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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덕형 편집국장 |
해외 설탕세의 대표 사례로 꼽히는 영국은 설탕 함량을 기준으로 세율을 차등화했다. 음료 100ml당 설탕이 일정 기준을 넘을수록 제조사가 더 많은 세금을 내고, 기준 이하로 낮추면 과세 대상에서 빠진다. 이 구조는 단순히 세금을 걷기 위한 것이 아니라, 기업이 자발적으로 레시피를 바꾸도록 유도하는 데 초점이 맞춰져 있다. 실제로 다수의 글로벌 식품기업이 설탕 함량을 낮췄고, 소비자는 급격한 가격 인상 없이 저당 제품을 선택할 수 있었다. 세계보건기구 역시 설탕세의 핵심을 ‘행동 변화를 유도하는 가격 신호’로 규정해 왔다.
반면 이재명 정부가 검토 중인 설탕세는 방향이 다르다. 과세 기준은 설탕의 정확한 함량보다는 가당 음료·가공식품 등 품목 중심으로 논의되고 있고, 실제 부담은 소비 단계에서 가격 인상 형태로 나타날 가능성이 크다. 이 경우 기업이 설탕을 줄일 유인은 약해지고, 소비자는 설탕을 줄이기보다는 “또 하나의 생활비 인상”으로 받아들일 공산이 크다. 건강 정책이 물가 정책으로 오인되는 순간, 정책의 설득력은 급격히 떨어진다.
정책 목적의 혼선도 문제다. 해외 설탕세는 세수 사용처를 비만 예방, 공공 보건, 아동 건강 프로그램 등으로 비교적 명확히 묶는 경우가 많다. 반면 정부는 건강 증진과 재정 확보 목적이 동시에 거론된다. 세수가 일반 재정으로 흡수될 경우, 설탕세는 건강세가 아니라 또 하나의 간접 증세로 인식될 가능성이 높다. 담배세가 겪었던 신뢰의 문제를 반복할 위험도 배제하기 어렵다.
설탕세가 효과를 내려면 설계부터 달라져야 한다. 첫째, 과세 기준을 품목이 아니라 설탕 함량으로 전환해야 한다. 설탕을 줄이면 세금이 줄어든다는 명확한 신호가 있어야 기업의 행동이 바뀐다. 둘째, 과세 책임을 제조 단계에 두고 소비자 가격 전가를 최소화해야 한다. 셋째, 세수의 사용처를 법적으로 보건·예방 분야에 한정해 정책의 신뢰를 확보해야 한다. 넷째, 저당·무설탕 대체 식품 시장을 함께 키우지 않으면 과세는 선택권을 제한하는 규제가 될 수밖에 없다.
설탕세는 찬반의 문제가 아니다. 같은 세금이라도 설계에 따라 건강을 개선하는 도구가 될 수도 있고, 단순한 부담으로 끝날 수도 있다. 이재명 정부가 진정으로 설탕 섭취를 줄이고 싶다면, ‘쉬운 과세’가 아니라 ‘효과 있는 설계’를 선택해야 한다. 정책의 성패는 명분이 아니라 구조에서 갈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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