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입 당시 '획기적 개선방안'...현재 '애물단지' 전락

산업1 / 토요경제 / 2009-08-24 15:37:25

보험업계 "유지도 폐지도 난감하다는 게 진짜 고민"


유지하면 초기사업비 과다...폐지하면 영업에 타격


일부 생보 설계사, 작성 계약 등 모집 윤리 추락


문제 해결 위해 이연수당제 등 수당체계 도입도


보험업계에는 현재 선지급수당이 키워드로 떠올랐다. 손보와 생보사 본사, 지점, 대리점, 가입자에 이르기까지 이 수당을 중심으로 보험업계가 뒤흔들리고 있는 것이다.
외국계인 ING생명이 처음으로 도입한 선지급수당은 처음에는 설계사들의 생계를 보조하는 동시에 보험사의 사업비를 장기적으로 고정시킬 수 있는 대안으로 떠올라 생보업계 일부에 적용됐다. 그러던 것이 최근에는 생보업계 전체와 손보사로까지 옮아가고 있다. 특히 손보사는 대리점을 중심으로 도입돼 최근에는 경유계약과 같은 문제점이 보고되고 있으며, 생보사는 지점을 중심으로 도입돼 이른바 ‘자뻑’ 또는 작성계약의 문제가 계속 보고되고 있다.
최근에는 선지급금의 규모가 점차 커지면서 생보사의 설계사채널이나 손보사의 대리점채널을 담당하고 있는 각사의 사업부들이 재무상의 위기를 겪고 있다. 이러한 위기는 판매윤리와 기법 그리고 사정과 심사업무 등 다양한 부분에서 변화를 요구하고 있는 상황이다.
이에 따라 보험매일은 이번 호를 시작으로 선지급수당이 무엇인지 살펴보는 동시에 이것이 회사, 판매채널, 가입자, 감독당국 등 보험업계를 구성하는 각 구성원에게 끼친 영향과 문제점을 추적해 보기로 한다.


