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모님 묘소가 있는 땅을 팔았는데…

산업 / 유상석 / 2013-06-10 15:28:58
유상석 기자가 들려주는 부동산 상식 (42)

Q. 풍수지리에 관심이 많은 저는 10여 년 전 배산임수의 조건이 갖추어 진 소위 ‘명당’ 자리 임야를 샀습니다.

수 년 전 부친상을 당한 후 아버지의 묘소를 만들면서, 생존해 계신 어머니의 가묘도 함께 만들었습니다.

그러다가 제가 하던 사업이 어려워져서, 자금 확보를 위해 어쩔 수 없이 해당 임야 전체를 매도하게 됐습니다. 단, 이 때 부모님의 묘에 대해서는 특별한 약정을 하지 않았습니다.

만약 매수인이 묘소 이장을 요구한다면, 저는 아버지의 묘소와 어머니의 가묘(假墓)를 모두 다른 곳으로 옮겨야만 하는 것인지요?


A. 우리 민법은 타인의 토지를 사용할 수 있는 여러 법적인 권리를 명시하고 있는데, 이 중엔 ‘분묘기지권’도 있습니다. 분묘기지권(墳墓基地權)이란 분묘(무덤)을 수호하고 제사를 지내는 목적을 달성하는데 필요한 범위 내에서 타인의 토지를 사용할 수 있는 권리를 의미합니다.

이 분묘기지권을 취득하기 위한 방법은 크게 3가지가 있습니다. △토지소유자의 승낙을 얻어 분묘를 설치한 경우 △토지소유자의 승낙 없이 분묘를 설치한 후, 20년 간 평온ㆍ공연하게 점유하여 시효취득한 경우 △자기 소유의 토지에 분묘를 설치한 후, 그 분묘기지(무덤이 있는 땅)에 대한 소유권을 보유하거나 분묘를 이전한다는 내용의 약정 없이 토지를 처분한 경우가 이에 해당합니다.

특히 자기 소유의 토지에 분묘를 설치했다가 해당 토지의 소유권이 타인에게 이전돼 분묘기지권이 생긴 경우, 대법원은 이를 관습법상 법정지상권으로서의 분묘기지권으로 인정하는 판례를 남긴 바 있습니다(1996. 6. 14, 96다14306). 별도로 등기하지 않아도 타인에게 권리를 주장할 수 있다는 의미입니다.

그러나 이런 분묘기지권을 인정받으려면, 해당 분묘는 ‘진짜 분묘’여야 합니다. 즉, 분묘 내부에 사람의 유골ㆍ유해(사람을 태우고 남은 뼈)ㆍ유발(죽은 사람의 머리털) 등 실제로 ‘시신을 매장’한 곳이어야만 합니다. 따라서 장래의 묘소로서 미리 설치하는 등 그 내부에 시신이 안장되지 않은 것은 분묘로 인정될 수 없습니다(1991. 10. 25, 91다18040, 1994. 12. 23, 94다15530 등).

그러므로 귀하의 경우, 토지 전체를 매매하는 과정에서 분묘기지권을 포기하겠다는 의사를 표시하지 않는 한, 귀하는 선친 묘소에 대한 분묘기지권을 주장할 수 있습니다. 타인이 분묘 이장 또는 철거를 요구해도 이를 거부할 수 있다는 것입니다. 그러나 어머니를 사후에 모시기 위한 가묘는 분묘기지권을 주장할 수 없습니다.


*지금까지 <유상석 기자가 들려주는 부동산 상식>을 애독해주신 여러분께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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