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 낸 시점 아닌 ‘비용이 생긴 기간’ 따라 손익 처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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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KT 광화문지사 [토요경제 DB] |
KT(대표 박윤영)가 7월 말 확정된 개인정보보호위원회 과징금을 3분기가 아닌 2분기 실적에 반영했다. 7월에 결정된 과징금이 왜 6월 말로 끝난 상반기 장부에 들어갔을까. 회계는 돈을 실제로 낸 날보다 비용이 어느 기간에 생겼는지를 따지기 때문이다.
개인정보위는 지난 7월 29일 전체회의에서 불법 펨토셀을 통한 개인정보 유출과 관련해 KT에 과징금 539억7900만원을 부과하기로 의결했다. 조사 결과 KT 이용자 1만6647명의 휴대전화번호와 가입자식별번호(IMSI), 단말기식별번호(IMEI) 등이 유출됐다.
KT는 이 과징금을 7~9월 실적인 3분기에 넣지 않았다. 6월 30일로 끝난 2분기 영업외비용으로 반영했다. 과징금은 영업비용이 아니어서 2분기 영업이익 6483억원에는 영향을 주지 않았지만 세전이익과 당기순이익을 낮췄다. 2분기 당기순이익은 4806억원으로 전년 동기보다 34.5% 줄었다.
겉으로 보면 시점이 맞지 않는다. 과징금은 7월 29일 확정됐는데 비용은 왜 6월 장부에 들어갔을까.
기업회계에선 현금이 나간 날과 비용을 잡는 시점이 반드시 같지 않다. 직원이 12월에 일하고 다음 해 1월에 월급을 받아도 회사는 인건비를 12월 비용으로 잡는다. 돈을 준 시점이 아니라 비용을 발생시킨 일이 언제 일어났는지를 기준으로 삼기 때문이다.
결산 이후 중요한 정보가 새로 나오면 같은 원칙을 적용한다. K-IFRS 제1010호 ‘보고기간후사건’은 결산일 이후 재무제표를 확정하기 전까지 나온 사건을 나눠 처리한다. 결산일 현재 이미 존재하던 상황을 뒤늦게 확인해 준 사건이면 기존 결산 숫자를 조정한다. 반대로 결산일 뒤에 새로 생긴 사건이면 앞선 재무제표를 고치지 않는다.
KT 사례는 전자에 가깝다. 6월 30일 당시 과징금 액수는 정해지지 않았지만 개인정보 침해사고는 이미 발생했고 개인정보위 조사도 진행 중이었다. 이후 반기재무제표를 확정하기 전인 7월 29일 과징금이 539억7900만원으로 확정됐다.
실제 과징금을 언제 냈는지는 별개의 문제다. 회사는 비용을 먼저 장부에 잡고 지급할 돈을 부채로 인식할 수 있다. 이후 실제로 과징금을 내면 새로운 비용을 다시 잡는 것이 아니라 이미 잡아둔 채무를 현금으로 갚는다.
‘6월 장부를 고쳤다’는 표현도 정확히 볼 필요가 있다. KT가 이미 공시를 끝낸 재무제표를 뒤늦게 다시 수정한 것은 아니다. 6월 30일 결산 이후 반기재무제표를 작성하고 확정하는 과정에서 7월 29일 나온 정보를 반영해 6월 말 기준 숫자를 완성했다고 봐야한다.
왜 이런 복잡한 절차를 거칠까. 이런 원칙이 없다면 기업은 현금 지급 시점을 이용해 분기 실적을 왜곡할 수 있다. 2분기에 원인이 생긴 비용을 돈을 실제로 낸 3분기나 4분기로 넘기면 2분기 이익은 실제보다 좋아 보인다. 당장의 실적을 부풀리는 잔꾀를 부릴 수 있다는 것이다. 그래서 회계는 ‘언제 돈을 냈나’보다 ‘어느 기간의 사건 때문에 생긴 비용인가’를 먼저 본다.
KT의 과징금이 7월에 확정됐지만 상반기 실적에 들어간 이유도 여기에 있다. 달력으로는 7월의 과징금이지만, 회계상으로는 상반기에 발생한 사건의 비용인 셈이다.
토요경제 / 임종호 기자 yimjongho1969@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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