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합] 日 오염수 24일부터 기습 방류...여야 정치공방 가열

체크Focus / 조봉환 기자 / 2023-08-23 03:34:38
도쿄전력 내년 3월까지 3만1200톤 방류 결정...전체의 2.3%
정부 "과학적·기술적 문제 없어"..,야당 "무책임한 행위" 규탄
시민단체들 "방류 당장 철회" 요구 빗발...당분간 논란 계속될듯
▲도쿄전력은 지난 21일 후쿠시마 제1원전의 오염수 방류를 위한 설비를 외국 기자들에게 공개했다. 도쿄전력은 24일부터 오염수 방류를 시작한다. <사진=연합뉴스>

 

일본이 24일부터 후쿠시마 오염수를 전격 방류한다. 

 

2021년 4월 스가 요시히데 당시 일본 총리가 오염수 처분 방식으로 해양 방류를 공식 결정한 지 2년 4개월만의 일이다. 2011년 3월 11일 동일본대지진으로 인한 후쿠시마원전 폭발 사고 발생일을 기준으로 하면 12년 5개월여만이다.


도쿄전력은 22일 오후 24일부터 내년 3월까지 후쿠시마 제1원자력발전소에서 바다에 방류할 오염수(일본 정부명칭 '처리수')의 양을 3만1200t(톤)으로 예상한다고 22일 밝혔다.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는 이날 오염수 방류를 위한 관계각료 회의를 마친 뒤 방류 개시 시점과 관련해 "기상 등 지장이 없으면 24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 도쿄전력 "설비 이상시 긴급 차단밸드 자동 작동"

그야말로 전격적인 결정이었다. 후쿠시마 원전 운영사인 도쿄전력은 이날 일본 정부가 이르면 24일에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의 해양 방류를 시작하겠다고 결정한 관계 각료회의 직후 기자회견을 열어 이같이 결정했다.


도쿄전력이 1차 방류하는 오염수는 전체 보유량의 약 2,3%에 수준이다. 후쿠시마 원전은 2011년 3월 동일본대지진으로 인한 폭발사고 발생 이후 약 134만 톤의 오염수를 보관하고 있다. 교토통신은 22일 도쿄전력이 이 목표를 달성하면 오염수 보관 탱크 약 10기를 줄일 수 있다고 보도했다.


도쿄전력이 계획대로 내년 3월까지 3만1천여 톤의 오염수를 바다에 방류하면 삼중수소(트리튬) 5조 베크렐(㏃)이 바다에 유입될 것으로 예상된다. 삼중수소는 후쿠시마 원전의 다핵종제거설비(ALPS)로 정화되지 않는 방사성 물질이다.


일본 정부와 도쿄전력은 오염수의 삼중수소 농도를 자국 규제 기준의 40분의 1인 1L당 1500㏃ 미만으로 희석, 후쿠시마 원전 앞바다에 내보낼 계획이다.


도쿄전력측은 "신중하게 적은 양부터 방류를 개시한다는 방침에 따라 두 단계로 나눠 방류를 진행하겠다고 말했다. 첫단계는 바닷물로 희석한 오염수를 수조로 옮겨 삼중수소 농도를 직접 확인하고, 두번째 단계는 설비의 안전성과 운용 절차를 파악하기 위한 방류를 실시할 방침이다.


도쿄전력은 이에따라 가장 먼저 바다로 보낼 오염수 약 7800톤 가운데 1톤을 바닷물 1200톤과 혼합한 뒤 대형 수조로 옮겨 방사성 물질 농도를 측정, 24일 이전에 발표할 예정이다. 여기서 별다른 문제가 확인되지 않으면 17일간 매일 약 460톤씩 방류하게 된다.

 

▲일본 후쿠시마 제1원전 오염수 탱크들. <사진=연합뉴스제공>

 

도쿄전력 측은 만약 오염수 설비에 이상이 생기면 긴급 차단 밸브가 자동으로 작동한다는 점을 강조했다. 진도 5 이상의 지진, 지진 해일과 높은 파도에 따른 주의보 발령 등의 변수가 발생할 경우에는 해양 방류를 즉시 중단키로 했다.


도쿄전력은 오염수 해양 방류 준비 작업과 함께 방류에 따른 소문(풍평) 피해에 대해 10월부터 배상 신청을 받는다고 이날 발표했다.


도쿄전력 후쿠시마 부흥본사의 우치다 마사아키 부대표는 "이미 소문 피해가 발생하고 있다든가 중국의 금수 조치 등의 영향으로 피해가 생기고 있다는 신청을 몇 건 받았다"며 "각각의 사정에 따라 적절히 대응하겠다"고 말했다.


환경성은 오염수 방수구에서 약 40㎞ 떨어진 지점 등 원전 앞 바다 총 11개 지점에서 바닷물을 채취해 민간 연구소에서 삼중수소 등 방사성 물질의 농도를 분석한다고 발표했다.

 

▲일본 도쿄전력에서 후쿠시마 제1원자력발전소 오염수(일본 정부 명칭 '처리수') 책임자인 마쓰모토 준이치가 22일 도쿄에서 기자회견에 앞서 자료를 살펴보고 있다. <사진=연합뉴스제공>

 

■ 여당 "철저히 점검 노력" VS 야당 "오염수 테러" 규탄


기시다 총리는 "국제원자력기구(IAEA)의 과학적 근거에 기초한 대응에 폭넓은 지역·국가로부터 이해와 지지 표명이 이루어져 국제사회의 정확한 이해가 확실히 확산하고 있다고 생각한다"며 오염수 방류를 전격적으로 결정한 배경을 설명했다.


