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동맥경화는 결국 성인병으로 돌아온다

기자수첩 / 김자혜 / 2020-12-30 19:31:29


[토요경제=김자혜 기자] 수년간 해결점이 보이지 않던 키코 사태가 금감원의 배상권고안을 수용한 일부 은행의 보상 결정으로 이어지고 있다. 이 가운데 산업은행이 키코 관련 기사를 작성한 기자를 상대로 1억 원 규모의 손해배상청구 소송을 제기하는 사건이 벌어졌다.


소장을 살펴보면 산업은행은 A기자가 작성한 기사가 허위사실이라는 입장이다.


이동걸 산업은행 회장이 국정감사 증언에서 키코 불완전판매를 했다고 증언한 바가 없다는 설명이다. 산업은행은 해당 기사가 기존 입장을 번복해 불완전 판매를 인정한 것처럼 비추어져 키코 상품 판매 관련 손해배상책임을 질 가능성이 높아지는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려워 손해가 말할 수 없이 크다는 설명도 더했다.


산업은행의 소송에 키코공동대책위원회는 산업은행에 소송 취하를 요구하고 나섰다. 키코 공동위는 입장문을 내고 A기자의 기사는 이 회장이 발언한 “가격정보를 제공하지 않았지만, 불완전판매가 아니다”는 내용은 앞뒤가 맞지 않는 논리를 지적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산업은행은 기획재정부가 91.71%, 국토교통부가 7.60%, 해양수산부가 0.69%의 지분을 갖고 있고 금융위원회가 주무 기관으로 있는 국책은행이다. 국책은행장이 한낱 기자에게 억대의 소송을 할 정도로 산업은행에 있어 A기자의 기사가 쉽게 넘어갈 수 없는 중요한 문제가 된 모양이다.


키코 사태의 시계를 되돌려보면, 일련의 이런 소송까지 사태를 몰아넣은 것은 금융감독원의 역할이 크다. 법원에서 이미 불공정계약으로 볼 수 없다는 최종판결을 받은 문제에 권고안이라는 편법적 대안을 꺼냈기 때문이다.


동맥경화증은 혈관의 가장 안쪽에 있는 내막에 콜레스테롤이나 중성지방이 쌓이면 혈관이 좁아지고 딱딱하게 굳어지면서 막히는 증상을 말한다. 몸에서 동맥경화증이 발생했는데도 그대로 방치하면 혈관이 점차 좁아지면서 고혈압성 질환, 심장질환, 뇌혈관질환까지 불러 일으킨다.


권고안만 던져놓고 알아서들 해결하라며 법판결은 모르쇠하고 사태를 쉽게 무마하려는 금융당국의 안일한 대처는 동맥경화를 방조하는 것과 다름 없다. 문제를 떠넘긴 이유로 키코공동대책위원회와 산업은행, 그리고 국정감사 기사를 쓴 A기자까지 중증질환과 같은 어쩌면 중증질환보다 더 큰 고통의 시간을 보내고 있다. 책임을 진 대상이 책임을 유기했을 때 벌어질 수 있는 악영향을 여실히 보여주는 사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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