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수 배우고 싶다’더니, ‘한땀 한땀’ 그대로 베껴…

산업 / 유상석 / 2013-05-27 13:28:36
이랜드파크, 중소 외식업체에 소송당한 ‘내막’

▲ ‘애슐리’ 등으로 널리 알려진 이랜드그룹 계열사 ‘이랜드파크’의 로운샤브샤브가 소규모 샐러드뷔페 바르미샤브샤브(사진)의 인테리어, 콘셉트 등을 베껴 논란을 일으켰다. 비난여론이 커지자 회사 측은 뒤늦게 사장에게 책임을 물어 경질했다.


[토요경제=유상석 기자] 외식전문업체 ‘애슐리’ 등을 운영하고 있는 ‘이랜드파크’가 소규모 샐러드뷔페의 인테리어 등을 베꼈다는 이유로 소송을 당한 사실이 뒤늦게 알려졌다.

알려진 바에 따르면, 이랜드파크 직원들은 샐러드뷔페 ‘바르미샤브샤브’를 찾아가 매장을 둘러본 후, ‘한 수 배우고 싶다’는 말까지 했다. 그로부터 반년 후, 이랜드파크 측이 비슷한 인테리어, 비슷한 콘셉트의 매장을 냈다는 것.

처음엔 ‘별 문제될 게 없다’는 입장을 보이던 이랜드그룹 측은 파문이 일파만파 퍼지자 뒤늦게 해당 계열사 사장을 해임하는 등 부랴부랴 조치를 취하고 있다.


◇ “인테리어에서 주문 방식까지 모두 베껴”
법조계에 따르면 샐러드뷔페 ‘바르미샤브샤브’를 운영하는 바르미샤브F&B마리오가 지난달 5일 이랜드파크를 상대로 서울중앙지법에 손해배상 청구소송을 냈다. 바르미샤브샤브는 2011년 서울 신도림에 첫 매장을 연 이래, 현재 수도권 내 6개 매장을 운영하고 있다.

이 업체는 “이랜드파크가 지난해 11월 이랜드그룹 산하 안양 뉴코아 백화점에 ‘로운샤브샤브’라는 이름의 샐러드뷔페를 내면서 인테리어뿐만 아니라 메뉴와 샐러드바 구성, 이용시간, 가격 등을 모방했다”고 주장했다. 업체는 매장 내부 벽면을 돌로 입히고 곳곳에 나무를 들여놓은 점, 매장 입구 진열장에 도자기를 배치한 점, 바닥재를 마사토로 처리한 점 등을 도용의 근거로 제시했다.

이 업체 이준혁(51) 사장은 “‘경기도 안양 뉴코아아울렛에서도 바르미샤브샤브를 봤다’는 단골손님들의 ‘제보’를 받고 안양 뉴코아아울렛에 직접 가봤다. 안양에 점포를 낸 사실이 없어 이상하게 생각하던 차에, ‘로운 샤브샤브’를 발견할 수 있었다. 인테리어에서 음식 주문 방식까지 너무나 똑같았다”고 말했다.

이 사장은 “더욱 놀라웠던 건 이 가게를 이랜드그룹 계열사인 이랜드파크가 운영한다는 점이었다”며 “모르는 사람들은 도리어 중소업체인 바르미 샤브샤브를 ‘짝퉁업체’로 생각할 것 같았다”고 하소연했다.


◇ ‘한 수 배우고 싶다’더니…
이 사장은 “바르미샤브샤브가 한창 유명해질 때 이랜드그룹 직원들이 ‘한 수 배우고 싶다’고 찾아왔다”며 “이랜드 계열사인 이랜드파크는 샤브샤브 외식업체를 운영하고 있지 않으니 나중에 사업제휴를 할 수도 있겠다 싶었다”고 회상했다.

하지만 이런 그의 생각은 착각일 뿐이었다. 이랜드그룹 직원들이 바르미샤브샤브에 다녀간 지 반년가량 지난 지난해 10월 ‘로운샤브샤브’의 문을 열었던 것이다.