선지급수당


최근 생명보험업계는 소송판이 형성됐다. 보험 가입 권유의 대가로 받은 ‘선지급 수당 및 기타 수당’을 보험사에서 환수하자 이에 반발한 설계사들이 법적으로 시비를 가리자며 집단소송으로 응수하고 나선 것이다. 특히 이 소송은 처음 미래에셋생명을 상대로 시작돼, 동양, 금호 등으로 확산된 상태다. 현재 집단 소송이 아닌 개인들의 소송은 각사별로 진행중이며, 집단소송 역시 점차 타사로 확산될 것으로 보여 주목된다.
집단 소송은 모 포털 사이트에 마련된 이른바 ‘보험설계사 환수 대책 카페’에서 주도하고 있으며, 법무법인 충무가 원고들의 변호를 맡고 있다. 처음으로 수당 환수 문제 제기를 한 측은 미래에셋생명 전직 설계사들이다. 이들은 회사 측이 퇴직(해촉) 설계사들에 대해 재직(위촉 유지) 시점까지의 기존 계약 유지 부분에 대한 수당은 주지 않고, 재직시에 받았던 모든 수당에 대해 환수하려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따라서 소송은 이 모든 환수에 대해 무효를 주장하는 데 초점이 맞춰져 있다.
더욱 문제인 것은 설계사들의 수당체계가 수시로 바뀐다는 점이다. 정확히 말하면 설계사들과 팀장, 지점장, 대리점까지 영업 일선에 대한 거의 모든 규정이 거의 수시로 바뀐다. 이에 대해 지점이나 본사에서 공지를 어느 정도 하게 되더라도 개별 설계사나 모집인들이 이를 알기란 그리 간단하지 않다.
K생보사의 한 설계사는 “설계사와 관계된 제 규정은 거의 수시로 바뀌는데, 이를 설계사들이 샅샅이 알기란 쉽지 않다”며 “공지가 지점으로 오더라도 지점장이 안 알리거나, 지점장이 알리더라도 팀장이 안 알리면 최하위의 일반 설계사들은 이런 규정을 모르고 넘어가는 경우가 부지기수”라고 말했다. 결국 선지급수당에 대해서도 지급 및 환수 체계가 수시로 바뀌게 돼 무엇을 어떻게 받게 될지 설계사 본인도 알 수 없는 경우가 많다는 것이다. 이 설계사는 “그렇기 때문에 (설계사들이) 계약을 유지하는 것에만 목을 매게 되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선지급수당이라는 말은 사실 2006년에만 해도 생소한 단어였다. 언론이나 업계에서도 ‘선지원 방식’, ‘선불 방식’ 또는 영어 용어인 ‘Up-Front’를 직역한 ‘가불 방식’ 등의 용어를 사용해 오다 2006년말에서 2007년에야 ‘선지급수당’이라는 용어가 점차 자리 잡았다. 본래 지급은 보험금이나 환급금과 같이 고객에게 돌려주는 돈에 대한 용어였으나 설계사에 대한 용어로도 굳어졌다.
선지급수당은 국내 생명보험업계에 처음으로 발을 들여 놓기 위해 전략을 고민하던 ING 생명이 진출하면서 1995년 처음으로 선을 보였다. 영업의 최전선에 있는 설계사들의 초기 생계 유지를 위해 ‘정착수당’이나 ‘교육수당’을 지원해 주던 생보업계에서는 이러한 수당 체계를 신선한 충격으로 받아들였다.
생보사로서는 수당 체계에서 ‘정착수당’이나 ‘교육수당’의 차지를 줄여 전체적인 비용을 줄이는 동시에 신인들에게 영업 주도를 감당시키는 윤활제가 되는 이러한 수당 체계를 받아들이지 않을 이유가 없었다. 더구나 정착수당이나 교육수당을 다 합치고 계약이 들어와도 반 이상을 영업비로 사용할 때도 있는 설계사들의 처지에서는 이러한 수당체계를 받아들이지 않기란 쉽지 않았다. 2005년까지만 해도 선지급수당 도입이 생명보험사들에게는 ‘획기적인 개선방안’이었던 이유는 이 때문이다.
그러나 현재 선지급수당은 각 사의 ‘애물단지’로 전락해 버렸다. 보험사들의 수당체계는 복잡한 데다 영업 기밀 사항으로 분류돼 있고, 더구나 설계사조차 이에 대한 교육을 제대로 받지 못한다는 데 문제가 있다. ‘환수’를 주장할 수 있는 규정상의 근거도 애매하고, 어느 범위까지 환수가 가능한지 등은 해석의 여지가 남아 있어 분쟁의 불씨가 되고 있기도 하다.
최근 퇴직 설계사들이 원고인 피고 설계사들이 계속 늘어나고 있는 것은 이러한 수당 체계가 투명하지 않은 보험사들이 의외로 많다는 방증이라고 전직 설계사들은 주장하고 있다. 원고단의 한 전직 설계사는 “선지급 수당이라는 체계 자체에 문제가 있다는 설명은 동의하기가 매우 어렵다”며 “설계사들이 소송을 통해 얻고자 하는 일차적인 효과는 제 수당의 환수를 무효화시키는 것이겠지만, 부수적으로 얻을 수 있는 효과는 수당 체계의 합리화와 설계사에 대한 제 규정의 올바른 교육 등 보험사의 투명한 경영일 것”이라고 말했다.


