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추적]재계 전방위 압박 ‘덜덜’

산업 / 유지만 / 2013-06-10 14:32:46
사정당국 총동원돼 재계 조사…대기업 ‘멘붕’

▲ 박근혜정부가 경제민주화 공약을 달성하기 위해 총력전을 펼치고 있는 가운데, 대기업들은 ‘초긴장’ 상황에 빠졌다. 사진은 지난 5월 21일 오후 서울 중구 남대문로 CJ그룹 본사에서 서울중앙지검 특수 2부(윤대진 부장검사)가 압수수색 마치고 압수 물품을 차량으로 옮기고 있다.


[토요경제=유지만 기자] “경제민주화가 ‘대기업 목줄 죄기’ 아닌가 싶다”

최근 한 재계 인사가 기자와 만난 자리에서 터뜨린 푸념이다. 박근혜정부 출범 100일을 맞아 짚어본 재계는 ‘반쯤 넋이 나간’ 상태다. 사정당국을 통한 대기업에 대한 각종 조사와, 6월 임시국회에서 다뤄질 예정인 경제민주화 관련 법안들에 재계는 ‘긴장’ 상태다. 게다가 최근 포스코 라면 상무와 남양유업 사태로 촉발된 ‘갑의 횡포’ 문제까지 불거져 이렇다 할 ‘저항’도 못하고 있다. 마치 올해 재계에 ‘삼재’(三災)가 낀 듯 하다.


◇ 사정당국 비자금·탈세 조사
정부의 ‘對 재계 압박’의 선봉은 사정당국이다. 최근 검찰을 비롯해 국세청, 공정거래위원회, 금융감독원, 관세청 등이 총동원돼 재계에 대한 조사를 진행하고 있다.

지난 5월 29일 검찰은 이재현 CJ그룹 회장에 대한 압수수색에 나섰다. CJ본사와 경영연구소, 전 CJ재무팀장 자택 등을 압수수색한 지 8일 만이다. 보통 검찰이 혐의를 입증할 만한 상당한 정황을 제시하지 않으면 법원이 자택에 대한 압수수색 영장을 발부하지 않는다는 점과 10여명의 수사관이 투입된 것으로 보아 이 회장에 대한 상당한 혐의가 확보된 것으로 보인다. 조만간 이 회장에 대한 소환이 이어지지 않겠냐는 게 검찰 안팎의 분석이다.

또 이날 국세청은 효성그룹 세무조사에 나섰다. 효성 측은 "정기 세무조사"라며 의미를 축소하지만 업계에서는 국세청이 효성 측의 차명재산, 역외탈세 등 의혹을 들여다보기 시작한 것으로 보고 있다. 실제로 이날 국세청은 영국령 버진아일랜드 등 조세피난처의 페이퍼컴퍼니를 이용해 세금을 탈루한 '역외탈세' 혐의자 23명에 대한 세무조사에 착수했다고 밝혔다. 국세청 측은 "이름만 보면 알만한 정도의 법인도 포함됐다"고 밝혔다.

관세청도 이날 조세피난처에서 페이퍼컴퍼니를 설립한 기업인 12명의 탈세 가능성에 대한 정밀 분석에 들어갔다고 밝혔다. 국세청은 연말까지 조세피난처를 통한 불법 외환거래와 이를 이용한 자본 유출, 역외탈세 혐의가 있는 수출입 기업에 대해 일제 조사를 할 계획이다.

공정위는 불공정거래 조사에 나섰다. 공정위는 지난 5일부터 남양유업, 서울우유, NHN, 다음커뮤니케이션, 제일기획, 대홍기획 등 유통 및 광고업계의 불공정거래 여부를 조사 중이다.

이처럼 사정·감시기관이 총 공세로 나오자 재계는 ‘멘붕’에 빠져가고 있다. 한 재계 관계자는 “역대 어느 정권에서도 없었던 압박”이라며 “정부가 바라는 수준의 ‘창조경제’와 ‘경제민주화’에 화답하지 않는 기업들에 대한 길들이기가 아닌가 우려된다”고 말했다.