억울한 이 사장은 인터넷포털 다음 ‘아고라’에 글을 올려 이 사실을 알렸다. 그러자 지난 1월 홍길용 이랜드파크 대표가 이 사장에게 전화해 ‘인테리어 도용 사실’을 인정했다고 한다. 홍 대표가 “나도 인테리어를 보고 깜짝 놀랐다. (나보다) 윗선에서 지시해 바르미 샤브샤브와 똑같은 식당을 만든 것 같다. 미안하다”고 말했다고 이 사장은 전했다.

2월에는 홍 대표가 직접 찾아왔다. 그는 “사비를 털어 1억원을 마련했으니 받아달라”며 사과했다. 이 사장은 그러나 “그룹의 공식 사과와 도용 재발방지 약속을 받고 싶은 것이지 돈을 받고 싶은 게 아니다”라며 돌려보냈다. 이랜드의 로운샤브샤브는 1월29일 잠시 문을 닫았다가 3월27일 실내 인테리어만 변경해 영업을 재개했다.

결국 이 사장은 이랜드파크에 1000만원의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했다. 소송 제기 후 더욱 안하무인 격으로 대하는 이랜드 측의 태도에 그는 분노할 수밖에 없었다.

그는 “이랜드 법무실장이 찾아와 사과도 하지 않고 ‘선수들끼리 빨리 끝냅시다’라며 안하무인격 태도만 보였다. 대기업이 중소기업의 아이디어를 베껴가는 일이 너무 흔해 죄의식도 없어 보였다”며 목소리를 높였다.


◇ 이랜드, 논란 커지자 뒤늦게 대표 경질
논란이 일파만파 번지자, 결국 홍길용 대표가 책임을 지고 사직했다.

박성수 이랜드그룹 회장은 이번 소송이 대기업과 중소기업간 상생에 어긋난다며 지난 10일 홍길용 이랜드파크 대표의 책임을 물어 전격 경질했고, 이에 따라 홍 대표가 사직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랜드파크는 20일 자사 블로그에 “로운 샤브샤브가 특정 브랜드의 인테리어 디자인을 모방했다는 지적에 대해 깊은 유감을 표명한다”며 “고객에게 브랜드간 혼동을 줄 소지가 있다는 점에서는 잘못된 일이라고 여겨진다”고 공식 입장을 밝혔다.

이랜드파크는 블로그를 통해 “이랜드파크는 상대회사에 도의적 차원에서 진정성 있는 사과를 하고 해당 사업부의 책임자와 담당자에 대한 인사조치를 취했다”며 “특정 브랜드와 문제를 발생시킨 것에 대해서도 도의적 차원에서 합리적인 수준의 보상을 제안하는 등 원만히 해결하기 위해 노력했지만, 당사가 수용할 수 없는 수준의 무리한 보상을 요구해 결국 상대방의 소송제기로 인해 법정에서 시비를 가려야 하는 상황이 이르렀다”고 전했다. 현재 해당 매장은 폐쇄하고 재공사를 했다고 덧붙였다.

회사 측은 “이랜드파크 대표이사는 잘잘못을 따지기에 앞서 이번 사안이 여기까지 오게 된 것에 대해 모든 책임을 지고 지난 10일 사직했다”며 “이런 문제가 다시는 발생하지 않도록 하기 위해 관련사업을 점검하고 임직원들에 대한 윤리 교육을 강화할 계획이다”고 전했다.

이랜드그룹 측은 당초 “매장 인테리어는 특허나 의장등록이 없고 서로 배우는 것”이라며 “논란이 인 데 대해 대표이사가 직접 사과했고 문제가 된 매장의 인테리어를 즉시 바꿨다”는 입장을 취했었다. 하지만 인터넷 등을 통해 해당 사건이 널리 알려지고, ‘갑을 관계’에서의 ‘갑의 횡포’를 지탄하는 여론이 높아짐에 따라 이 같은 조치를 취한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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