이처럼 일본 정부와 도쿄전력이 예상보다 빨리 기습적으로 오염수 방류에 나섬에 따라 국내에선 오염수를 둘러싼 정치공방이 가열되고 있다.


정부는 22일 오염수 방류와 관련, "일본 측의 방류 계획상 과학적·기술적 문제가 없는 것으로 판단했다"며 "우리 정부는 일본측이 당초 계획대로 오염수를 방류할 것이라는 점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박구연 국무조정실 국무1차장은 이날 정부서울청사에서 진행한 오염수 관련 브리핑에서 "우리 정부가 지난달부터 일본 측과 한국 측 전문가가 정기적으로 IAEA 후쿠시마원전 현장사무소를 방문하는 데 합의했다"고 설명했다.


정부는 IAEA가 오염수 방류 관련 최신 정보를 정기적으로 우리 정부에 공유하고, 화상회의도 정기적으로 개최해 각종 정보에 대한 설명을 듣고 질의응답을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박 차장은 긴급 또는 이상 상황이 발생했을 때도 IAEA로부터 관련 정보를 가능한 빠르게 공유받을 수 있는 연락 체계를 만들었다고 강조했다. 앞서 지난달 12일 리투아니아에서 열린 한일 정상회담에서 윤석열 대통령은 방류 점검 과정에 한국 전문가 참여를 요청한 바 있다. 


여당인 국민의힘은 “오염수 방류가 국민 안전과 건강에 영향을 미치지 못하도록 철저히 확인하고 점검하는 데 최선의 노력을 다하겠다”며 여론달래기에 치중했다.

 

 

▲22일 오후 박구연 국무조정실 1차장이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원전 오염수 방류 관련 일일 브리핑에 참석해 일본의 오염수 방류에 관한 정부의 입장을 설명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그러나 야당은 이번 일본 정부의 오염수 방류 결정에 정부가 들러리를 섰다고 강력히 비판하면서 '국민 안전 비상사태'를 선언하는 등 총력 대응에 들어갔다.


더불어민주당은 일본 정부가 오염수 방류 일정을 확정한 직후 긴급 의원총회를 열고 '오염수 테러를 당장 중단하라'는 규탄 결의대회를 가졌다. 


민주당 의원들은 이날 "일본의 오염수 해양투기 결정이 전 인류와 바다 생명에 대한 중대한 위협이자 천인공노할 범죄”라고 규정하고 “인류를 포함한 지구상 모든 생명체의 근간인 바다를 자국의 핵 쓰레기장으로 전락시킨 이기적이고 무책임한 행위”라며 규탄했다.


이어 “일본은 30년 전 러시아의 핵폐기물 투기를 문제 삼으며 핵폐기물의 해양 투기를 전면 금지하도록 런던협약 개정을 주도한 장본인”이라며 "일본의 '내로남불' 행태에 분노하지 않을 수 없다”고 역설했다.

■ 시민단체들 "전세계에 사회 경제적 손실 야기할 것"

정부와 여당을 향해서도 비판의 목소리를 높였다. 국민 80% 이상이 반대하는데도 과학을 빙자해 오직 일본의 편에 서서 일본의 입맛대로 오염수의 안전성을 홍보하며 일본 정부의 잘못된 결정에 힘을 실어줬다고 꼬집었다. 

 

▲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와 박광온 원내대표를 비롯한 의원들이 22일 국회 로텐더홀 계단에서 열린 후쿠시마 원전오염수 해양방류 규탄대회에서 구호를 외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시민·환경단체들도 강력 반발하고 있다. ‘일본 방사성오염수 해양투기저지 공동 행동’은 22일 오후 서울 종로구 주한 일본대사관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오염수 투기의 안전성을 확인할 수 없다는 전문가 증언이 잇따르는 데도 일본 정부는 제일 저렴하고 편리한 해양 투기를 밀어붙이고 있다”며 오염수 투기 철회를 요구했다.


공동행동측은 “오염수 투기는 한국을 비롯한 전세계에 사회경제적 손실과 두려운 바다만을 남길 것”이라며 “기준치 미만이라는 이유로 불필요한 방사선 피폭에 노출되는 것 역시 반대한다”고 목소리르 높였다. 


환경운동연합도 이날 성명을 통해 “일본은 탱크에 남아 있는 방사성 물질 종류의 총량을 밝힌 적이 한번도 없고, 2차 (정화) 처리를 해도 방사성 물질이 얼마나 잔류할지 모른다”며 “오염수 투기는 인류가 경험해본 적이 없는 초유의 사태”라고 주장했다.


그린피스 역시 “오염수의 태평양 방류를 결정한 것은 2011년 후쿠시마 원전 사고가 남긴 쓰라린 아픔과 교훈에 대한 망각이자, 수 십년 동안 견고한 카르텔을 구축한 일본 원전 프로그램의 산물”이라고 지적했다.


한편 정부는 야당과 시민단체 등 여론이 오염수 방류에 부정적인 것을 의식, "정부가 오염수 방류를 찬성 또는 지지하는 것은 아니다"라며 "실제 방류가 조금이라도 계획과 다르게 진행된다면 우리 국민의 안전과 건강을 위협하는 것으로 판단해 일본 측에 즉각 방류 중단을 요청할 것"이라는 점을 거듭 강조했다.

 

토요경제 / 조봉환 기자 ceo@sateconom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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