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진선 시인의 土曜 詩論] 암 호

기자수첩 / 정진선 시인 / 2020-11-30 13:16:40

암 호




네모 같다

뒤에서 보니
네모 같다

세월을 담아
무게가 느껴지는 네모다

결국은

네모가 되는 것


그래서 슬퍼지는 것

슬픔을 잊을 수 있는 암호는
모두 네모이다



방금 한 행위가 뭐였는지는 가끔은 나만 안다. 잠꼬대처럼 하는 걸 들어서는 알 수가 없다.
의미 없는데 의미 있게 듣고 마음에 새긴다. 정작 이야기한 사람은 아무런 의미가 없었다. 추임새 정도일 수도 있다. 그렇게 네모를 중얼거린다. 나이가 들어 허리는 없어지고 네모가 되었다고. 상심한다. 친구여 어찌 할거나

몸이 마음으로
손톱이 동작으로
믿음이 기도로 변한다.


네모는 세월이다.

너 네모 같다고 하자 모두 웃었다. 나는 웃지 못했다.
사실은
너 뒤에서 보니 네모 같다고 했다. 모두 웃었다. 나도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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