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물가 둔화에 Fed 인상론 후퇴…韓 증시·원화 숨통

국제 / 최은별 기자 / 2026-08-13 23:18:17
9월 인상 확률 55%서 34%로…코스피 급등, 삼성전자·SK하이닉스 반등
▲ 미국 텍사스의 한 마트 [연합뉴스]

 

미국의 7월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두 달 연속 둔화하면서 연방준비제도(Fed)의 추가 금리 인상 가능성이 낮아졌다. 달러 강세와 미국 국채금리가 주춤했고, 국제유가도 배럴당 90달러 아래로 내려왔다. 한국 금융시장에는 원화 약세와 수입물가 부담을 동시에 덜어주는 신호로 작용했다.

미국 노동통계국(BLS)은 12일 오전 8시30분(현지 시각) 7월 소비자물가지수(CPI)가 전월보다 0.1% 상승했다고 발표했다. 전년 동월 대비 상승률은 3.4%로 6월 3.5%보다 낮아졌다. 변동성이 큰 식품과 에너지를 제외한 근원 CPI도 전년보다 2.5% 올라 6월 2.6%에서 둔화했다. 에너지 가격은 한 달 전보다 1.5%, 휘발유는 2.9% 하락했다.

외신들은 이번 지표가 Fed에 시간을 벌어줬다고 평가했다. 파이낸셜타임스는 휘발유 가격 하락이 물가를 끌어내렸다고 분석했다. 월스트리트저널은 이번 물가가 금리 인상을 완전히 배제할 만큼 낮지는 않지만, 다음달 곧바로 금리를 올려야 할 정도로 강하지도 않다고 봤다.

금융시장의 판단도 빠르게 바뀌었다. 로이터가 13일 인용한 CME그룹 페드워치에 따르면 다음달 Fed 금리 인상 가능성은 일주일 전 55%에서 34%로 낮아졌다. 미국 10년물 국채금리는 4.678%로 전날보다 1.37bp 하락했다. MUFG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는 9월 금리 인상으로 선회하기보다 제약적인 금리 수준을 유지할 가능성이 크다”고 전망했다.

한국 증시는 즉각 반응했다. 로이터에 따르면 13일 한국 증시는 3.78% 상승해 아시아 주요 증시 가운데 가장 강한 상승 폭을 보였다. AP는 코스피가 6844.65까지 올랐고 삼성전자 주가는 5.4%, SK하이닉스는 7.1% 뛰었다고 전했다. 미국 금리 부담 완화와 AI 관련 기업의 실적 개선 기대가 맞물리면서 반도체주로 매수세가 다시 유입됐다.

외환시장에서도 원화에 우호적인 흐름이 나타났다. 월스트리트저널은 13일 아시아 거래에서 달러가 원화 대비 0.2% 하락한 달러당 1414.40원 수준에서 거래됐다고 전했다. 미국 금리 인상 기대가 낮아지면 달러 강세 압력이 약해지고, 한·미 금리 차 확대 우려도 줄어든다. 외국인 자금 유출과 원화 약세를 자극했던 요인 하나가 완화된 셈이다.

국제유가가 다시 90달러 아래로 내려온 점도 한국에는 중요하다. 13일 오후 아시아시장에서 브렌트유는 배럴당 88.87달러, 미국 서부텍사스산원유(WTI)는 83.11달러로 하락했다. 미국 원유 재고가 지난 7일까지 한 주 동안 1740만배럴 증가해 2023년 1월 이후 최대 증가 폭을 기록했고, 국제에너지기구(IEA)와 석유수출국기구(OPEC)가 올해 세계 석유 수요 전망을 낮춘 영향이다.

IEA는 올해 세계 석유 수요가 하루 160만배럴 감소할 것으로 전망했다. 한 달 전 예상한 100만배럴 감소보다 수요 위축 폭을 키웠다. OPEC도 올해 수요 증가 전망을 하루 78만배럴에서 58만배럴로 낮췄다. 중동의 공급 차질에도 세계 경기 둔화와 높은 에너지 가격이 실제 소비를 줄이고 있다는 뜻이다.

한국경제에는 물가 둔화와 유가 하락의 조합이 중요하다. 원유와 가스를 대부분 수입하는 한국은 국제유가 상승과 달러 강세가 동시에 나타날 때 같은 양의 에너지를 들여오는 데 더 많은 원화를 지불해야 한다. 반대로 미국 금리 인상 가능성이 낮아지고 유가까지 내려가면 수입물가, 생산비용, 무역수지 부담이 함께 줄어든다.

다만 안도하기는 이르다. 7월 미국 CPI에서 에너지 가격은 전월보다 떨어졌지만 전년 동월 대비로는 14.7% 높은 수준이다. 최근 호르무즈해협 봉쇄와 홍해 선박 공격 이후 다시 오른 국제유가도 7월 물가에는 충분히 반영되지 않았다. 로이터는 Fed가 선호하는 근원 개인소비지출(PCE) 물가가 여전히 3%를 조금 웃돌 것으로 분석했다.

일본도 변수다. 일본의 7월 생산자물가는 전년보다 7.2% 상승했다. 시장에서는 일본은행(BOJ)이 당초 예상된 12월보다 이른 9월 또는 10월에 금리를 올릴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미국은 금리 인상 기대가 낮아지고 일본은 인상 기대가 높아지는 방향이다. 엔화 가치가 상승하면 자동차·기계 등에서 일본과 경쟁하는 한국 기업에는 가격 경쟁력 측면에서 유리할 수 있다. 다만 엔 캐리트레이드 청산이 급격하게 진행되면 글로벌 금융시장 변동성을 키울 수 있다.

13일 국제금융시장의 핵심은 미국 물가 둔화와 유가 하락이 동시에 나타났다는 점이다. 한쪽은 달러와 금리 부담을 낮추고, 다른 한쪽은 에너지 수입비용을 낮춘다. 이날 코스피 급등은 이 변화에 대한 시장의 첫 반응이다. 앞으로는 미국 생산자물가와 국제유가 흐름이 관건이다. 물가 둔화가 이어지고 브렌트유가 90달러 아래에서 안정되면 한국경제를 눌러온 고유가·고환율·고금리 부담 가운데 두 축은 약해질 수 있다.

 

토요경제 / 최은별 기자 ceb@sateconom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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