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덕형 칼럼] “이재명 정부 규제 재정비 국면에서 드러난 플랫폼 권력의 한계”

기자수첩 / 이덕형 기자 / 2026-01-20 08:18:06
쿠팡의 선택지, 로비가 아니라 ‘법과 질서’다
▲이덕형 편집국장

이재명 정부 출범 이후 정부는 기업에 대한 각종 세제 혜택, 규제 완화 정책, 플랫폼 관리 기준 전반을 재점검하는 작업에 들어갔다. 성장 중심 정책에서 공정·안전·책임 중심의 산업 질서로 전환하려는 정책 기조가 분명해지는 가운데, 국내 물류·유통 플랫폼의 대표 기업인 쿠팡을 둘러싼 각종 논란이 동시에 분출됐다. 공정거래, 노동 안전, 시장지배력, 알고리즘 투명성 문제까지 복합적으로 얽히며 국회 청문회 논의로까지 확산된 배경에는 이러한 정책 환경 변화가 자리하고 있다.

쿠팡은 미국 증시에 상장된 기업이며 지배구조 역시 미국에 있다. 그러나 쿠팡이 실제로 매출을 창출하고, 물류 인프라를 구축하며, 노동력을 고용하고, 소비자 데이터를 축적하는 공간은 명백히 한국이다. 기업 활동의 실체가 존재하는 곳은 한국이고, 그 기업이 따라야 할 규범 또한 한국의 법과 제도다. 국적이나 상장 시장이 사업 운영의 준거법을 대신할 수는 없다.

한국에서 사업을 하기 위한 가장 기본적인 전제는 한국의 법을 따르는 것이다. 이는 국내 기업이든 외국계 기업이든 동일하게 적용된다. 과거 프랑스의 까르푸(Carrefour), 미국계 대형 유통 체인들이 한국 시장에 진출했다가 규제 환경과 소비 문화, 유통 구조에 적응하지 못하고 결국 사업을 매각하거나 철수한 사례는 이를 잘 보여준다. 글로벌 브랜드의 명성이나 자본력만으로 한국 시장의 제도적 질서를 우회할 수 없다는 점은 이미 여러 차례 입증됐다.

기업과 정부가 충돌하는 국면에서 기업이 정부를 상대로 장기적 우위를 점할 수 있다는 기대는 현실과 거리가 있다. 국가는 입법권, 집행권, 사법권, 조세권, 공공 정책 권한을 동시에 보유한 주체다. 쿠팡이 미국 정치권을 상대로 로비 활동을 강화한다 하더라도, 한국 내 영업 행위 자체를 규율하는 권한은 결국 한국 정부에 있다. 일개 기업이 주권 국가의 법질서를 지속적으로 거스르며 사업을 유지하는 것은 구조적으로 불가능하다.

기업은 본질적으로 이윤을 추구한다. 정부가 공정 경쟁, 노동 안전, 플랫폼 책임, 소비자 보호를 이유로 규제를 강화하고, 그 결과 사업 수익성이 장기적으로 훼손된다면 기업은 전략적 선택을 할 수밖에 없다. 사업 구조를 조정해 규제 환경에 적응하거나, 수익성이 사라진 시장에서 철수하는 길이다. 글로벌 기업들이 각국 시장에서 규제 부담과 수익성 악화를 동시에 감당하지 못할 경우 사업을 매각하거나 철수하는 사례는 이미 반복돼 왔다.

쿠팡 역시 예외가 될 수 없다. 한국 시장은 성장 잠재력이 크지만, 사회적 책임과 제도적 요구 수준도 높은 시장이다. 이를 받아들이지 못한다면 장기적 사업 지속성은 담보하기 어렵다. 로마에 가면 로마법을 따르라는 말처럼, 한국에서 사업을 영위하려면 한국의 법과 정책 환경을 존중하는 것이 기본 조건이다.

쿠팡이 선택할 수 있는 길은 많지 않다. 정부와의 대립 구도를 확대해 규제 충돌을 장기화하는 전략은 불확실성과 비용을 키울 뿐이다. 반대로 정부의 정책 방향을 정확히 읽고, 제도적 요구에 맞춰 사업 구조를 조정하며 상생 모델을 구축하는 전략이 현실적인 생존 전략에 가깝다.

쿠팡은 더 이상 단순한 유통기업이 아니다. 국민 생활과 직결된 물류 인프라 기업이자 플랫폼 사업자로서 공공적 책임과 제도적 책무를 함께 부담해야 하는 단계에 진입했다. 기업의 자유는 법 질서 위에서만 지속 가능하다. 쿠팡이 한국 시장에서 장기적으로 존속하기를 원한다면, 로비가 아니라 법과 제도, 그리고 사회적 신뢰를 선택해야 한다.

 

[토요경제 = 이덕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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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덕형 기자
이덕형 기자 1995년 방송사 기자로 입사한 뒤 사회부,정치부,경제부 등 주요부서를 두루 거쳤습니다. 앵커와 취재기자, 워싱턴 특파원으로 활동하며 다양한 현장을 누볐고,올해로 기자 생활 31년이 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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