / 양지욱 / 2026-07-22 09:17:48
교육부·금감원·푸른나무재단·카카오뱅크 예방 협약
불법 도박 의심 계좌 이체 실시간 차단
도박 예방 넘어 불법 사금융·금융 피해까지 통합 대응

청소년 불법 도박이 단순한 일탈을 넘어 빚과 불법 사금융 피해로 이어지면서 정부와 금융당국, 민간기관이 학교와 금융거래 현장을 잇는 예방 체계 구축에 나섰다. 교실에서는 체험형 교육으로 도박의 위험성을 알리고, 금융 플랫폼에서는 불법 도박 의심 계좌로의 송금을 실시간으로 막는 방식이다.

 

▲ 지난 5월 14일 서울 뚝섬한강공원에서 열린 청소년 도박문제 예방주간 기념행사에서 유재성 경찰청장 직무대행, 최교진 교육부 장관, 최병환 사행산업통합감독위원회 위원장, 원민경 성평등가족부 장관 등 참석자들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교육부는 금융감독원, BTF푸른나무재단, 카카오뱅크와 함께 22일 서울 서초구 푸른나무재단에서 ‘청소년 도박 예방 및 금융 피해 예방을 위한 업무협약’을 체결한다고 밝혔다.

이번 협약의 핵심은 청소년 도박 예방 대책을 일회성 캠페인이나 강의에 머물게 하지 않고 학교 교육과 금융거래, 온라인 정보 제공을 하나의 안전망으로 연결하는 데 있다.

청소년 도박은 스마트폰을 통해 손쉽게 접근할 수 있는 데다 초기에는 소액으로 시작하는 경우가 많아 위험성을 인식하기 어렵다. 손실을 만회하기 위해 추가로 돈을 빌리거나 불법 대출과 사금융에 손을 대면서 피해가 커질 가능성도 있다. 도박 중독과 금융 피해를 별개로 대응하기보다 처음부터 통합적으로 예방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협약에 따라 교육부는 오는 9월부터 전국 170개 중·고등학교를 선정해 ‘학교로 찾아가는 예술 체험형 도박예방교육 프로그램’을 운영한다.

프로그램 명칭은 ‘제로라운드(0% Round)’다. 푸른나무재단이 개발한 참여형 연극 공연으로, 학생들은 전문 연기자와 상호 작용하며 공연을 관람한 뒤 소감 발표와 토의·토론에 참여한다.

기존의 강의식 교육과 달리 학생들이 도박 상황과 선택의 결과를 간접적으로 체험하게 하는 방식이다. 이를 통해 도박이 개인의 운이나 실력으로 이길 수 있는 게임이 아니라 장기적으로 이용자가 손실을 보도록 설계된 ‘승률 0%’의 구조라는 점을 자연스럽게 이해하도록 한다는 취지다.

금융 피해 예방 교육도 병행된다. 금감원은 청소년 대상 금융 피해와 불법 사금융 예방 정보를 비롯해 관련 금융교육 콘텐츠를 제공한다. 푸른나무재단은 도박예방교육 자료 개발 과정에서 전문 자문을 맡는다.

청소년이 실제 피해를 당했을 때 신고 창구에 쉽게 접근할 수 있도록 온라인 연계도 강화한다. 카카오뱅크의 사회관계망서비스를 통해 금융감독원 불법 사금융 피해 신고센터를 알리고, 신고가 필요한 청소년이 관련 정보를 빠르게 찾을 수 있도록 지원할 계획이다.

금융거래 단계에서 불법 도박을 차단하는 장치도 마련된다. 카카오뱅크는 19세 미만 청소년이 불법 도박 의심 계좌로 이체를 시도할 경우 이를 실시간으로 탐지해 이체를 차단하기로 했다.

이는 청소년이 도박 사이트에 접속한 이후 실제 자금을 송금하는 단계에서 거래를 막는 조치다. 예방교육만으로는 차단하기 어려운 충동적인 송금이나 반복적인 베팅을 금융 시스템을 통해 직접 제어할 수 있다는 점에서 주목된다.

다만 불법 도박 사업자가 대포통장이나 차명계좌를 수시로 바꾸는 만큼 의심 계좌 탐지의 정확도와 관련 정보의 신속한 공유가 제도의 실효성을 좌우할 것으로 보인다. 정상적인 개인 간 거래가 잘못 차단되지 않도록 탐지 기준과 이의제기 절차를 정교하게 운영할 필요도 있다.

카카오뱅크는 올해 푸른나무재단의 청소년 도박예방교육 프로그램에 5억5000만원을 후원한다. 청소년이 자주 이용하는 온라인 플랫폼을 활용해 도박 예방과 금융 피해 예방 정보도 지속해서 제공할 예정이다.

이번 협약은 정부가 행정적 기반을 마련하고, 금감원이 금융교육과 피해구제 정보를 제공하며, 민간단체와 금융회사가 현장 교육과 거래 차단을 담당하는 구조다. 중앙정부 중심의 예방정책이 학교와 온라인 금융서비스까지 확장된다는 점에서 기존 대책과 차이가 있다.

박지선 금감원 금융소비자보호처장은 “지난 5월 관계부처 협약으로 피해 구제의 틀을 마련한 데 이어 이번 협약은 예방의 손길이 학교와 청소년의 일상까지 닿도록 한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청소년 도박 문제는 적발 이후 처벌이나 상담만으로 해결하기 어렵다. 학교에서 위험성을 인식시키고, 금융회사가 송금 단계에서 거래를 차단하며, 피해 발생 시 신고와 구제로 연결하는 다층적인 대응이 필요하다.

이번 협약이 단순한 교육 프로그램 확대를 넘어 청소년 도박 자금의 흐름을 실질적으로 차단하는 제도로 정착할 수 있을지가 기대된다.

 

토요경제 / 양지욱 기자 yjw@sateconom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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