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사우디, 민간 핵협정 서명…중동 핵확산 논란

국제 / 최은별 기자 / 2026-07-23 08:33:52
30년짜리 ‘123협정’ 체결…AP는 농축 가능성 우려, 사우디 매체는 평화적 원자력 협력 강조
▲ 크리스 라이트 미국 에너지부 장관(왼쪽)과 사우디아라비아 에너지부 장관인 압둘아지즈 빈 살만 왕자 [연합뉴스]

 

미국과 사우디아라비아가 민간 원자력 협정을 체결하면서 중동 원전시장이 새 국면에 들어섰다. 23일 현재 미국·사우디 발표와 외신 보도를 종합하면 이번 합의는 미국 원전 기업의 사우디 진출 길을 열었지만, 향후 사우디의 우라늄 농축 가능성을 남겨 중동 핵확산 논란도 키우고 있다.

AP는 전날 미국과 사우디가 “평화적 원자력 이용을 위한 협력 협정(cooperation agreement for the peaceful use of nuclear energy)”에 서명했다고 보도했다. 협정은 미국 원자력법상 이른바 ‘123협정’으로, 크리스 라이트 미국 에너지장관과 압둘아지즈 빈 살만 사우디 에너지장관이 서명했다. AP는 협정 기간이 30년이며, 미국 기업이 사우디의 민간 원전 프로그램 개발에 참여하는 구조라고 전했다.

쟁점은 우라늄 농축이다. AP는 이번 합의가 사우디에 민간 원전 프로그램을 위한 “우라늄 농축 능력(uranium enrichment capability)”을 제공할 수 있다고 보도했다. 우라늄 농축은 원전 연료 생산에 필요하지만 고농축으로 갈 경우 핵무기 물질과 연결될 수 있어 국제 비확산 체제의 핵심 민감 기술로 분류된다. AP는 비확산 전문가와 의회 일각에서 사우디의 농축 가능성을 우려하고 있다고 전했다.

미국 내 시각은 기대와 경계가 엇갈린다. 월스트리트저널은 이번 합의가 미국 기업에 전략적·상업적 우위를 주고, 중국·러시아 원전 기술을 견제하는 의미가 있다고 분석했다. 다만 사우디가 국내 농축 금지와 강도 높은 국제사찰을 담은 이른바 ‘골드 스탠더드(gold standard)’를 수용하지 않았다는 점은 논란으로 남았다. 

사우디 측 보도는 평화적 이용과 양국 협력에 방점을 찍었다. 사우디 매체 아랍뉴스는 23일 사우디 에너지부를 인용해 양국이 평화적 원자력 이용 협정에 서명했다고 전했다. 라이트 장관은 성명에서 이번 합의가 “미·사우디 상업 관계를 강화하고 자국의 번영과 동맹의 안보를 제공하려는 공동의 약속(shared commitment to strengthening US-Saudi commercial relations, delivering prosperity at home and security to our allies abroad)”을 반영한다고 밝혔다. 

이번 합의는 한국 원전업계에도 변수가 된다. 사우디는 한국이 장기간 주목해온 대형 원전시장이다. 그러나 미국이 사우디 원전 프로그램의 제도적 문을 먼저 열면 한국의 독자 수주 공간은 좁아질 수 있다. 반대로 미국 기업과의 공동 공급망, 기자재, 시공, 운영·정비 분야 협력 가능성은 남는다. 중동 원전 수출은 이제 가격 경쟁력만으로 보기 어렵다. 비확산 조건, 미국과의 기술 협력, 금융 패키지까지 함께 묶이는 전략 산업이 됐다.

결국 이번 美·사우디 핵협정은 에너지 협력이면서 안보 뉴스다. 미국은 사우디를 자국 원전 기술권 안에 묶으려 하고, 사우디는 석유 이후 전력 수요와 산업 다각화에 대비하려 한다. 그러나 농축 가능성이 남은 만큼 중동의 핵 균형 논란도 불가피하다. 원전시장의 문은 열렸지만, 그 문 뒤에는 핵확산이라는 더 큰 질문이 놓였다.

 

토요경제 / 최은별 기자 ceb@sateconom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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