보험사


보험사들은 선지급수당을 도입하면서 두 가지의 고민을 했다. 하나는 설계사들의 정착을 위한 대안 마련이었고 또 하나는 고정적인 사업비의 규모를 어떻게 줄일지였다. 고정 사업비의 규모를 줄이는 문제는 선지급수당 도입 당시 어느 정도 해결을 본 것이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선지급으로 수당을 주는 것이 장기적으로는 사업비 규모를 어느 정도 줄이는 효과는 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물론 그 효과가 그리 큰 것은 아니고, 그나마 유지가 된다는 가정 하에서만 의미가 있어 환수가 완료된다는 조건 내에서만 사업비 규모가 줄어드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보험설계사들 처지에서 보면 ‘정착’은 결국 설계사라는 직업을 자신의 전업(專業)으로 삼겠다는 것이다. 그러나 선지급이 아직 도입되지 않았을 당시, 보험 설계사라는 직업은 전업으로 삼기에는 수지타산이 맞지 않는 직업이었다.
실제로 최근까지 D생명에 근무했던 한 전직 설계사 이 모 씨에 따르면 “선지급제를 도입하기 전에는 초기 정착 수당이라는 게 회사마다 차이는 있지만 거의 100만원 내외였던 걸로 기억한다”며 “당시에는 ‘이 정도 돈으로 생계를 책임지기 힘드니 얼른 가입을 받아 오라’며 영업드라이브를 걸었다”고 말했다.
보험회사의 처지에서 설계사의 정착이 중요했던 이유는 결국 영업력 때문이다. 이미 2005년부터 생보사들의 영업력 문제와 정착률 하락 문제는 업계의 이슈가 됐다. 2005년은 고용불안의 여파로 ‘투잡족’이 성행하면서 보험업계 위촉 전선에도 빨간 불이 켜지기 시작한 시점이었다. 당시 근무조건이 자유로운 직업으로 인식되던 보험 설계사를 ‘제2의 직업’으로 삼고 생계를 위한 직업을 따로 가진 사람이 늘어나면서 정착률은 거의 20~30%대를 오르내렸다. 더 많은 수당을 쫓아가는 이른바 ‘철새설계사’의 문제는 영업 일선에서 이 시기부터 문제로 대두됐다.
더구나 방카슈랑스 등이 도입되면서 기존 지점보다 많은 수당을 보장한 것도 보험사들에게는 위협요인이었다. 기존 생보사 지점 출신 설계사들이 은행이나 증권사 등의 방카슈랑스대리점으로 영입된 사례가 많았던 것. 결국 이러한 충격의 여파로 선지급수당제는 최초 도입 10년 후에야 거의 전 생보사로 확산되기에 이른다.
초기에는 이러한 생보사들의 전략이 어느 정도는 효과를 본 측면이 있다. 보험사들이 선지급과 함께 도입한 남성 전업 설계사 지점 강화는 선지급수당의 효과를 상승시키는 데 일조했다. ‘보험영업은 전업주부들이 부업으로 하는 일’이라는 과거의 인식은 두 가지의 제도 도입만으로 ‘보험영업은 억대연봉을 꿈꾸는 영업인들이 한번쯤 도전해 볼만한 직업’으로 바뀌었다.
그러나 보험사들이 도입 15년차, 확산 5년차에 접어든 선지급수당을 바라보는 심정은 복잡하다. 유지를 하자니 초기사업비가 걱정되고, 폐지를 하면 영업에 타격을 받는다는 것이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회사는 일단 유지를 해서 영업에 영향을 최대한 덜 주겠다는 방침을 세운 것으로 알고 있지만 폐지하거나 어느 정도 규모를 조정하는 것도 생각하지 않는 것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다만 어느 회사가 이를 시작하느냐가 문제가 될 것”이라며 “폐지나 선지급율 조정을 시작하는 회사가 받게 될 단기적 타격이 어느 정도가 될지 장담을 못하기 때문에 아무도 선뜻 시작하지 못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생보설계사


