컬리(Kurly) 미국 전략, Weee의 수요와 Getir의 실패 사이

테크·플랫폼 / 임종호 기자 / 2026-07-04 09:07:33
컬리 승부처는‘미국판 마켓컬리’보다 K푸드 냉동 공급망
▲ 기사를 바탕으로 생성된 Ai이미지 [토요경제]

 

컬리의 미국 진출은 빈 시장을 여는 도전이 아니다. 미국에는 이미 아시아 식품 전문 온라인 플랫폼이 있고, 해외 식료품 배송 기업이 미국에 들어갔다가 철수한 사례도 있다. 컬리(대표 김슬아)가 봐야 할 것은 K푸드 수요 자체가 아니다. 그 수요를 물류비와 재고 부담을 견디는 사업 구조로 바꿀 수 있느냐다.

컬리는 지난해 연결 기준 매출 2조3671억원, 영업이익 131억원을 기록하며 창사 이후 첫 연간 흑자를 냈다. 올해 1분기에는 매출 7457억원, 영업이익 242억원, 거래액(GMV) 1조891억원을 기록했다. 분기 거래액이 1조원을 넘은 것은 처음이다. 실적 개선은 IPO 재추진의 명분이 될 수 있다. 그러나 상장 시장이 다시 묻는 질문은 다르다. “흑자를 냈느냐”가 아니라 “그 흑자가 반복될 수 있느냐”다.
 

컬리도 한 차례 시장의 눈높이 변화를 겪었다. 미국 IT매체 TechCrunch는 2023년 1월 4일 컬리의 IPO 철회를 보도하며 “컬리가 시장 불확실성 속에서 IPO를 철회했다(Online grocery startup Kurly scraps IPO amid market uncertainty)”고 전했다. 당시 컬리는 “글로벌 시장 불확실성 속에서 시장 심리가 여전히 약하다는 점을 고려해 코스피 상장을 연기하기로 했다(We have decided to postpone listing on the Korea Exchange (KOSPI), considering market sentiment remained weak amid the global market uncertainties)”고 밝혔다.


이후 컬리가 새로 꺼낸 카드는 미국 물류망이다. 컬리는 지난달 15일부터 미국 동부 펜실베이니아주 챔버스버그와 서부 캘리포니아주 털록에 냉동 물류 거점을 가동했다. 직접 물류센터를 짓는 방식은 아니다. 현지 3자물류(3PL) 업체의 냉동창고를 활용한다. 냉동식품은 한국에서 대량으로 보내 현지에 보관한 뒤 미국 내에서 출고하고, 상온 상품은 기존처럼 국내에서 특송으로 보낸다.

이 변화는 단순 배송 방식 변경이 아니다. 역직구는 주문이 들어올 때마다 한국에서 미국으로 보내는 구조다. 항공배송비 부담이 크고 상품군 확장에도 한계가 있다. 반면 현지 냉동 재고를 활용하면 배송 안정성과 단위 물류비를 조정할 여지가 생긴다. 컬리가 미국 사업을 손익에 기여하는 구조로 만들려면 결국 물류비를 낮춰야 한다.
▲ Weee 홈페이지 캡쳐

 

비교할 첫 사례는 미국의 Weee다. Weee는 미국 현지에서 출발한 아시아·히스패닉 식품 전문 온라인 장보기 플랫폼이다. TechCrunch는 2022년 2월 28일 Weee가 소프트뱅크 비전펀드2 주도로 4억2500만달러 투자를 유치했고, 기업가치가 41억달러로 평가됐다고 보도했다. Weee는 중국, 일본, 한국, 베트남, 필리핀, 인도, 라틴계 상품을 폭넓게 취급한다. 창업자는 “소외된 커뮤니티를 겨냥한 강력하고 독특한 가치 제안이 있다(We have a really powerful and unique value proposition in targeting underserved communities)”고 말했다.

Weee가 증명한 것은 수요다. 미국 안에서 아시아 식품은 더 이상 교민 시장에만 머물지 않는다. 다만 Weee의 모델을 컬리가 그대로 따라가기는 어렵다. Weee는 미국 현지 고객 데이터와 다민족 상품 구색을 기반으로 성장했다. 컬리가 미국에서 중국·일본·베트남·라틴 식품까지 넓히면 차별성은 흐려진다. 컬리의 강점은 넓은 아시아 식품몰이 아니라 한국에서 검증된 냉동·간편식 상품과 큐레이션이다.

