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 되는 이통사업 "우리도 할래"

산업 / 유지만 / 2013-05-20 10:58:47
우체국 알뜰폰 사업 추진 논란

[토요경제=유지만 기자] 기존 이동통신 시장을 위협할만한 ‘다크호스’가 등장할 채비를 갖추고 있다. 바로 미래창조과학부 산하 우정사업본부에서 추진하는 ‘우체국 알뜰폰 사업’이다.
지난 24일 이동통신 업계에 따르면, 우본은 상위기관인 미래부에 알뜰폰 사업(MVNO)에 대한 사업 추진을 보고하고, 5월 중 사업계획을 제출할 계획으로 전해졌다. 서비스 개시 시점은 연내로 잡고 있다.
‘우체국폰’이 나온다는 소식에 가장 볼멘소리를 내는 곳은 기존 이동통신업계다. 업계에서는 “우편사업 적자를 메꾸기 위한 편법 아니냐”라며 사실상 기존 시장에 ‘새치기’하는 것이란 불만을 쏟아내고 있다. 또한 제4이동통신 사업자 선정이 예정된 가운데, 우본이 사실상 ‘제4이통사업자’가 되는 것 아니냐는 예측도 나오고 있다.


▲ 우정사업본부가 ‘알뜰폰’ 시장에 뛰어든다. 이에 기존 이동통신사 사업자들은 “사실상 ‘제4이동통신사업자’ 아니냐”라며 반발하고 있는 상황이다. 한편에서는 “적자를 막기 위한 사업확장”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사진은 한 편의점에서 판매하고 있는 알뜰폰의 모습.
◇ “업체 선정해 수수료 기반 운영”
통신업계에 따르면 우본의 서비스 방식은 기존 이동통신사와는 조금 다르다. 일단 새로운 사업조직을 만들기보다는 기존의 우편사업단이 사업계획을 진행한다.
진출 방식도 조금 다르다. 우본 측에서 “당장 이통사업에 뛰어들겠단 건 아니다”라고 말하는 이유다. 우본은 직접 진출이 아닌 간접 진출로 시장에 들어온다. 즉 현재 알뜰폰 사업을 하고 있는 20여개의 사업자 중 1~2개를 택해 사업협력 형태로 알뜰폰을 보급하며, 이 판매 과정에서 수수료를 통해 수익을 올린다는 방침이다. 이후 단계적으로 알뜰폰 사업자 등록을 하면서 사업을 확대해 간다는 복안이다.


◇ “적자 메꾸기 위한 ‘편법’ 아닌가”
이같은 우본의 알뜰폰 사업에 관련 업계에서는 곱지 않은 시선을 보내고 있다. 우본 측이 자신들의 적자를 메꾸기 위해서 ‘꼼수’를 부리고 있는 것 아닌가라는 의구심 때문이다. 한 업계 관계자는 “알뜰폰까지 진출하려는 걸 보면서 ‘우본의 사정이 좋지 않나보다’는 얘기가 많다”고 전했다.

실제 우본은 2011년부터 누적 적자가 쌓이고 있는 상황이다. 지난 18일 미래창조과학부에 의하면 우본 우편사업 부문은 2010년까지 흑자기조를 유지했으나, 지난 2011년에 439억원의 적자를 기록한 뒤 지난해까지 707억원의 누적 적자를 보였다.

이같은 상황에서 우본이 알뜰폰 시장에 뛰어든다고 발표하자, 업계에서는 누적되는 적자를 메꾸려는 것으로 해석하고 있다. 우본 측이 적자폭을 줄이기 위해 우편요금 인상, 소형우체국 통합, 우정사업 인력재배치 등 사업비용 절감 방안을 내놨지만 이것만으론 부족하다고 보는 시각이 대다수다. 한 업계 관계자는 “정보통신 기술이 발달하면서 우편물량은 지속적으로 감소할텐데, 저런 자구책만으로 우본의 적자가 해소되긴 쉽지 않을 것”이라며 “결국 우본 측에서 봤을 때 ‘돈이 되는’ 이통사업 진출이 효과적이라고 판단한 듯 하다”고 말했다.


◇ ‘전공’ 벗어나 재미 본 우본, ‘알뜰폰’까지?
우본은 최근 오히려 본업이 아닌 다른 영역에서 재미를 봤다. 이 중에서도 금융사업이 최고 ‘알짜’로 통한다. 한 금융업계 관계자는 “금융업에 들어서면서 우정사업보다 더 나은 실적을 보이고 있다”며 “부업이 흥한 셈”이라고 말했다.

현재 우본이 손대고 있는 사업은 예금과 보험업이다. 우본이 지난해 집계한 결과 예금수는 60조 3000억원, 보험자산은 41조 6000억원이었다. 이용계좌는 3307만1000개에 달한다.