금융감독원은 지난 2월 생명보험사들에게 과도한 설계사 수당 선지급 방식으로 과당경쟁을 벌이지 말 것과 해약시 수당 환급을 제대로 할 것을 권고했다. 생명보험사들의 2008회계연도 상반기의 선지급 수당 전체 규모는 수당 총액의 35.2%로 액수로는 약 1조 7632억원이나 된다.
금감원이 이러한 권고를 하게 된 것은 생보사 일부 설계사들의 불법행태 때문이었다. 대부분의 설계사들은 보험사와 감독 당국의 영업 관리에 잘 따르고 있지만 일부 설계사들은 ▲대납 ▲자계약(작성계약) ▲고객정보만을 이용한 가공(가짜)계약 ▲고객과 수수료 분할 ▲가입자 소개료(리베이트) 지급 등 각종 편법과 탈법 행태를 보인 것이다.
이런 식으로 모은 거액의 돈은 결국 이른바 ‘먹튀’ 설계사에게는 무이자 대출로 인식되는 등 병폐가 컸다. 설계사들이 선지급수당을 받고 계약 유지와 상관없이 잠적하는 경우 회사로서는 이를 추적하기가 현실적으로 어려운 측면이 있기 때문이다.
더 큰 문제는 지점에 남아 있는 이들에게 2차적인 피해가 간다는 점. 지난해 한 생보사에서 자진 해촉된 전직 설계사 김 모 씨는 “이러한 문제는 일부의 문제인 것은 맞지만, 이들이 취하는 수당의 규모가 엄청나기 때문에 2차적인 피해를 지점에서 받을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그의 설명에 따르면 일반적인 사업가형 지점장제를 채택한 생보사 지점에서는 제 수당의 관리가 지점장을 정점으로 팀장에게 분배되고, 다시 이것이 말단 설계사들로 내려온다.
그런데 ‘먹튀’ 설계사가 말단에서 ‘일’을 저지르면 회사는 최종적으로 지점장에게 이 책임을 묻는다. 문제는 대부분의 지점장들이 이렇게 발생한 환수의 책임을 불명확하게 분배한다는 것.
환수동의서도 받았고, 보증보험에도 가입을 했지만 정작 이 책임을 지점장에게 지우는 것도 문제고, 이를 받은 지점장은 자신이 관리하고 있는 팀장이나 설계사들에게 이차적으로 떠넘기고 싶어한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대부분의 회사들은 “사정은 파악해 보겠지만 사실과는 다른 부분이 있을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더욱 문제인 것은 이러한 수당 체계 도입으로 지점장이나 팀장 등 관리자급의 설계사들의 모집 윤리가 송두리째 흔들리고 있다는 것이다.
D생보사 소속 설계사로 활동하다 얼마 전 퇴직했다는 박 모 씨는 “지점장들이 팀장이나 설계사들에게 목표액 채우라며 카드 계약을 강제하는 사례는 거의 모든 지점에서 다 모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더구나 이렇게 들어간 계약은 지점장의 수당을 만드는 데는 유리하지만, 카드를 내놓은 팀장이나 설계사에게는 불리하다. 이런 계약은 유지되지 못하는 경우가 거의 대부분인데, 환수의 부담을 조금이라도 덜기 위해 지점장은 팀장에게, 팀장은 각 설계사에게 이러한 일을 떠넘기는 경우가 많다는 것이다.
박 씨는 “이른 바 ‘먹튀’ 설계사 문제도 따지고 보면 이런 식으로 코너에 몰린 설계사들이 자구책을 마련하는 차원에서 생긴 불법행태가 아니겠냐”고 말했다. 그는 “이런 식으로 ‘상급 관리자’에게 당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면 언젠가는 복수해야 한다는 마음이 생긴다”며 “그러나 그런 식의 복수는 결국 엉뚱하게 고생했던 동료들에게 짐이 되는 방향으로 해결되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문제가 이렇게까지 불거지다 보니 최근에는 생명보험사들을 중심으로 새로운 수당체계가 도입되기도 했다. 한 생명보험사의 경우는 대졸 설계사 채널을 확충하면서 이연수당제를 채택하기도 했다.
이연수당은 선지급수당과 비슷하지만 조금 다르다. 선지급수당은 계약 다음달에 미리 정해진 수당율에 따라 많은 수당을 주고, 나머지 수당을 다음 회차부터 나눠주는 것이다. 그러나 이연수당은 수당율에 따라 수당을 주는 것은 동일하지만, 나머지 수당은 적립돼 일종의 퇴직금 형식으로 지급된다. 이 때 계약의 유지와 해지에 따라 수당이 환수되기도 하고 더 나오기도 한다는 것이다. 수당율도 선지급수당보다 높지 않은 수준으로 정한다는 것이 이를 채택했거나 채택할 예정인 회사들의 설명이지만, 마음 먹고 먹튀를 하겠다는 이들을 과연 막을 수 있겠느냐는 비판도 이미 나오고 있다. K사 소속의 한 설계사는 “만약 그런 식의 수당 체계를 채택했다면 그것은 결국 분급제로 돌아가기 위한 ‘다리’가 아니겠느냐”고 말했다.



