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매장에 쏟아진 ‘불황 매물’…빌라·상가·공장부터 무너진다

부동산·건설 / 최성호 / 2026-04-27 08:37:00
1분기 신규 경매 13년 만에 최대…고금리·대출규제 후폭풍에 부동산 ‘초양극화’ 심화

[토요경제 = 최성호 기자] 올해 1분기 법원 신규 경매 신청 건수가 13년 만에 최대치를 기록하며 고금리와 경기 침체의 여파가 부동산 시장 전반으로 확산되고 있다. 시장에서는 일부 인기 아파트에만 수요가 몰리고 나머지 자산은 유찰이 누적되는 ‘초양극화’ 흐름이 심화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서울시내 중개업소 모습./사진=연합뉴스

 

27일 법원 경매정보 통계와 법무법인 명도에 따르면 올해 1분기 법원에 신규로 접수된 경매 신청 건수는 3만541건으로 집계됐다. 이는 2013년 1분기(3만939건) 이후 동기 기준 최대 규모다. 

 

경매 신청은 채권자가 담보물 처분을 통해 채권을 회수하기 위해 법원에 요청하는 절차로, 유찰 물건이 누적되는 진행 건수보다 경기 상황을 더 민감하게 반영하는 선행 지표로 평가된다.

경매 물건 증가는 이미 장기 흐름으로 이어지고 있다. 연간 기준 경매 신청 건수는 2023년 10만1145건으로 10만 건을 다시 넘어선 이후 2024년 11만9312건, 지난해 12만1261건으로 증가하며 글로벌 금융위기 시기인 2009년 이후 최대 수준에 근접했다. 

 

코로나19 이후 누적된 경기 둔화에 더해 2021년 하반기부터 이어진 금리 인상의 부담이 시차를 두고 시장에 반영된 결과로 분석된다.

주거시설에서는 비아파트 중심의 충격이 두드러진다. 올해 4월 기준 주거시설 경매 진행 건수는 1만2426건으로 2006년 이후 최대치를 기록했다. 

 

이 가운데 연립·다세대 등 비아파트 비중이 72.2%에 달했다. 전세사기 문제와 임대사업자 보증 축소, 대출 규제 등이 겹치며 빌라 시장의 수요 기반이 약화된 영향으로 풀이된다. 반면 아파트는 전체의 27.8% 수준에 그쳤지만 상대적으로 낙찰가가 유지되며 차별화된 흐름을 보이고 있다.

상업·업무시설도 빠르게 흔들리고 있다. 지난해 상가·업무시설 경매 진행 건수는 7만92건으로 전년 대비 43% 증가했고, 올해 4월에는 8252건으로 관련 통계 작성 이후 최대치이다.

 

특히 상가의 낙찰률은 10~20%대에 머물며 유찰 물건이 누적되는 구조가 이어지고 있다. 코로나19 이후 소비가 온라인 중심으로 이동하면서 오프라인 상권의 공실이 확대된 점이 주요 배경으로 꼽힌다.

실제 강남권 주요 상권에서도 가격 조정 압력이 나타나고 있다. 서울 강남구 대치동의 한 건물은 감정가 대비 두 차례 유찰되며 최저가가 약 60% 수준까지 하락했다.

 

신사동의 대형 건물 역시 감정가 대비 크게 낮은 가격에서 추가 입찰을 앞두고 있다. 과거 테마상가 중심이던 경매 시장이 최근에는 중소형 빌딩 등 수익형 부동산으로 확산되고 있다는 점도 특징이다.

산업 부문 역시 예외가 아니다. 공장 등 공업시설 경매는 이달 진행 건수가 1222건으로 늘어나며 역대 최대 수준을 기록했다. 이는 단순한 부동산 시장 문제가 아니라 제조업과 산업 전반의 경기 둔화가 반영된 결과라는 분석이 나온다.

전문가들은 금리 인하 속도가 더딘 가운데 실물 경기 회복 신호가 뚜렷하지 않아 경매 물건 증가 추세가 당분간 이어질 것으로 보고 있다. 법원 역시 증가하는 물량을 처리하기 위해 경매계 수를 확대하는 등 대응에 나선 상황이다.

강은현 법무법인 명도 경매연구소장은 “올해 경매 신청 건수는 지난해 12만 건을 넘어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 수준에 근접할 가능성이 있다”며 “부동산 시장 전반이 위축된 가운데 일부 선호 지역 아파트에만 수요가 집중되는 양극화 현상이 더욱 심화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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