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권단, 태영건설의 자구안 '부실' …워크아웃 진행 불투명

산업1 / 양지욱 기자 / 2024-01-04 08:00:51
자구안 발표에 "'그냥 열심히 하겠다' 수준" 일갈… 이행 확약 재요구
SBS 지분매각·사재출연 언급 없어… 싸늘해진 태영건설 채권단
▲ 서울 영등포구 태영빌딩에 태영건설 깃발이 펄럭이는 모습. <사진=연합뉴스>

 

산업은행이 태영건설의 경영정상화 자구안에 대해 알맹이가 없다며 공개 비판했다.

 

채권단은 지난달 28일 워크아웃(기업 구조개선 작업)을 신청한 태영건설의 자구안이 기존에 알려진 것 외에 새로운 내용이 없으며, 오너 일가 사재 출연 규모도 빠져 있다고 밝혔다. 이에 11일 결정하기로 한 워크아웃 개시 여부까지 불투명해졌다.


더군다나 태영그룹은 계열사 매각자금 상당액을 약속과 달리 태영건설 채무 변제가 아닌 지주사 채무 변제용으로 쓰기 위해 보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강석훈 산업은행 회장은 3일 태영건설이 워크아웃을 신청하며 제시한 자구안을 제대로 이행하지 않고 있다며 “주채권으로서 대단히 유감스럽다”고 말했다.

 

양재호 산업은행 기업구조조정1실장도 이날 채권단 회의에서 “현재까지는 (태영건설의 자구안이) 워크아웃을 진행(개시)하기에 충분하지 않다고 판단한다”며 “자구노력을 더 해야 하고 합의된 내용을 지켜야 한다”고 비판했다.

 

▲ 윤세영 태영그룹 창업회장 <사진=태영그룹>

 

◆윤세영 회장 “우발 채무 2조5000억원, 다시 태영을 살려낼 기회 달라”

 

이날 태영그룹은 400곳 이상의 채권단을 대상으로 자구안 설명회를 가졌다.


구체적으로 계열사 태영인더스트리 매각 대금(1549억원)과 종합환경업체 에코비트 지분(50%) 매각을 추진하고, 매각 대금을 태영건설에 지원하기로 했다.

여기에 골프장 및 레저사업을 하는 블루원 지분은 담보로 제공하고 매각을 추진하는 방안도 포함됐다. 블루원은 디아너스CC, 블루원용인CC, 블루원상주CC 등의 골프장을 보유한 회사다. 평택싸이로 지분 62.5%는 담보로 제공하기로 했다.

이외에 인력·조직 구조조정을 통해 자금을 추가로 마련하기로 했다.

윤세영 태영그룹 창업회장은 직접 설명회에 참석해 태영건설 협력사가 애초 알려진 581곳보다 2배 많은 1075곳이며, 우발채무는 언론에 보도된 9조원대보다 작은 2조5000억원이라는 점도 강조했다.
 

윤 회장은 “어떻게든 정상적으로 사업을 마무리 짓고 제대로 채무를 상환할 기회를 주면 임직원 모두 사력을 다해 태영을 살려내겠다”고 호소했다.


그러나 이날 설명회에서 태영그룹의 자구 의지를 가늠해볼 수 있는 오너 일가 사재 출연 규모와 핵심 계열사 SBS 지분 매각 가능성은 언급되지 않았다.


되려 이미 매각한 태영인더스트리의 오너 일가 지분 1549억원을 포함해 3000억원 이상의 사재 출연이 이뤄지지 않으면 채권단에서 워크아웃을 받아들이지 않을 수 있다는 관측도 나왔다.

 

▲ 취재진 질문에 답하는 강석훈 산업은행 회장 태영건설의 워크아 신청 관련 채권단 설명회가 열린 3일 오후 서울 산업은행 본점에서 강석훈 산업은행 회장이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채권단 측, 자구 노력 진정성 의심… 태영그룹, SBS 살려려는 의지가 더 강해


태영그룹이 자구 노력의 진정성이 의심된다는 비판의 목소리는 워크아웃 신청 직후부터 나왔다.

태영건설은 금융당국의 예상과 달리 지난달 29일 만기가 도래한 상거래채권 1485억원 중 외상매출채권 담보대출 451억원을 갚지 않았다. 또 태영인더스트리 매각 대금 일부를 지주회사 티와이홀딩스의 PF 보증채무 상환에 사용한 것으로 드러나 논란이 되기도 했다.
 

강 회장은 “태영인더스트리 매각 대금 1549억원을 태영건설에 지원하겠다는 약속을 지키지 않고 400억원만 태영건설에 지원했다”며 “블루원 지분 관련 자금도 태영건설 워크아웃에 사용하는 것으로 이해하고 있었지만, TY홀딩스 채무를 갚는 데 사용하겠다고 말하고 있다”고 말했다.

 

결국 태영건설 유동성 지원을 위해 매각한 태영인더스트리 매각대금은 윤세영 태영그룹 창업회장의 아들인 윤석민 회장에게 416억원, 윤재연 블루원 대표 513억원, 티와이홀딩스에 1133억원이 넘어갔다.

 

이를 두고 업계에서는 태영건설을 포기하더라도 주력 계열사인 SBS를 살리겠다는 의도로 보인다는 평가가 나왔다. SBS는 티와이홀딩스가 지분 36.9%를 보유한 최대 주주다.

 

토요경제 / 양지욱 기자 yjw@sateconom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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