실적도 좋다. 예금쪽에서의 수익은 지난해 2824억원이었다. 지난 2011년 올린 수익 1637억원에 비하면 비약적으로 늘었다. 보험부문 수익도 좋아 3540억원을 기록했다. 이는 2011년 1286억원을 기록한 데 비해 3배 가까이 증가한 셈이다.

이처럼 본업을 벗어난 곳에서 수익성이 증가하자, 내친김에 ‘알뜰폰’까지 손대려 한다는 얘기가 나오고 있는 것이다. 실제로 우본은 알뜰폰 사업을 본격적으로 검토하기 위해 우정경영연구소를 통해 수차례 연구를 진행했다. 이를 통해 세계적으로 알뜰폰 사업을 펼치고 있는 국가를 조사해 프랑스, 이탈리아, 포르투갈, 아일랜드 등이 알뜰폰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는 점을 참고한 것으로 알려졌다.

프랑스의 경우 ‘라 포스테 모바일’을 통해 알뜰폰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이는 공공과 민간이 합작한 회사로, 민간의 경우 여러 이통사들이 함께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아일랜드 ‘포스트폰’도 프랑스와 비슷한 형태로 알뜰폰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이탈리아와 포르투갈은 자회사 형태로 시장에 뛰어들었다. 각각 ‘포스테 모바일’(이탈리아)과 ‘피닉스’(포르투갈)란 이름의 회사를 통해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우본은 이같은 해외 사례들을 참고로 차후 알뜰폰 시장에 직접 뛰어들 때 어떤 형태로 진출할지 결정할 것으로 보인다.


◇ “사실상 제4이통사업자”
우본이 알뜰폰 사업에 뛰어들게 되면 그 효과는 얼마나 될까. 많은 업계 관계자들은 “상당히 강력할 것”이라 전망하고 있다.

이같은 전망이 나오는 이유는 우본이 갖추고 있는 인프라 때문이다. 현재 우본은 전국적으로 2800여개의 우체국과 4만여명의 집배원을 보유하고 있다. 당장 알뜰폰 시장에 뛰어든다면 고스란히 판촉에 뛰어들 수 있는 인프라다. 업계 관계자는 “최근 우본의 기본적인 업무가 많이 줄어들고 있는 상황에서, 이 많은 인력이 알뜰폰 판매에 뛰어든다면 그 효과는 상당할 것”이라며 “기존 이통사들에 비해 전혀 밀릴 게 없다”는 입장을 보였다.

최근 제4이통사업자 선정이 무산된 것도 우본에 무게중심이 실리는 데 한 몫 한다. 지난 2월 1일 제4이통사업권에 도전장을 던졌던 한국모바일인터넷(KMI)과 인터넷페이스타임(IST)은 방송통신위원회의 사업허가 심사관문을 통과하지 못했다. 이번이 두 번째다.

당시 방통위는 전체 회의를 통해 두 회사에 대해 기간통신(무선인터넷) 사업을 허가하지 않기로 결정했다. 양승택 전 정보통신부 장관이 이끈 IST는 두 번째, KMI는 네 번째 탈락이다. KMI와 IST는 지난해 10월12일과 12월24일 사업 허가를 신청했다.

기간통신사업 허가 심사위원회의 심사결과, KMI는 100점 만점에 64.21점, IST는 63.55점을 각각 얻어 합격점인 70점을 넘지 못했다. 심사항목은 안정적인 통신서비스 제공에 필요한 능력(40점), 재정능력(25점), 기술능력(25점), 이용자 보호계획의 적정성(10점) 등이다.

석제범 방통위 통신정책국장은 "(KMI와 IST)주주들의 출입 납입금 제시가 미흡하다고 판단했다. 기술 부분을 보면 기술 개발 주체도 명확하지 않아 기술 시행 가능성이 낮다"며 "원활한 사업추진이 어렵다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결국 평가항목과 기존 인프라를 감안했을 때, 우본이 제4이통사업자가 되는 것 아니냐는 추측이 설득력을 얻는 상황이다. 알뜰폰 사업을 통해 경험을 쌓은 뒤 본격적으로 뛰어들면서 덩치를 키우지 않겠냐는 것이다.

한 업계 관계자는 이에 대해 비판적인 의견을 내놨다. 그는 “사실상 또 하나의 KT를 만들겠다는 것과 무엇이 다른가”라 반문하며 “미래부 산하기관인 우본이 시장에 진출한다면 미래부를 등에 업고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할 것이고, 이 힘 때문에 ‘낙하산’ 논란도 생겨날 것”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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