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실패한 두더지 잡기

기자수첩 / 김자혜 / 2021-03-24 16:53:45


[토요경제=김자혜 기자] 두더지는 비옥한 땅에 사는 지렁이를 찾아 움직인다. 두더지가 해롭다고 여겨지는 것은 이 땅에 사람들이 농사를 짓기 때문이다.


두더지는 먹이를 찾아 땅속에 길을 내면서 땅에 심겨있는 농작물을 헤집는다. 뿌리가 끊기거거나 농작물이 안착하지 못하고 들뜨면 밭농사는 실패할 가능성이 커진다. 그래서 농사꾼 입장에서 두더지는 해로울 수밖에 없다.


부동산 시장에서 투기세력은 이 두더지와 같다. 투기세력 입장에서 지렁이는 이윤이 남는 부동산 물건이다.


정부에서 주거용부동산, 즉 아파트 투기 정책을 강화하자 부동산 두더지는 아파트 외에 지렁이를 찾고 있다.


최근에는 오피스텔이 지렁이가 된 것 같다.


지난달 오피스텔 가격상승률은 지난해 같은 달 대비 22.8% 상승했는데 이 기간 아파트 가격은 10.0% 정도 오른 것과 비교하면 2배가 넘는다. 지난달 오피스텔 가격상승률은 지방이 33.9%로 수도권 평균 21.9%보다 높았다.


또 올해는 9억원 이상의 오피스텔 거래도 급증했다. 지난 1~2월 전국 9억원 이상 오피스텔 거래는 총 124건이 이뤄졌는데 이는 통계집계 이래 가장 높은 수치다.


업계는 이러한 오피스텔의 가격상승이 이례적이라고 보고 있다.


오피스텔은 수익률이 투자금의 10%가 되기도 어려운 데다 공실률이 낮으면 수익률은 높아지고 공실률이 높으면 수익률이 낮아지는 구조다.


실제로 지난 2월 전국 오피스텔의 수익률은 4.77%로 전년 대비 0.68%포인트가량 줄었다.


이러한 여건에도 오피스텔 수요가 늘어난 것은 결국 투자규제가 영향을 줬다는 분석이 나온다.


아파트 보유세 부담이 높아지고 대출도 어려워지면서 비교적 부담이 낮은 오피스텔로 유입이 된다는 것이다.


실거주 목적의 거래도 늘었다고 하지만 결국은 새로운 투자처를 찾는 흐름이다.


정부가 과연 이 두더지와 같은 투기수요 잡을 수 있을까?


부동산 거래를 어렵게 막는다고 해서 그 투자 자금은 통장에 고스란히 모셔져 있거나 소비를 위해 쓰여지지 않는다.


초기자금이 모이는 그 방법은 다양해도 가용자금이 충분한 이들은 어떻게든 이 돈을 굴려 이윤을 보고 싶어한다.


자본주의 시장의 성장과 함께한 베이비부머세대 뿐 아니라 그 자녀 세대인 MZ세대 역시 돈이 돈을 버는 모습을 목도하며 성장했기 때문이다.


이렇게도 저렇게도 두더지를 잡아보기 위해 정부는 삽을 들고 땅을 감독해 봤지만 결국 비옥한 땅은 밭농사도 제대로 되지 않고 두더지 조차 잡지 못한것 같다.


오히려 LH직원과 같은 밭작물 도둑만 방치한 형국이다.


오피스텔까지 오르는 요즘 부동산 정책에 대한 새로운 시각이 필요하다.


‘88만원 세대’ 저자이면서 경제학자인 우석훈 박사는 지난해 한 매체 기고를 통해 이렇게 말했다.


“분양제 붙잡고 이리고치고 저리 고치고 해도 집 없는 사람의 비율은 거의 변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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