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업권 전방위 충돌…신경전 가열

산업1 / 토요경제 / 2009-07-31 16:02:53
CMA.뱅킹.장외파생심의 전면戰 양상

은행업계와 증권업계의 경쟁이 확산하고 있다.
증권사에 대한 지급결제 허용을 놓고 갈등을 겪은데 이어 이번에는 종합자산관리계좌(CMA)가 논란의 핵심이 되고 있다.
여기에 '뱅킹(Banking)' 용어, 장외파생심의권 심의 등으로 갈등의 '전선'이 넓어지는 양상이다.
자본시장법 시행으로 업권 간 '장벽'이 무너지면서 더 유리한 고지를 점하기 위한 '신경전'이 벌어지고 있고 동종업계 경쟁사는 물론 다른 업계와의 경쟁으로 확산되고 있다.



◇ CMA '폭풍의 핵'
증권업계와 은행업계 갈등의 중심에는 CMA가 자리 잡고 있다.
금융.증권업계에 따르면 하나대투증권이 연 4.1%의 금리를 주는 CMA를 내놔 점유율을 대폭 높인 데 이어 현대와 대우, 하이투자 등 다른 증권사들도 4%대의 CMA를 출시할 예정이다.
CMA는 증권사에 개설되는 계좌로 MMF(머니마켓펀드) 등 단기상품에 투자, 수익을 창출한다. 문제는 CMA가 3~4%대 '고금리'를 제시하면서 은행 월급통장의 대체상품으로 떠오르고 있다는 점이다.
증권업계는 월급계좌를 CMA로 유도함으로써 위탁매매, 펀드판매 등 증권영업의 기반을 만들겠다는 포석이다. 주요 증권사들이 지난달 일제히 출시한 'CMA 연계 신용카드'도 최종적으로 CMA 고객 확보에 목적을 두고 있다.
은행으로서도 월급계좌가 예ㆍ적금 가입과 대출, 카드결제 등 각종 은행영업의 기반인 만큼 최고 4%대 고금리와 수수료 면제 혜택 등을 제시하며 '수성'에 나서고 있다.
아직은 본격적인 경쟁이 점화되지 않았다. 하지만, 증권업계가 내달초 지급결제 개시에 맞춰 CMA 마케팅에 적극적으로 나설 예정이어서 본격적인 경쟁이 예상된다.
금융감독원은 CMA 신용카드 발행과 관련, 과열 경쟁을 방지하기 위해 7~9월중 미스터리쇼핑(판매현장 암행감시)을 실시할 계획이다.

◇ 뱅킹.장외파생심의…곳곳서 '신경전'
최근에는 '뱅킹'(Banking.은행) 용어를 놓고 신경전을 벌이고 있다. 한국투자증권이 CMA 광고에서 "CMA뱅킹 시대를 열다"라는 문구를 사용하면서 불거지는 모습이다.
금융투자협회는 공식적인 대응을 자제하면서도 "투자은행(Investment Banking)처럼 선진국에서는 굳이 예대 업무를 하는 상업은행이 아니라도 '뱅킹' 용어를 사용하고 있다"는 입장이다.
반면 은행권은 "뱅크와 뱅킹 등의 용어는 비은행권에서 사용하면 안된다"며 해외 사례를 조사해 관련 조치를 취할 방침이다.
장외파생심의권 문제에서도 양측이 미묘한 감정대립을 벌이고 있다.
이 논란은, 민주당 이성남 의원이 지난 4월 금투협에 독립적인 심의위원회를 설치해 상대적으로 고(高) 위험군에 속하는 장외 파생상품을 사전 심의토록 하는 자본시장법 개정안을 발의하면서 시작됐다.
은행권은 사전 심의는 물론 그 주체에도 반대하고 있다. 어떤 형태로든 사전 심의를 하면 시장이 크게 위축될 수 있고 증권사들이 주축인 금융투자협회가 주체가 되는 것도 문제가 있다는 것이다.
정작 심의 주체로 지정된 협회도 장외 파생상품이 대규모 손실을 내면 일차적인 책임을 져야 하는 만큼 부담스러운 눈치다.

◇ 보험권도 가세…무한경쟁 양상
큰 틀에서는 '은행 대 증권' 구도를 넘어 은행ㆍ증권ㆍ보험이 다투는 무한경쟁이 전개되고 있다.
증권사에 이어 보험사도 지급결제 기능 허용을 요구하고 있지만, 은행권은 단호히 반대하고 있다. 은행은 보험업 특성상 천재지변과 같은 비상사태로 보험금 지출이 늘면 지급결제 기능이 마비될 수 있다는 입장이지만, 보험업계는 지급결제 자산은 보험관련 고유자산과 분리돼 있어 안전하다고 받아쳤다.
갈등이 격해진 상황에서 국회가 처리를 보류하면서 잠시 수면 아래로 논란이 가라앉은 상태다.
보험업계 판정승으로 일단락된 '4단계 방카슈랑스'도 재충돌의 소지가 남아있다.
자동차보험과 종신보험, 치명적질병(CI) 보험의 은행 판매를 허용하는 '4단계 방카슈랑스'는 애초 2005년 4월 시행하려다 보험업계의 반발로 작년 4월로 한차례 연기된 데 이어 보험업계의 사활을 건 투쟁으로 끝내 무산됐다.
여기에 올해 4분기 '펀드판매사 이동제도'가 도입되면 은행과 증권, 보험 등 펀드판매사 간 업권을 넘어선 경쟁이 불가피하다. 이 제도는 투자자가 서비스 불만 등을 이유로 같은 펀드를 판매하는 다른 판매사로 이동할 수 있게한 것으로, 금감원이 태스크포스(TF)를 구성해 세부 방안을 마련 중이다.

◇ "영역다툼 넘어 '파이'를 키워라"
금융업권간 경쟁이 과열되고 있지만 감독 당국은 명확한 견해를 내놓지 않고 있다.
업계간 신경전이 날카로운 상황에서 자칫 섣부른 해석 등으로 잡음을 키울 수 있기 때문이다. '고금리 CMA'에 대한 은행권 우려 제기 등으로 미스터리쇼핑 계획 등을 밝혔지만, 증권업계에 과도한 규제를 가하게 되면 또 다른 형평성 시비로 이어질 소지도 있다.
금융감독당국 관계자는 '뱅킹' 용어와 관련 "워낙 민감한 사안이라 특정 업권에 편들 수 있다는 오해를 불러올 수 있다"며 "결국 양측이 법정에서 '시시비비'를 가려할 것"이라고 말했다.
금융권 관계자는 "우리나라 가계자산은 부동산 등 비금융자산에 과도하게 치우쳐 있다"며 "비금융자산을 금융자산으로 유인해야 하는 상황에서, 기존 파이만을 나눠 먹으려는 방식에서 벗어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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