◇ ‘경제민주화’ 관련 법안들도 줄줄이 대기중
‘사정당국 카드’외에도 정부가 쥔 카드는 ‘법안’이다. 우선 감사원은 지난 4월 국내 주요 9개 재벌총수 일가에 대한 증여세 부과 방안을 마련하도록 국세청에 통보했다. 실제 재벌의 일감 몰아주기에 대한 과세가 이뤄지면 세금 규모는 천문학적 수준이 될 수 있다. 증여세 부과에 대한 지적은 감사원도 했다. 감사원은 지난 4월 10일 현대차 SK STX 등 국내 9개 대기업 오너 일가의 편법 증여를 지적하면서 국세청에 ´증여세 부과 방안을 검토하라´고 통보했다.

앞으로 통과될 법안들도 즐비하다. 6월 임시국회에서 다뤄질 경제민주화 관련 법안들은 20여건에 달한다. 이번 임시국회에서는 지난 4월에 처리되지 못한 가맹사업거래공정화법(프랜차이즈법), 공정거래위언회의 전속고발권 폐지를 주요 골자로 한 공정거래법, 하도급거래 공정화법 등이 논의된다. 남양유업 파문을 계기로 추진되는 대리점 거래 공정화법안, 대기업 일감몰아주기 규제 법안도 심의 대상에 포함된다.

정부는 대기업 지배구조에 대해서도 손을 댈 예정이다. 당장 정부와 새누리당은 지난 5월 21일 당정협의에서 금융회사 지배구조법, 금융지주회사법 등을 6월에 집중 처리하기로 합의한 상태다. 여기에는 금융 지배구조 관련법까지 포함됐다. 대기업 금융회사의 비금융계열사 의결권 축소, 금융회사 대주주의 적격성 강화, 산업자본과 금융자본의 분리 등의 내용이 담길 예정이다.

이에 대해 재계는 반대 입장을 밝히고 있으나 이 외에는 ‘묘수’가 없는 상태다. 한 대기업 관계자는 “국회에서 통과되는 법안들에 맞추려면 상당한 손실이 발생하기 때문에 반대 입장을 분명히 한 것”이라 밝히면서도 “하지만 사정당국까지 동원해 압박해 오는데, 입장표명 외에 취할 수 있는 방법이 없는 게 현실”이라고 하소연했다.


◇ 재계 이미지 나빠 ‘저항’도 못해
재계가 이처럼 ‘속수무책’으로 당하는 데는 스스로 쌓은 ‘업보’도 한 몫 하고 있다. 최근 포스코 라면 상무 사건과 남양유업 파문, CJ그룹 불법 비자금 조성 혐의와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아들의 부정입학 문제 등이 불거지면서 전반적인 인식이 매우 악화됐기 때문이다. 한 대기업 관계자는 “지금 상황은 뭘 해도 욕을 먹게 된다”며 “숨 죽이자니 너무 조여오고, ‘끽’소리 내기에는 너무 인식이 나쁘고...”라며 말끝을 흐렸다.


◇ 중소기업인 평가는 ‘긍정적’ 대기업과 대조돼
대기업들이 볼멘소리를 내고 있는 반면에, 중소기업인들은 박근혜정부의 기조에 대해 긍정적으로 평가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3일 중소기업중앙회가 발표한 ‘박근혜정부 출범 100일에 대한 의견조사’ 결과에 따르면 응답자의 75.0%가 ‘국정운영 방향이 제대로 설정됐다’고 답했고 박근혜 정부의 ‘중소기업 정책방향’에 100점 만점에 66.2점을 줬다. 특히 박근혜 정부가 ‘경제민주화를 위해 지속적으로 노력해야 한다’는 데 대다수 중소기업인(97.2%)이 공감했다.

정책별로는 ‘중소기업청 기능 확대와 중소기업청장의 국무회의 참석’에 대한 긍정적인 평가가 77.6%로 가장 높았다.

반면 중소기업 정책 실효성에 대해선 부정적이었다. 특히 ‘중소·중견기업 성장사다리 구축’은 응답자의 32.4%만 실효성이 높다고 답했다.

정부의 정책수립과 결정과정에서 ‘중소기업의 목소리가 잘 반영됐다’고 응답한 비율은 54.8%로 절반을 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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