Yami와 Bokksu도 참고 사례다. Yami는 아시아 식품·뷰티·생활용품 온라인 마켓플레이스이고, Bokksu는 일본 스낵 구독 서비스에서 아시아 식품몰로 확장했다. 이들의 공통점은 상온식품과 스낵 중심이라는 점이다. 배송 난도는 상대적으로 낮지만 진입장벽도 낮다. 컬리가 미국에서 단순 스낵몰이나 상온 상품몰로 가면 물류 역량이라는 본래 강점은 약해진다.

반면 일본 Oisix는 현지 기업 인수로 미국에 들어갔다. The Spoon은 2019년 5월 22일 Oisix가 미국 식물성 밀키트 업체 Purple Carrot을 인수한다고 보도했다. Oisix는 미국 운영체계를 사들인 셈이다. 컬리는 다르다. 현지 기업 인수 대신 3PL 냉동 거점과 한국 식품 브랜드를 연결하는 방식을 택했다. 초기 투자 부담은 낮지만, 현지 고객과 바이어를 스스로 확보해야 한다.

 

경고 사례도 있다. 튀르키예의 초고속 장보기 플랫폼 Getir다. Reuters는 2024년 4월 29일 Getir가 “유럽과 미국 시장에서 철수한다(Getir will withdraw from its remaining European and U.S. markets)”고 보도했다. 회사는 “장기적으로 지속 가능한 성장 잠재력이 가장 큰 본국 시장인 튀르키예에 집중하겠다(Getir will focus on Turkey, its main market where it sees the greatest potential for long-term sustainable growth)”고 밝혔다. 빠른 배송과 공격적 확장은 팬데믹 이후 비용 부담을 견디지 못했다.

▲ Getir 홈페이지 캡쳐

 

Getir의 사례는 컬리에 중요한 경고다. 식료품 배송은 수요만으로 굴러가지 않는다. 주문 밀도, 객단가, 인건비, 물류비, 재고 회전율이 맞아야 한다. 컬리가 미국 전역에서 아마존, 월마트, 인스타카트와 배송 속도로 경쟁하면 승산이 낮다. 컬리는 빠른 배송 회사가 아니라 K푸드 냉동 공급망 운영자로 자리 잡아야 한다.

우선 미국판 마켓컬리가 되려는 유혹부터 피해야 한다. 미국 소비자에게 새 장보기 앱을 설치하게 만드는 비용은 높다. 미국 시장에는 이미 아마존, 월마트, 인스타카트, Weee가 있다. 컬리의 B2C몰은 소비자 반응을 읽는 실험실로 쓰고, 실제 물량은 오프라인 유통업체와 B2B 공급에서 만들어야 한다. B2C는 데이터 창구이고, B2B는 규모를 만드는 통로다.

상품 전략도 달라야 한다. 미국에서 필요한 것은 많은 상품 수가 아니라 컬리에서 사야 할 이유가 분명한 대표 상품이다. 한식 레스토랑 IP 기반 냉동 HMR, 국·탕·찌개, 만두·면류, 떡볶이·김밥·짜장면 같은 K스트리트푸드가 후보군이다. 한국에서 잘 팔린 상품을 그대로 보내는 것으로는 부족하다. 미국 소비자의 조리 방식, 알레르기 표시, 매운맛 단계, 나트륨 기준, 포장 규격에 맞춰 다시 설계해야 한다.

무엇보다 규정과 물류를 사업의 중심에 둬야 한다. K푸드 수출의 병목은 맛보다 절차다. 원재료 기준, 통관, 영양성분표, 냉동 보관, 유통업체 협의는 중소 식품기업이 혼자 감당하기 어렵다. 컬리가 이 과정을 표준화하면 단순 판매자가 아니라 미국 진출 대행 플랫폼이 될 수 있다.

이 대목에서 컬리의 차별성은 선명해진다. Weee가 미국 내 다민족 식품 수요를 묶었다면, 컬리는 한국 식품 브랜드의 미국 진출 과정을 묶어야 한다. Yami와 Bokksu가 상온식품과 스낵을 기반으로 성장했다면, 컬리는 냉동 HMR과 프리미엄 한식 상품에서 승부를 봐야 한다. Getir가 빠른 배송 비용을 넘지 못했다면, 컬리는 배송 속도보다 물류 손익을 먼저 봐야 한다.

컬리의 미국 창고는 성공의 증거가 아니다. 검증의 시작이다. Weee는 수요를 보여줬고, Getir는 비용의 위험을 보여줬다. 컬리가 증명해야 할 것은 K푸드의 인기가 아니라 그 인기를 이익으로 바꾸는 운영 능력이다. 미국 사업의 성패는 창고를 열었느냐가 아니라 그 창고가 반복 주문과 B2B 매출, 낮아진 물류비로 이어지느냐에 달려 있다.

 

토요경제 / 임종호 기자 yimjongho1969@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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