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정인아 미안해’를 돈벌이로?

기자수첩 / 김시우 / 2021-01-08 12:23:24

[토요경제=김시우 기자] 양부모의 학대 속에서 아동학대 의심 신고에도 도움의 손길을 받지 못한 채 짧은 생을 마감한 16개월 정인이 사건에 전 국민이 분노했다.


국민은 정인이를 학대했던 양부모와 학대의 상황에서 빠져나올 수 있었지만 방관하고 방치했던 일부 기관과 관계자들에 비난을 퍼붓기도 했다.


정부는 경찰청에 아동학대 예방 전담 총괄부서를 신설하는 한편 아동학대 전담공무원을 배치하고 입양 후 사후관리를 지속적으로 실시하는 등 재발 방지를 약속했다. 국회에서도 ‘정인이법’이 본회의 통과를 앞두고 있다.


정인이 사건뿐만 아니라 매년 부모나 친지의 학대로 고통받았던 아이들을 생각하면 ‘소 잃고 외양간 고치기’가 아닌가 싶지만 이제라도 감춰져 있던 아동학대 문제를 대대적으로 알릴 수 있어 그나마 다행이라는 생각도 든다.


한편 시민들은 ‘정인아 미안해’ 운동에 참여하며 함께 정인이를 추모했다. 또 학대 속에서 죽어가는 아이들이 없기를 소망하며 재발 방지에 힘써달라며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사회관계망서비스(SNS) 인스타그램에서만 ‘#정인아미안해’를 해시태그(#)한 게시물이 수만 개를 넘어서는 등 정인이를 추모하는 분위기가 널리 퍼지고 있다.


그러나 ‘정인아 미안해’ 운동을 자신의 ‘돈벌이’ 수단으로 사용하는 몰지각한 사람도 있다.


캘리그라피 작가 A 씨는 지난 5일 한 온라인 쇼핑몰에 ‘정인아 미안해’라는 글이 적힌 의류, 에코백, 쿠션, 핸드폰 케이스 등 각종 물건을 판매용으로 팔았다. 가격은 1만~3만 원으로 ‘한정’이라는 문구도 붙였다.


A 씨는 “‘정인아 미안해’ 챌린지에 동참하다 보니 더 많은 사람에게 알리고 싶다는 마음에 미안한 마음을 글씨에 담아 제품을 만들어 보았다”며 “하나도 안 팔려도 괜찮으니 세상 사람들 한 분에게라도 전해졌으면 좋겠다”고 주장했다.


누리꾼들이 판매 수익이 기부되는지 묻자 A 씨는 “안 팔릴 걸요, 무슨 그런 걱정을”, “팔리면 모든 걸 기부할게요” 등의 모호한 답변을 내놨다.


이에 많은 시민의 비판이 잇따랐다. 여러 누리꾼은 “안타까운 죽음을 돈벌이로 이용하다니 2차 가해가 아니냐”며 “사탄도 울고 갈 것”이라는 등 거센 비판을 했다.


결국 사단법인 한국문화예술가협회는 6일 공식 인스타그램을 통해 “최근 사회적 물의를 일으킨 작가는 2021년 1월 6일 현재 본 협회에서 제명됐음을 알린다”고 밝혔다.


이뿐 아니다. SNS 홍보성 게시글에 글 내용과 상관없이 ‘정인아 미안해’ 해시태그를 끼워 넣는 등 상업적으로 활용하는 사례가 잇따르고 있다. 이들은 가게 음식 사진과 주소, 전화번호 등을 소개하며 ‘#정인아미안해’, ‘#우리가바꿀게’, ‘#동참해주세요’ 등 해시태그를 달았다.


해시태그 챌린지에 참여하는 척하며 화제가 된 ‘정인아 미안해’ 해시태그를 끼워 넣으면 방문자와 조회 수가 늘어난다는 점을 악용한 것이다.


‘정인아 미안해’라는 해시태그를 달고 장사를 하는 어른들에겐 정인이가 가엽고 안타까운 아이가 아닌 그저 가게 홍보에 필요한 ‘수단’과 ‘상품’에 불과한 것 아닌가 싶다. 전 국민이 공분한 아동학대 사건을 두고 상품을 디자인하고 판매할 생각을 했다는 것이 소름이 끼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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