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대한민국, 앞이 안보여요!"

기자수첩 / 최봉석 / 2020-03-03 12:48:20

[토요경제=최봉석 기자] 한국경제가 위기다. 구조적 측면에서 붕괴가 아니다. 정치권과 시민사회단체의 표현을 빌리지 않더라도 전시에 준하는 비상경제 상황이다. 코로나19 확산사태로 인해 수출은 급감하고 제조업의 연쇄 셧다운(공장 폐쇄)은 한국 경제 붕괴의 압력을 더욱 커지게 하고 있다.


구체적으로 뭘 어떻게 할 수조차 없을 정도다. 무역으로 경제 강국의 대열에 올라선 대한민국이 급기야 고립되는 초유의 사태를 경험하고 있다. 가뜩이나 둑이 넘쳐흐를 지경인데, 둑 위에 고이는 물의 양을 늘려버렸다.


산업통산부와 관세청에 따르면 지난 달 일평균 수출액이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무려 11.7% 감소했다. 주력 품목인 반도체의 지난 달 수출액도 일평균으로 따져 7.6%나 줄어들었다.


코로나19 확진자 증가 사태로 국내 대기업 혹은 중소기업 공장의 생산라인 중단이 장기화 되고, 해외의 한국인 입국금지로 인해 현지 사업에서 차질이 생긴 것이 원인이라는 것은 경제 문외한인 삼척동자도 아는 사실이다.


코로나 사태의 폐해가 어떠한지는 지금 우리가 정확히 목도하고 있다. 감염 우려로 인해 내수시장이 위축되고 그나마 경제의 버팀목이 됐던 대기업 중심의 제조업 생산 라인마저 붕괴된 것은 한국 경제의 기반이 양적, 질적 측면에서 빠른 속도로 약화되고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뉴질랜드 베네수엘라 등 현재 87개 국가가 우리 국민 입국을 금지 또는 제한하고 있고, 그 수는 늘고 있다. 대한민국의 고립이 현실화 되어 전 세계를 누벼야 할 우리 기업들의 손발이 묶인 것이다. 그러나 정부는 어찌된 일인지 "각국을 설득하고 있다"는 말만 되풀이하고 있다.


물론 코로나19에 맞선 우리나라의 투명성과 민주적 접근 방식은 정부 고위 관계자 혹은 일부 외신도 인정할 만큼 박수갈채를 받을 일이다. 그러나 이는 발만 빠를 뿐, 손은 안움직이는 형국이다. 물론 '민주적'인 대한민국은 좋지만 경제는 빠르게 죽어가고 있고, 그런 벼랑 끝 한국 경제가 정상 궤도로 돌아가기 위해선 감내해야 하는 일들이 첩첩산중이다.


이미 입국 제한으로 가장 불편이 클 기업인들은 정부의 설득이 계속되고 있는 오늘도 더 이상 떨어질 바닥이 없다. 물론 올라갈 힘조차 없다. 한국 기업인들은 그래서 이렇게 말한다. "대한민국, 앞이 안보여요."


이 뿐 아니다. 여기에서 일일이 다 거론하기 힘들 정도로 코로나 사태로 인한 서민 경제의 위기 압력은 곳곳에서 더욱 점증하고 있다. 대중교통, 피시방, 학원, 의료원, 극장, 대형마트 등과 같은 다중이용시설은 물론이고, '서민 경제의 출발지'인 전통시장은 코로나 확진자가 전 지역에서 계속 나올수록 더욱 뚜렷하고 강력한 고통의 신호를 보내고 있다.


차가운 봄은 손님들의 발걸음이 뚝 끊어진 뒤 생존권 위협을 받고 있는 소규모 영세식당 주인들이 느끼기에도 마찬가지다. 약간 거친 표현일 수 있겠지만 점포 대부분이 문을 닫아야 하는 현 상황은 코로나 사태가 만약 몇 주 더 길어질 경우 '완벽하게' 한국 경제 사망에 이를 수도 있다. 현 상황은 말 그대로 민생초토화로 이어진다. 그래서 '서민의 상징'인 영세 상인들도 언론인과 만나면 이렇게 말한다. "우리 장사하는 사람들의 미래가 앞이 안보이네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가 코로나19의 영향으로 한국의 올해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0.3%포인트 하향 조정했다는 보도가 3일 오전 일제히 쏟아졌다. 숫자가 나오기 때문에 어렵게 들릴 수 있지만 경제공학적으로 보자면 코로나19 때문에 한국의 미래가 어둡다는 의미다.


하지만 과연 코로나 때문일까. 전문가들은 주52시간 최저시급 폭등과 법인세 인상 등으로 경제가 이미 오래 전에 박살났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통계청이 지난 달 20일 발표한 '2019년 4분기 가계동향조사(소득부문)'에 따르면 지난 분기 가구 사업소득은 평균 89만 1600원으로 전년 동기(91만 1300원)보다 2.2% 감소했다. 사업소득은 2018년 4분기에 3.4% 줄어든 것을 시작으로 5분기 연속 감소하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에게 "경기가 거지 같다"는 발언을 해 악플 등에 시달린 반찬가게 주인 말이 통계지표로도 확인된 것이다. 그래서 시민들은 정부와 참모진을 향해 "청와대의 앞이 안보인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야권 관계자는 전날 논평을 내고 "경제가 전시에 버금갈 정도로 급속도로 주저앉고 있는 비상상황에서는 기존의 지원 대책과 보조금 정책으로는 극복에 한계가 있다"고 쓴소리를 던졌다.


그렇다. 이번 기회에 근본적인 수술을 통해 '재앙'에 가까운 한국 경제가 나빠지는 이유를 찾아야 한다. 가장 큰 해법은 친시장, 친기업 정책을 펴 기업의 활력을 제고해 성장잠재력을 키우는 것이 아닐까. 반기업 정책이라는 악성 종양을 떼 내야 한다. 악성 종양을 떼 내지 않을 경우 다음 정권에 폭탄을 넘길 수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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