“이런 식으로 운영해서 판매전문회사로 갈 수 있을지 걱정입니다.” A 대리점 법인의 임원인 박 모씨의 전언이다. A법인은 모집인 약 10명을 보유하고 있는 소형 대리점으로 생명보험과 손해보험을 함께 취급하고 있지만, 손해보험이 많이 들어오는 편이다.
특히 이들은 손해보험 중에서도 자동차보험과 장기보험 위주로 영업하고 있다. 손해보험사 실손의료보험 마감의 여파로 지난달말까지 다소 바쁘게 돌아가던 사무실은 이제 조금 한산해졌다.
그는 기존 보험대리점들의 모집행태를 바라보면서 이들과는 다른 방식의 대리점을 만들겠다며 대리점을 시작했다. 기존에 자신이 냈던 대리점법인을 정리하고 뜻이 맞는 다른 법인의 대표와 함께 동업을 하기로 했던 것. 그는 “기존 대리점들은 보험사들과의 수수료율 협상력을 높이기 위해 경유계약을 아무렇지도 않게 하고 있지만, 자신의 생계에 꼭 필요한 수입이 어느 정도인지 알고 그 수준에서 목표를 잡으면 그렇게 무리해서 할 필요는 없다”고 말했다.
이 임원이 소개한 대리점들의 불법 행태는 실로 다양하다. 업계 관계자들을 만나면 이른 바 ‘영업 노하우’를 듣게 되는 경우가 많다는 그는 “대형 대리점의 경우 대표나 이사진들이 지인이나 친척들을 끌고 와 무등록 모집인으로 사용하는 경우도 많고, 심지어 모집인 시험을 볼 때 대리시험을 봐 준다는 말도 들었다”고 말했다.
영업 역시 문제가 많기는 마찬가지다. 임직원 지점장제 하의 생보 원수사 지점들은 아예 목표로 삼지 않는 것이 대리점업계의 ‘영업 불문율’이다. 사업가형 지점장들을 찾아가는 대리점 관계자들은 수당을 매개로 이러한 지점장들과 협상을 벌인다. 환수동의서와 몇 가지 서류만 구비하면 이들은 계약을 대리점으로 넘기기 시작한다는 것이다.
물론 한 사람의 설계사나 지점장, 팀장 등이 자신이 거느리고 있는 인원들을 모두 하나의 대리점과만 거래할 수 있도록 하는 경우도 있고, 자율적으로 거래를 하도록 방관하는 경우도 있다. 상품별 또는 상황별로 수당이 높은 쪽에 계약을 넘겨 주기 위해 몇 개의 대리점과 거래를 트는 경우도 있다.
최근에는 아예 손보 원수사 지점이나 전속대리점을 ‘공략’하는 대리점 관계자들도 있다. 겸업대리점에서 받을 수 있는 수수료와 전속대리점이나 원수사 지점에서 받을 수 있는 수수료가 모두 다 다르기 때문이다.
더욱 문제는 보험대리점의 재무상태라는 것이 이 임원의 지적이다. 보통 대리점들이 매집을 하게 되면 가입자 관리가 잘 되지 않는 경우가 많다. 매집을 해 온 생보 설계사가 계약을 관리하는 경우는 당연히 없고, 대리점의 담당 모집인이 이를 관리해야 하는데 얼굴 모르는 가입자가 10명만 더 생겨도 모집인들은 대응이 늦어질 수밖에 없다. 이런 상황이 계속 반복되면 해약사례도 늘어나는데, 해약이 늘어났을 때 이를 한 번에 해결할 수 있을 정도로 재무 상태가 탄탄한 법인대리점은 거의 없다는 것이다. 대리점 대표가 수당과 주금 등을 들고 ‘먹튀’를 하는 경우도 거의 대부분이 이런 경우라는 것이다.
더구나 작성계약의 문제는 대리점에서도 빈번하게 발생한다. 최근 대리점 취재과정에서는 주민등록번호와 핸드폰 번호, 계좌번호 등 금융거래에 필요한 3가지의 정보만 제공하면 매달 일정액의 돈을 통장에 넣어준다는 탈법 영업 행태도 포착됐던 적이 있다.
