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진선 시인의 土曜 詩論] 2020년 독 백

기자수첩 / 정진선 시인 / 2020-11-23 06:00:00

2020년 독 백






어제
그 먹구름



오늘

어디로 갔을까?



다시 올까 빠르게 피는 꽃




잎 뒤로 숨는다





비가 엄청나게 온 2020년 여름이다.


아무리 생각이 없어도 그렇지 거의 50일 이상 매일 내렸다. 결국, 마음 아프게 하는 피해도 많았다. 이제는 내년이 더 걱정된다. 비가 올해처럼 앞으로도 계속 그리 내리면 어찌해야 하지. 이 땅에도 우기라는 게 생기는 건가.


먹구름이 계속 쌓이며 비 뿌리던 하늘이 갑자기 개였다. 모처럼 맑다. 아 저 빛의 하늘은 평화롭고 다정해 보이는데.



그 비구름 다시 올까 쫓기듯 다니다가 예쁘게 핀 상사화를 보았다.


비를 그리 맞고도 땅 속에서 꽃대를 올려 꽃을 피웠구나. 잎이 있으면 꽃이 없고 꽃이 있으면 잎이 없어 그래서 상사화라던가. 아니다. 맑은 날을 기다리고 기다리다 지쳐 꽃을 피운 거구나. 꽃이 숨을 잎도 없이.



그 날도 빗님은 오랫동안 내리셨다. 꽃을 숨긴다.


시인 정진선 : 한국문인협회 회원, 2013년 시집 그대 누구였던가로 등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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