대리점의 한 관계자는 “이 모든 것에 과도한 선지급이 어느 정도 일조를 했다는 데는 전적으로 동의한다”면서도 “그러나 경유계약에 대해서 진심으로 문제가 된다고 생각했다면 원수사들이 먼저 해결을 위해 나섰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 관계자는 “결국 원수사들도 이런 식으로 계약이 계속 들어오는 것이 영업에 이익이라고 생각하면서 한 편으로는 방관하고 한 편으로는 비난하는 것 아니겠느냐”며 “결국 대리점의 경유계약은 자정노력으로는 해결이 불가능하고, 원수사들이나 감독당국이 일차적으로 수수료 체계를 비롯한 관계 제도를 정비해야 해결이 시작이라도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선지급수당은 보험업계의 판매채널에 어느 정도 긍정적인 역할을 했다. 과거 전업주부들이 부업으로 하던 일로 받아들여졌던 보험설계사는 일시적으로나마 고액 연봉의 독립사업자로 받아들여졌다. 여기에 일조한 것이 바로 선지급수당이다.
문제는 이러한 선지급수당이 이제는 가입자를 위협하고 보험사를 위협하는 부메랑이 돼 돌아오고 있다는 것이다. 가입자가 선지급수당으로 받는 손해는 잘 드러나지 않는다. 일단 막대한 사업비가 보험료 인상의 원인이 된다는 것은 기본적인 사실이다. 보험료 인상은 결국 가입예정자의 보험 선택권이 줄어들게 만들고, 가입예정자가 줄어들게 돼 이것이 회사의 실적에 별로 좋지 않은 영향을 끼친다는 것은 불문가지다.
이런 상황은 이미 감독당국도 어느 정도 인지한 상태다. 그 덕분에 최근 감독당국은 대리점 등의 불법행태와 설계사 수당과 관련된 감독 관리를 강화해 나가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관리는 부실한 면도 없지 않다. 특히 수수료·수당 체계에 대한 감독당국의 설명과 대처는 거의 ‘방관’에 가깝다.
수당에 대한 감독당국의 설명은 “일단은 선지급 수당은 계약이 해약됐을 때는 환수해야 한다”는 기본적인 전제만 확인하는 수준에 그치고 있다. 일부 설계사들이 주장하듯 판매에 대한 인센티브 성격의 수당과 기본급 성격의 수당 등 세분화를 통해 환수를 좀 더 투명하게 하도록 지도하는 제안에 대해서도 “기업 자율의 영역을 침해할 수 있다”며 두 손을 들고 있다.
심지어 선지급수당 자체를 예전처럼 분급으로 하는 것이 어떻느냐는 제안에 대해서도 “시장의 자정기능을 믿어 보자”며 별 반응이 없다. 지난 7월에 금감원이 낸 보도자료의 내용도 이제까지 보인 태도와 별 다름이 없는 상황이다.
금감원은 7월 당시 “보험사의 자율적 수당 지급방식은 존중하되, 과도한 수당 선지급으로 재무건전성이 악화되고, 시장질서를 문란시키는 보험회사에 대해서는 경영진에게 책임을 부과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자율적 수당 지급방식을 존중한다면 결국 시장질서가 문란해지는 것을 지켜보고 있을 수밖에 없다는 것이 업계 관계자들의 지적이다. 일례로 금감원은 당시 자율 규제의 한 내용으로 ‘모집수당 선지급 관리 기준’을 만들라고 각 보험사에 권고한다고 밝혔다. 그리고 그 내용으로는 채널별 상한 기준, 환수기준과 절차, 미환수 최소화 대책, 심사와 유지관리 소홀에 따른 책임소재 등을 꼽았다.
그러나 대부분의 보험사들은 언론사의 단순한 수당 체계 관련 질문에도 ‘영업상 비밀’이라는 이유로 응대를 꺼리는 경우가 많다. 실제로 취재 과정에서 대부분의 회사들이 관련 질문에 대해서는 응대를 하지 않거나 공개할 수 없다고 해명한 경우가 적지 않았다.
이에 대해 업계의 한 관계자는 “이런 식으로 선지급 체계를 계속 안고 가면서 감독을 강화한다는 것은 결국 아무것도 감독하지 않겠다는 것과 다를 바가 없다”며 “사업비 인상을 통한 가입자의 피해와 보험업에 대한 인식이 나빠지는 상황이 진정으로 걱정된다면 지금보다는 적극적인 조치를 취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조강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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